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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진작 날 뛰어넘었다, ‘강이 아버지’ 기분 나쁘지 않다

한승원 작가가 13일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출간 간담회에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승원 작가가 13일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열린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출간 간담회에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딸이 영국 맨부커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소설가 아버지는 산문집을 냈다. 부녀 소설가 한승원(79·사진)·한강(48)씨 얘기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한강이 올해에는 시와 산문의 경계에 있는 독특한 장편 『흰』의 영문판 『The White Book』으로 같은 상 1차 후보에 또 올라 나머지 12명과 경쟁을 벌인다. 같은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했다. 수상작 발표는 5월 22일이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13일 아버지 한승원씨는 새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불광출판사)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씨는, 배우 강수연에게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원작 장편 작가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으레 한강의 아버지로 통한다. 하지만 한씨는 “그런 명명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고 했다. “강이(한강을 지칭)는 진작 나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승어부(勝於父)야말로 가장 큰 효도”라고 말했다. 아버지보다 낫다는 뜻이다. “둘 다 작품 경향이 공통적으로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내가 좀 더 리얼리즘 쪽이라면 강이 세계는 훨씬 환상적인 세계,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라며 “강이의 작품들을 읽으며 스스로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해 독감을 심하게 앓았다”고 했다. 무려 석 달을 입원했다. 그래선지, 노인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토로로 시작한 산문집은 ‘사랑하는 아들딸들에게 주는 편지’라는 부제를 붙인 ‘병상 일기’로 끝맺는다. 일기에 포함되는 짧은 편지글의 제목들은 말 그대로 자녀들에게 전하는 늙은 아버지의 당부다. ‘촛불에게서 배워라’ ‘정의는 진정한 평화를 만들지 못한다’…. ‘우리의 눈빛이 별빛과 햇빛과 달빛을 만든다’는 제목의 편지에서는 자녀들에게 슬픈 눈빛을 지니라고 당부한다. 눈빛이 슬퍼야 세상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다는 뜻에서다. 한강의 항상 슬픈 듯한 눈빛과의 관련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씨는 세 자녀가 모두 문인이다. 한강의 오빠 한동림씨는 소설가, 남동생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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