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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000원 커피 샀더니 수수료가 1만원 … 비트코인 천국서 결국 카드 썼다

‘비트코인 천국’으로 알려진 일본이다. 비트코인으로만 결제 가능한 점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만여 곳(프랜차이즈 점포 숫자 포함)에 이른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 비트코인만으로 살 수 있을 듯싶다.
 
화폐의 세 가지 기능은 교환의 매개,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비트코인이 그중 가장 핵심인 교환의 매개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하루 살기’를 해봤다. 비트코인은 화폐인가, 혹은 화폐가 될 수 있을까.
 
도쿄 롯폰기 한 카페에 위치한 비트코인 ATM기. 해당 비트코인만큼의 현금(엔화) 인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방문했을 땐 수리 중이었다.

도쿄 롯폰기 한 카페에 위치한 비트코인 ATM기. 해당 비트코인만큼의 현금(엔화) 인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방문했을 땐 수리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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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샀다. 지난달 중순 비트코인 0.065개를 사 개인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옮겼더니 수수료로 0.0005비트코인이 빠졌다. 6000원 정도였다. 국내에선 은행 이체 수수료가 많아야 1000원에 불과하다.
 
하루 살기 디데이는 2월 21일. 그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출렁댔다. 지나친 가격 변동성은 비트코인이 일상에서 화폐로 기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도쿄 롯폰기 한 카페에 위치한 비트코인 ATM기. 해당 비트코인만큼의 현금(엔화) 인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방문했을 땐 수리 중이었다.

도쿄 롯폰기 한 카페에 위치한 비트코인 ATM기. 해당 비트코인만큼의 현금(엔화) 인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방문했을 땐 수리 중이었다.

숙소(도쿄 신주쿠) 근처 비트코인으로 결제 가능한 상점을 골라 동선을 짰다. 1차 목적지는 양판점 체인 야마다전기 계열의 라비(LABI). 물건을 산 뒤 비트코인 결제를 요청하자 계산대의 점원이 “비트코인 결제는 처음”이란다. 결제 금액 등을 입력하더니 “비트플라이어(일본 최대 거래소) 지갑을 보여줘”라고 한다.
 
다시 확인해 보니 비트코인 마크 밑에 작은 글씨로 ‘결제 지갑은 비트플라이어 지갑을 이용해 주십시오’라고 써 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또 다른 양판점 체인인 비쿠카메라(Bic camera). 종업원에게 비트플라이어 지갑이 없어도 결제가 가능하냐고 했더니, 가능은 한데 비트플라이어 지갑을 사용하지 않으면 수수료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단다.
 
커피·초콜릿 등을 사고 몇 가지 면세품을 샀다. 점원은 면세품(소비세 8% 할인)부터 결제 처리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QR코드와 함께 5600엔(약 5만7000원)에 상당하는 비트코인 ‘0.00468’이 떴다. 개인 지갑을 열고 화면을 찍은 뒤 ‘전송’ 버튼을 눌렀다. 순식간에 결제가 됐다. 이어 커피·초콜릿 384엔(약 4000원)에 해당하는 돈 0.00033도 결제했다. 가게를 나와 개인 지갑을 열어 거래를 복기했다. 뭔가 이상하다. 지갑의 거래 순서가 커피 등 소액결제가 먼저 된 걸로 표시돼 있다.
 
분명히 0.00033이라고 했는데 0.001234 송금된 걸로 찍혀 있다. 수수료가 무려 0.000904나 됐다. 4000원도 안 되는 걸 사 먹다 수수료로 1만원을 날렸다.
 
면세품은 다행히(?) 0.00469733 송금됐다. 수수료가 0.00001733, 약 208원에 불과하다. 신용카드를 해외에서 쓰면 브랜드 사용료(비자·마스터 등)를 포함해 수수료로만 1% 넘게 내야 한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보통 멤풀(Mempool·전송 처리를 기다리는 전송 내역이 저장되는 공간)에 거래가 몰리면 일시적으로 수수료가 급등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긴자(銀座)의 초밥 가게로 이동했다. 비트코인 마크 아래 작은 글씨로 ‘코인체크’라고 쓰여 있다. 카운터 직원은 “지난달(1월)까지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했지만 (코인체크) 해킹 사태 이후로 비트코인을 안 받는다”고 말했다.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비트코인 자동화기기(ATM)를 찾아 롯폰기로 이동했다. 가게 입구 ‘EXCHANGE’(교환)라는 글자 아래 비트코인 등이 표시돼 있다. 그러나 ATM기에는 ‘수리를 위해 ATM 작동을 잠시 멈춥니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다.
 
비트코인으로 하루 살다 ‘강제 다이어트’할 판이었다. 극한 체험한다고 현금도 안 챙겼다. 신용카드를 반드시 받을 것 같은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그날의 첫 끼를 해결했다.
 
비트코인은 화폐인가. 교환의 매개로 기능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상점을 골라 다녀야 했고, 그나마 안 되는 곳이 태반이었다.
 
화폐가 될 수 있을까. 5만7000원짜리 물건을 사고 수수료로 208원을 냈다. 비트코인은 국경이 없다. 해외라면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 비트코인 결제가 유리하다. 비자(VISA)가 지금의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까지는 1958년 설립 이래 60여 년 걸렸다.
 
비트코인이 태어난 지 10년도 안 됐다. 아직까지 실패했다 단정하긴 어렵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 
 
도쿄=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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