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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위드유가 필요한 때

홍상지 사회부 기자

홍상지 사회부 기자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제 34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행사장 무대에 오른 30대 여성이 지인의 합성 음란 사진 유포로 사이버불링을 당한 경험을 이야기하다가 잠시 발언을 멈췄다. 감정을 추스리려는 듯 숨을 여러 번 크게 내쉬다가 이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그때였다. 이 여성을 지켜보던 수천 명의 관중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러자 여성은 다시 심호흡한 뒤 이야기를 끝까지 이어갔다. 그날 가장 기억나는 장면이다. ‘함께 하겠다’는 연대의 손길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했는지, 그리고 이 연대의 경험을 하기까지 피해자들이 얼마나 멀리 돌아왔는지 고스란히 전해져서였다.
 
미투운동의 와중에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던 배우 조민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를 사흘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투(#MeToo) 참수를 멈춰라’ ‘미투는 무고운동이다’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미 한쪽에선 미투에 ‘정치 공작’ 음모론이 덧씌워지던 터라 예상치 못한 반응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투를 향한 왜곡된 시선들을 보고 있자니 참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의 극단적인 선택 뒤로 훨씬 더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죽음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해가 갔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수많은 피해자가 정상적인 삶을 내려놓으면서까지 미투운동에 동참했다. 그것이 사회적·법적 지지를 받지 못한 자신을 보호하면서 제2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김지은씨도 12일 자필 편지를 통해 “큰 권력 앞에 저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저를 드러내는 것뿐이었다”고 밝혔다. 익명의 피해자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용기 있는 고백들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미투운동의 핵심 가치는 ‘나도 그런 일이 있었다’ 또는 ‘있을 수 있다’는 자각과 이런 피해를 만들어 낸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소모적인 비난전은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죽었는데 그만 좀 하라’는 말은 이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 발상이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현실 속에서의 ‘위드유’(#WithYou)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내가 먼저 ‘함께 하겠다’고 손을 내미는 것. 아직도 숨죽이고 있을 피해자를 살리고 또 다른 잠재적 가해자까지 구하는 일 아닐까.
 
홍상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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