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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세집 중 한집, 자녀·노부모 ‘더블케어’에 허리 휜다

“우리 세대는 부모를 공양하고 모셨고, 또 자식들을 부양하는 세대다.” 지난해 말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이란 산문집을 펴낸 장석주 시인의 말이다. 1955~1963년생인 ‘베이비부머’는 현재 50대 중·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인구수는 700만 명이 넘는다.
 
베이비부머와 전후 세대 가운데 ‘더블케어(이중 부양)’의 부담을 지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위로는 성인 자녀, 아래로는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50~60대를 가리킨다. 청년층의 취업난과 늦은 결혼, 고령층의 수명연장 등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사회현상이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는 50~6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한 ‘은퇴 라이프 트렌드’ 설문조사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성인 자녀가 있으면서, 양가 부모 중 1명 이상 살아 있는 200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조사했다.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모두 부양하거나 지원하는 더블케어 가구는 세 집 중 한 집꼴(34.5%)이었다. 이들 중 매달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주는 경우는 71.1%였다. 성인 자녀에겐 월 평균 78만원, 노부모엔 월 40만원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더블케어의 한 축은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부모에 의존하는 ‘캥거루족’ 자녀다. 취업난이 심해지고, 내 집 마련도 어렵다보니 자녀의 독립은 점점 늦어진다. 50~60대 부모 세대는 자녀의 생활비뿐 아니라, 학자금과 결혼·주택자금 등도 지원하고 있다. 항목별로는 주택자금이 평균 638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학자금은 3140만원이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9~11월 20~64세 남녀 2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이 은행은 12일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미혼 남녀의 4명 중 1명꼴(24.9%)은 경제적인 이유로 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는 ‘캥거루족’에 속했다. 생활비 절약(39.2%)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독립자금 부족(33.4%)과 집값 부담(27.4%)을 이유로 든 비율도 높았다.
 
청년들의 첫 취업 연령은 평균 26.2세로 5년 전보다 0.7세 늦어졌다. 좁은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준비 기간이 길어진 탓이다. 취업 준비 기간에는 생활비와 ‘스펙 쌓기’ 비용 등이 필요하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6명꼴(60.2%)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가족에게 손을 벌리는 비율도 66.3%(복수응답)에 달한다.
 
취업준비생은 평균 1.4년 동안의 준비 기간에 468만원을 쓴다. 생활비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취업 준비에 들어간 돈이다. 그렇게 하고도 아직 취업을 못 했기 때문에 추가로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블케어의 또 다른 축인 노부모를 돌봐야 하는 가구의 부담은 더 컸다.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간병비(55만원)를 포함해 월 평균 170만원을 자녀와 노부모 부양에 썼다. 가구소득 평균(562만원)의 30%가 넘었다.
 
노부모를 간병하는 장소도 고민거리다. 절반 이상(54.2%)은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부모를 모시는 것(시설 간병)으로 나타났다. 본인이나 형제 자매의 집에서 간병하는 것(재택 간병)은 네 가구 중 한 가구꼴(25.3%)이었다. 재택 간병을 하는 이유로는 부모가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원치 않는다는 응답(38.1%)이 가장 많았다. 시설 간병은 부모님 상태가 좋지 않아서라는 이유(62.2%)가 절반 이상이었다. 재택 간병은 평균 21.3개월, 총 비용이 2524만원이었다. 시설은 22.5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고, 비용은 2727만원으로 조사됐다.
 
심현정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연구원은 “생활비와 간병비는 상황에 따라 조절하기 어려운 고정비용”며 “더블케어가 50~60대의 가계 지출 구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블케어에 ‘황혼 육아’를 합쳐 ‘트리플 케어’의 부담도 적지 않다. 더블케어를 하는 10가구 중 4가구꼴로 손주를 돌보고 있다. 이들의 손주 육아 기간은 평균 26.5개월이다. 양육에 대한 수고비를 받는 가구는 28.2%였고, 금액은 월 평균 55만원 수준이었다.
 
노부모에 자식, 손주까지 돌보다 보니 정작 본인의 노후 준비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직장인에게 가장 두려운 상황은 ‘준비 없는 은퇴’다. 평균 56세에 은퇴를 했는데, 원래 예상했던 시기보다 3년 정도 이른 시점이다. 자신이 실제로 원하는 시점에 은퇴를 맞이한 경우는 4명 중 1명꼴(24.4%)에 그친다. 은퇴 이후 가구 소득은 평균 381만원으로 조사됐다. 은퇴 전(525만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은퇴 후 소득의 절반 정도는 연금(49.8%)이었고, 은퇴자의 절반 이상(56.1%)은 생활비가 부족한 경험을 했다.
 
주정완·한애란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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