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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호텔] 완벽한 휴식처···호텔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마세요

힐튼 부산 호텔 10층 맥퀸즈 풀의 노천탕. 해수면과의 경계가 없는 인피니트 풀로 넓게 펼쳐진 기장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에머슨퍼시픽]

힐튼 부산 호텔 10층 맥퀸즈 풀의 노천탕. 해수면과의 경계가 없는 인피니트 풀로 넓게 펼쳐진 기장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에머슨퍼시픽]

부산 안에는 ‘군’이 있다. 부산 동북부, 바다와 맞닿은 기장군이다. 1995년 직할시가 광역시로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경남 양산의 일부가 부산에 편입됐다. 부산 안의 유일한 군 기장군은 그렇게 탄생했다.  
짙푸른 바다와 바투 붙어있는데도 어째 기장은 여행객 사이에서 무명에 가까웠다. 부산의 여행 1번지 해운대 백사장, 세련된 카페가 즐비한 서면, 언덕배기에 알록달록한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감천문화마을로 여행객이 밀려드는데 반해 기장군은 초여름 멸치잡이 철에만 반짝 특수를 누리는 지역이었다.  한데 기장이 요즘에는 부산에서 가장 뜨거운 여행지가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장이 핫 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하나. 지난해 7월 기장 앞바다를 굽어보는 자리에 아난티 코브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아난티 코브는 대지면적 7만5837㎡(2만3000평), 연면적 17만8000㎡ 크기의 휴양시설이다. 회원제 리조트 아난티 펜트하우스와 프라이빗 레지던스, 그리고 힐튼 부산 호텔 등 숙박 시설을 품고 있다.  
숙박시설과 라이프스타일 숍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아난티 코브. [사진 애머슨 퍼시픽]

숙박시설과 라이프스타일 숍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아난티 코브. [사진 애머슨 퍼시픽]

그냥 숙박시설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면 아난티코브를 ‘여행지’로 부르기에는 한참 모자랐을 듯하다. 대중교통으로 닿기 어려운 벽촌까지 사람들이 모였을 리도 없다. 한데 아난티 코브는 호텔 말고도 레저시설과 레스토랑까지 한데 품고 있다. 숙박객이 아닌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아난티 코브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자 아예 부산시는 올해 1월 아난티 코브에 닿을 수 있는 시티투어 버스 노선 옐로라인을 신설했다. 택시를 타거나 렌터카를 빌릴 필요 없이 시티투어 버스로 편히 닿을 수 있겠다 싶어 힐튼 부산 객실을 예약하고, 그간 정체가 궁금했던 아난티 코브를 지난달 방문했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닿을 수 있는 부산 힐튼 호텔.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닿을 수 있는 부산 힐튼 호텔.

한가로운 어촌 마을을 아난티 코브가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처럼 보였다. 아난티 코브로 들어서는 길에 차량이 줄을 이었다. 마음 편하게 쉬러 왔는데 괜히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지만 다행히도 기우였다. 부지가 워낙 넓어 일단 아난티 코브 안에 들어서고 나니 한적한 바다의 운치가 그대로 느껴졌다.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 층. 바다를 바라보면서 휴식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 층. 바다를 바라보면서 휴식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우선 호텔에 체크인하기 위해 부산 힐튼 호텔 꼭대기 층 프론트 데스크로 올라갔다. 체크인을 하기도 전에 이 호텔의 호쾌한 오션뷰에 감탄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순간, 통유리창이 정면에 펼쳐졌다. 작은 섬 하나도 점 찍히지 않은 탁 트인 수평선이 눈앞에 드러났다. 기장 바다와의 첫 조우였다. 해운대도, 제주 바다도, 태평양도 부럽지 않을 너른 바다에 눈과 마음이 시원해졌다. 그저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보면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셔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프론트 데스크 맞은편에 카페테리아가 운영되고 있어, 내 바람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부산 힐튼 호텔 디럭스룸.

부산 힐튼 호텔 디럭스룸.

객실의 절반을 차지하는 욕실. 제대로 여심 저격이다.

객실의 절반을 차지하는 욕실. 제대로 여심 저격이다.

객실은 디럭스룸을 예약했다. 호텔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객실이었지만 테라스까지 딸려 있었다. 객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욕실. 방은 딱 절반이 침실, 나머지 절반이 욕실로 돼 있었다. 여심을 잘 헤아린 구조라는 뜻이다. 여자들은 욕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나.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말리고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욕조에 푹 몸을 담그며 널찍한 욕실을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해질녘의 아난티 타운 풍경.

해질녘의 아난티 타운 풍경.

아난티 타운 앞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아난티 타운 앞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그렇다고 이 호텔에서 객실에만 잠자코 있을 수는 없었다. 호텔 부지 안에 즐겨야 할 것이 너무도 많았다. 호텔과 연결된 쇼핑가 ‘아난티 타운’으로 냉큼 향했다. 아난티 코브가 유명해진 이유는 꼭 호텔에 숙박하지 않아도 접근할 수 있는 아난티 타운이 있었기 때문인데, 호텔을 등지고 기장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상점 거리에 카페와 맛집이 밀집돼 있다. 서울 청담동 인기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볼피노’를 비롯해 서울 망원동의 유명 일본 라멘집 베라보도 아난티 타운에 둥지를 틀었다.  
아난티 타운 안의 대형 서점, 이터널저니. [사진 애머슨퍼시픽]

아난티 타운 안의 대형 서점, 이터널저니. [사진 애머슨퍼시픽]

맛집도 좋고 카페도 좋지만, 정작 가장 오랜 시간 발길이 머문 곳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3분의 1 크기의 대형 서점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였다. 일반 대형 서점에 있는 것이 이터널 저니에는 없었다. 이주의 베스트셀러를 알려주는 매대, 책을 찾을 수 있는 도서검색대가 그것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책을 보는지 요즘에는 어떤 책이 인기인지 알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터널 저니가 책을 분류하는 방식도 독특했다. 북 디자이너의 이름을 전면에 걸고 있다거나, 책 표지가 분홍빛인 ‘핑크’를 내세운 코너도 있었다. 찬찬히 서점을 가로지르며 세상에 이런 책도 있다는 발견의 기쁨을 누렸다. 조립형 필름카메라를 선물로 주는 과학 잡지와 인간과 공진화를 이룬 식물의 이야기를 다룬 식물도감을 샀다.  
마음껏 만지고 구경할 수 있는 이터널저니의 책들.

마음껏 만지고 구경할 수 있는 이터널저니의 책들.

여행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얻지 못하는 경험을 얻기 위해 떠난다고 하는데, 정녕 일상에서 누리지 못했던 것은 조용한 방 안에서 흥미로운 책의 책장을 넘기는 일이었다. 방에 들어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근사한 레스토랑을 찾거나 신나는 재미를 누리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갈 이유는 없었다. 호텔에서 누릴 수 있는 완벽한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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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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