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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유턴 전략, 비핵화 의지 진정성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한국 대표단을 만나 정상회담 초청 등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 설명듣고 있다. [사진 주미대사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한국 대표단을 만나 정상회담 초청 등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 설명듣고 있다. [사진 주미대사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에게 "문 대통령이 더이상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9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이)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 대통령이 새벽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하느라 고생이 많으셨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남북 핫라인(직통전화) 설치와 관련해 김정은은 "이제는 실무라인에서 대화가 막히고, (북측 관계자들이)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면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이야기하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의 군사 회담 제안 등에 묵묵부답이었던 모습과는 전혀 딴 판이다. 

 
 한국에 올인 전략을 펼치던 김정은의 승부수는 미국으로도 이어졌다. 특사단을 통해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뜻이 전해졌고 미국이 수용하면서 두 사람이 5월에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불과 며칠 전까지 "핵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으로 부르며 "파멸시키겠다"고 하자 김정은은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말 폭탄을 주고받기도 했다.
 
 북한의 유턴에 대해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핵 무력 완성에 따른 전략적 변화와 대북 제재에 따른 고통을 감내하기 어려운 처지가 동시에 작용해 대화의 장에 나오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김정은이 언제든 핵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됐으니 지금까지 만든 핵으로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김정은이 다시는 주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어려움이 현실로 다가오자 중국이 경계하는 미국과의 거래로 중국에게 경고음을 날리는 것이다. 결국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연이은 파격에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이 담겼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겠다고 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언급 없이 비핵화에 대한 전제조건만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센터장은 "북한의 변화가 진정성을 가진 것인지, 위기를 넘기기 위한 꼼수일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거라면 그동안 왜 그렇게 비핵화가 진행되지 않은 것인지 반문해 봐야 한다"며 "현재 모양새는 좋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검증이나 사찰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던 만큼 비핵화를 위한 실행단계에 들어가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비록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북한이 방향을 튼 것에 대한 신뢰를 얻으려면 비핵화의 개념이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이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성을 예단하지 말고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문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까지 북한은 비핵화의 'ㅂ'자도 거부했다"며 "현재는 협상과 진정성 확인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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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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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