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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소멸된다 하길래 제주행 끊으려니 '좌석 없음'

[단독]몰라서 못쓰고 쓸 곳 없어 안쓰고…사라지는 항공사 마일리지
 
내년초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소멸하기 시작하는데, 마일리지를 사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차감형식으로 팔고 있는 모형비행기는 동남아왕복항공권 가치와 거의 비슷하다.[대한항공 홈페이지]

내년초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소멸하기 시작하는데, 마일리지를 사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차감형식으로 팔고 있는 모형비행기는 동남아왕복항공권 가치와 거의 비슷하다.[대한항공 홈페이지]

“마일리지로는 주말 제주도 비행기 표도 예약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아까운 마일리지로 곰 인형을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올해 안에 안 쓰면 마일리지가 없어진다고 하는데 아주 난감합니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를 4만 마일가량 갖고 있다는 김석중(48) 씨는 마일리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이렇게 하소연한다.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가 내년 1월 1일부터 소멸하기 시작하면서 마일리지 사용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두 항공사는 2008년 약관을 바꿔 대한항공은 그해 7월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은 10월1일부터 적립한 마일리지의 유효 기간을 10년으로 정했다. 예를 들어 2008년 10월에 적립한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가진 소비자가 올해 안에 해당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마일리지는 사라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마일리지 적립 규모가 대한항공이 1조8683억원, 아시아나항공이 5335억원으로 두 항공사를 합하면 2조4000억원이 넘는다. 대한항공의 인천~미국 LA 3월 왕복항공권 값이 180만원가량임을 고려할 때 왕복 비행기 133만번을 탈 수 있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마일리지를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인 소비자들이 많다. 대한항공은 유효기간이 올해 말까지인 마일리지 중 30%가량이 아직 사용되지 않았다고 6일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마일리지를 쓸 곳이 마땅치 않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항공권 구매의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시기에 예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6일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보너스 항공권(마일리지를 사용해 사는 항공권)으로 이달 17일 김포~제주 노선을 검색한 결과 아침 첫 비행기에서부터 오후 5시45분까지 ‘잔여좌석 없음’으로 나온다. 이와 달리 일반 구매로 검색할 경우에는 빈 자리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빈 자리는 있지만, 해당 좌석에 대한 마일리지 사용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17일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보너스 항공권은 오후 늦게까지 예매할 수 없는 것으로 나온다.[대한항공 홈페이지]

17일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보너스 항공권은 오후 늦게까지 예매할 수 없는 것으로 나온다.[대한항공 홈페이지]

같은 17일 정상요금으로 검색한 결과 빈좌석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같은 17일 정상요금으로 검색한 결과 빈좌석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이는 두 항공사가 보너스 항공권 승객에 할애하는 좌석을 전체의 5~10%가량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5~10%라는 수치도 추정치일 뿐 두 항공사는 정확한 보너스 항공권 좌석 현황을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 항공사들은 ‘영업전략’상 비인기 노선과 비인기 시간에 보너스 항공권을 많이 배정하기 때문에 휴가철 등 성수기 때 마일리지를 사용해 항공권을 사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30만 마일 갖고 있다는 김관수(46)씨는 “지난해 여름 휴가철에 마일리지를 사용해 비행기 표를 예약할 수 있는지 알아봤는데 예약 직원으로부터 ‘대통령이 부탁해도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예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마일리지 사용처가 적고,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소비자의 불만 요인이다. 국토교통부와 양 항공사는 마일리지 소멸에 대비해 2015년 12월 마일리지 사용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국토부는 KBS 피디 출신인 이영돈씨를 위원장으로 한 항공정책고객위원회의 1년간 추진 성과를 발표했는데 항공사 로고가 들어간 모형항공기 등을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게 한 것 등이 제고 방안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모형 항공기를 3만4000마일을 공제하는 식으로, 곰인형은 1만2000마일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팔고 있다. 플라스틱 모형 비행기 가치가 비수기 때 동남아왕복 항공권 가치(4만마일 공제)와 비슷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이마트 등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게 했는데 이럴 경우 마일리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문제다. 마일리지는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1만 마일로 정가가 20만원 가량인 김포~제주 왕복항공권을 살 수 있다. 이 경우 1마일의 가치는 20원이 된다. 하지만 운임이 1만6000원인 공항버스를 이용하려면 2000마일이 들기 때문에 이 경우 1마일의 가치는 8원으로 뚝 떨어지고, 이마트에서는 1마일당 7원으로 더 떨어진다.  
 
가족 외의 타인에게 마일리지를 양도할 수 없는 것도 불만 요인 중 하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자신의 마일리지를 등록된 가족에게 제공하거나, 부족한 마일리지만큼 가족의 마일리지를 합산해 보너스 항공권 등 마일리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했지만, 타인에게 양도는 금지하고 있다.  
 
이런 마일리지 운영방식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의 독특한 것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타인에게 마일리지를 양도할 수 있다. 외국 항공사 고객은 마일리지를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미국의 대형 항공사인 델타항공의 경우 마일리지를 사용해 좌석을 예약하는 데 성수기와 비수기 제한이 없다. 빈 좌석만 있으면 언제든지 마일리지로 좌석을 예약할 수 있다. 또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이 없고 타인에게 양도도 가능하다.  
 
마일리지 소멸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와 양대 항공사가 지난해 말 발표한 ‘마일리지 소멸안내 및 사용처 확대방안’방안에는 비행기 좌석과 인천공항 곳곳에 관련 안내 책자를 비치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하지만 6일 인천공항 1,2터미널을 둘러본 결과 안내 책자는 없었고, 관련 안내판 하나만 1터미널 구석에 놓여 있었다.  
 
인천공항 1터미널 K카운터 구석에 설치된 마일리지 유효기간 안내판. 사람들이 줄을 서는 뒤편에 안내판이 있어 이용객들이 안내판의 문구를 보지 않고 지나친다. 함종선 기자

인천공항 1터미널 K카운터 구석에 설치된 마일리지 유효기간 안내판. 사람들이 줄을 서는 뒤편에 안내판이 있어 이용객들이 안내판의 문구를 보지 않고 지나친다. 함종선 기자

대한항공 홍보팀 민경모 차장은 ”비행기 안내 책자는 다음달부터 비치할 계획이고, 마일리지 사용처도 곧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홍보팀 강상용 팀장은 "마일리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보너스 좌석을 늘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항공산업과 성호철과장은 ”지난해 발표한 안내 방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부분은 항공사를 독려해 곧 개선할 것 “이라며  ”마일리지로 탑승 가능한 보너스 좌석을 늘리는 것은 정부가 민간 회사에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항공사 자율에 맡길 수밖에없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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