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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흥정 대상 아니라던 北 "비핵화 논의" 180도 선회 왜

남북이 정상회담(4월 말) 추진을 비롯한 6개 항의 합의문을 마련하면서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그동안 “핵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았던 북한이 이번에 비핵화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진전이란 평가가 나온다. 또 북한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겠다고 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한 것도 김정은 입장에선 일종의 승부수에 가깝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로 남측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도 김정은 입장에선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화 공세’를 펴는 것은 올 들어 북한이 보였던 올인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김정은이 승부수를 띄우는 것에 대해 지난해 핵무기 완성을 토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 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북한이 핵과 경제의 병진을 추진하고 있지만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해서 이게 경제 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핵무기 제작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대북 지원과 제재 해제, 투자 유치, 평화협정 체결,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발판으로 삼아 김정은이 국제 고립에서 탈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프로세스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새로운 경로인 한국을 통해 미국에 접근하겠다는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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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김정은이) 북과 남이 서로 이해하고 마음을 합치고 성의 있게 노력하면 그 어떤 일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진의를 믿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북한이 비핵화를 얘기했지만 선언적 표현일 뿐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말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은 김정은과 특사단이 만난 다음 날인 오늘(6일) 아침까지도 노동신문을 통해 핵보유 의지를 밝혔다”며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언급했지만 진정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도 합의문 발표에 대해 “조건부 비핵화 표현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북한체제를 보장하고, 군사적 위협이 없으면 비핵화한다는 말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맥락이 아닌지 무척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일단 정부는 정상회담 카드를 적극 활용해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화를 하는 동안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유인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결국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이 김정은의 대화 제스처가 핵무력 완성을 위한 ‘시간끌기용’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릴 경우 북·미 대화는 난항이 불가피하다. 그럴 경우 북한은 남북 대화 테이블에서도 철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합의문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도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도 그럴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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