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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받은 논문 제1저자에, 교수 자녀 끼워넣기 ‘갑질’성행

서울대 자연대 홍모 교수가 2013~14년 미국 화학학회 학술지(The Journal of Physical Chemistry)에 발표한 논문 두 편의 제1저자(first author)들 중엔 같은 이름이 있다. 바로 홍 교수의 아들이다. 아들은 당시 경기도 소재 국제학교 11~12학년(한국의 고교 2~3학년)이었다. 제1저자란 논문 초안을 작성하거나 실험을 주도한 연구자를 말한다. 국제 학술지 논문의 제1저자는 교수 채용 등에서 우대를 받는다. 홍 교수 아들을 제외한 나머지 공동 제1저자들은 연구실 소속 석·박사과정생들이었다. 두 논문은 모두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당시 미래부의 경우 홍 교수 연구팀에 매년 2억~3억원을 지원했다(중견연구자 지원사업). 홍 교수의 아들은 논문 발표 후 미국 C대학으로 진학했다.
 
 교육부는 오는 16일까지 교수 자녀의 논문 공동저자 참여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홍 교수 부자처럼 교수 자녀들이 정부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나온 연구 논문의 제1저자로 오른 경우가 적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교수의 고교생 자녀는 정식 연구원이 아니면서도 버젓이 제1저자가 돼 있다. 교육부 중간 조사 결과 교수와 자녀의 공동저자 논문 82건 중 52건(63%)이 정부 R&D 지원사업의 연구 성과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정부 R&D 지원 사업의 부조리가 심각한 상태다.
 
 부산대 자연대 정모 교수는 고3 자녀를 지난해 발표된 국제학술지(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논문에 공동 저자로 넣었다. 이 논문 역시 교육부의 대학원생 연구 지원사업(BK21플러스)에 따라 정부 지원금이 들어갔다. 7년간 총 72억여원이 정 교수가 포함된 사업단에 지원됐으며, 이 논문은 이 사업단이 낸 국제 학술지 논문 중 하나다.
 
 2008~09년 당시 지식경제부·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금을 받은 전남대 김모 교수 역시 딸(당시 민족사관고 3학년)을 국제학술지에 실린 두 개 논문의 제1저자로 올렸다. 김 교수의 딸을 제외한 다른 공동 제1저자들은 김 교수가 주도하는 대학 연구소 소속 풀타임 석·박사과정생이었다. 김 교수의 딸은 방학 중 인턴십 프로그램에 따라 연구에 참여했으며, 논문 발표와 졸업 후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김 교수도 2014년 이러한 논문 실적 등을 바탕으로 서울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부모 교수는 연구 논문의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로 참여해 자녀를 제1저자로 올릴 수 있었다. 교신저자는 논문 작성과 제출 과정에서 총책임을 맡는다. 주로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을 지도하는 교수가 교신저자가 된다. 그 때문에 이런 식의 저자권한(authorship) 부여를 놓고 권한 남용 논란이 일고 있다. 저자가 되려면 연구 설계, 데이터 수집, 실험 진행, 결과 분석과 해석에서 실질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
 
 서울대 홍 교수는 대학 측을 통해 자신의 아들이 논문에 기여했다는 자료(실험실 노트)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연구소에서 풀타임으로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과, 방학 또는 학기 중 일시적으로 참여하는 고교생의 논문 기여도가 동일하게 취급됐다. 중앙SUNDAY는 홍 교수에게 문자·전화·e메일을 보내 자녀의 논문 제1저자 포함 등에 관해 문의했으나 아무런 답이 없었다. 반면 부산대 정 교수는 “현재 대학의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소명 중이어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 교수도 본지의 문의에 해명하지 않았다. 이들 논문의 공동저자로 올라간 대학원생 중 한 학생은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만 말했다.
 
 이에 대해 배영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총장은 “부정기적으로 연구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수 자녀를 제1저자 지위에 올리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들다”며 “자녀를 공동저자에 포함시키려는 교수에게 다른 대학원생이 항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교수의 갑질이자 연구부정 행위”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자체 조사한 결과를 취합해 이달 말 연구부정 실태를 발표하기로 했다. 박성수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연구에 대한 기여가 없는데도 교수 자녀를 제1저자로 올리거나, 교수 자녀가 논문 실적으로 대학에 입학했다면 이는 연구부정에 해당된다”며 “연구부정 행위로 판명되면 정부 연구지원금을 환수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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