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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모터사이클 딜러는 안전을 판매하지 않는다

기자
현종화 사진 현종화
현종화의 모터사이클 이야기(2)
16세에 ‘대림 핸디50’으로 입문한 국내 첫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전문시승기자. 누구나 버킷리스트에 모터사이클이 있지 않나? 겁부터 나겠지만 배워서 알고 타면 안전하다. 나에게 맞는 ‘애마’는 어떤 것일까? 주행 기술은 뭘 배워야 할까? 체계적으로 알고 싶은데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지금부터 검증받은 실전 전문가가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 주>
 
 
처음 모터사이클을 접하는 라이더는 어떤 장르의 모터사이클이 자신에게 맞을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진 현종화]

처음 모터사이클을 접하는 라이더는 어떤 장르의 모터사이클이 자신에게 맞을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진 현종화]

 
모터사이클을 타고 싶다고?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뭘 알아야 선택의 기준이 될 것 아닌가? 어떤 장르가 자신에게 맞을 것인지, 엔진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배기량은 어느 정도를 선택해야 하는지 등이 기준이 된다. 처음 모터사이클을 접하는 사람은 이런 기준이 없으니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각종 수입 메이커에서 홍보하고 있는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을 사전 지식 없이 덜컥 살 수도 없다. 돈을 떠나 안전과 즐거움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 글에서 제시하는 방향을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본인이 정말 원하는 모터사이클은 어떤 것인가?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큼지막한 아메리칸바이크에 해골 문신을 그려놓은 가죽 재킷, '만세 핸들'에 무지막지한 배기음을 울리며 '고스트 라이더'처럼 달리는 모습을 원하는가? 아니면 천장지구의 유덕화나 발렌티노 롯시(모터사이클 경주대회인 ‘모토GP’ 레이서)가 타는 레이스 레플리카를 타는 것인가? 혹은 ‘롱 웨이 다운’(Long Way Down. 영국 영화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미국과 아프리카대륙을 횡단하면서 촬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이완 맥그리거처럼 초장거리 투어를 떠나고 싶은 것인가?
 
 
저배기량으로 6개월 이상 연습 후에 폼 잡자  
한 번도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해보지 않았다면 잠시 라이딩의 꿈을 접고 저배기량으로 6개월 이상 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현종화]

한 번도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해보지 않았다면 잠시 라이딩의 꿈을 접고 저배기량으로 6개월 이상 연습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현종화]

 
원래 꿈이라는 것이 원대할수록 좋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한 번도 모터사이클 주행을 해보지 않았다면, 적어도 6개월 동안 공부한다고 생각하라. 잠시 꿈은 잊어라. 이것 또한 당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6개월 동안 이 연재물을 따라 안전하게 연습하고 저배기량으로 경험을 쌓은 후에 안전하게 꿈을 실현할 것인지, 혹은 무작정 '몸빵(?)'으로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당장 꿈을 이루려 할 것인지 선택하면 된다.
 
단언하건대, 무작정 대배기량 바이크를 사면 당장은 폼 나는 운전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오래오래 안전하게 고급 주행을 하려는 현명한 욕심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저배기량에서 기초를 다시 배워야만 할 것이다. 기초가 바탕이 돼 있지 않은 세상의 모든 경험은 결국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예비운전자 중 혹시 마음속에 점 찍어둔 모터사이클이 있는가? 크고 무겁고 엔진 출력이 높은 영화 속에서 봤던 모터사이클인가? 혹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벌써 사서 주차장에 모셔 놓았나?
 
 
처음부터 고출력 바이크를 사서 라이딩하는 것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사진 현종화]

처음부터 고출력 바이크를 사서 라이딩하는 것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사진 현종화]

 
그렇다면 6개월만 더 시간을 가지고 125cc로 연습하라. 그런 후에 자신이 원하는 바이크로 전환해도 늦지 않다. 물론 당장 커다랗고 멋진 바이크로 멋지게 폼을 잡고 싶은 마음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고출력 바이크를 사면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면서 바이크에 끌려다닐 것이 뻔하다. 또한 적응하지 못한 고출력 바이크를 탄다는 것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바로 안전과 직결된다.
 
모터사이클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래도 내가 자동차 운전 경력이 얼마고 도로 주행을 몇 년을 했는데 모터사이클도 조금만 타보면 금방 적응할 거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모터사이클을 꿈꾸다가 필자에게 느닷없이 전화하는 사람이 있다. 
 
“현 기자, 1000cc를 샀는데 어떻게 타야 하는 거야? 이거 무서워서 못 타겠어.”
 
뒤늦게 이런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잦다. 나의 대답 역시 늘 똑같다.
 
“그거 위험합니다. 다시 팔고 125cc부터 시작하세요.”
 
배기량이 큰 바이크를 타야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은 폼 한번 잡아보겠다고 자신의 신체로 도박하는 것이다. 초보 라이더에게는 125cc의 10마력도 버거운 출력이다.
 
모터사이클 주행은 자동차 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조작법도, 메커니즘도 다르다. 무엇보다 조종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 자동차는 자동차 운전자의 몸무게가 드라이빙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적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은 운전자의 체중과 그 체중이 어느 쪽 방향으로 기울어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접지력과 조종성향을 보여준다.
 
 
안정적인 고급 스킬을 구사하는 라이더가 되고 싶다면 125cc로 시작해서 차례로 단계를 거쳐 올라가는 것이 좋다. [사진 현종화]

안정적인 고급 스킬을 구사하는 라이더가 되고 싶다면 125cc로 시작해서 차례로 단계를 거쳐 올라가는 것이 좋다. [사진 현종화]

 
자신의 주행 수준에 맞지 않는 모터사이클을 타면 진짜 주행의 맛을 알기도 전에 버거운 덩치와 출력에 끌려다닌다. 상처를 입거나 공포심으로 결국 주행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재차 말하지만, 안정적인 진짜 고급스킬을 구사하는 운전자가 되기 원한다면 125cc로 시작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125cc(최소 6개월)~250cc(6개월)~400cc(6개월)~600cc~1000cc로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다룬 책을 보면, 초보자를 상대로 무작정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을 소개하곤 한다.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의 프레임이 어떻다느니, 뭐가 몇 년도에 변경돼서 성능이 향상됐다는 식의 글을 심심찮게 본다.  
 
 
 Bmw의 1200gs어드벤처 모델을 타봤다. 소프트웨어 편의 장치는 잘 돼 있지만, 하드웨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오프로드에서 타기에는 동양인 체형에 지나치게 무겁다. [사진 현종화]

Bmw의 1200gs어드벤처 모델을 타봤다. 소프트웨어 편의 장치는 잘 돼 있지만, 하드웨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오프로드에서 타기에는 동양인 체형에 지나치게 무겁다. [사진 현종화]

 
한 번도 라이딩을 해보지 않은 초보자에게 100마력 이상의 최고시속 250km에 달하는 모터사이클을 권한다. 
 
“이거 아주 잘 나갑니다. 조금만 타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이 정도는 타줘야 남들이 따라 다닙니다.”
 
비싼 모터사이클을 권하는 장사꾼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얘기에 잘 현혹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중년에서 노년에 들어서는 사람이다. 자식을 모두 키워놓고 그동안 먹고 사느라 누릴 수 없었던 자유의 본능을 실현하려 바이크 주행의 길에 들어서려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대부분 경제적인 능력도 있고 사회적인 위치나 체면이 있다. 때문에 고배기량의 수입 바이크에 관심이 높다. 인터넷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모델을 정하고 매장을 찾아가서 직원에게 물어본다. 매장 직원은 이것저것 권하며 조금만 익숙해지면 타기 쉽다고 말할 것이다.
 
젊은 시절 100cc 언더본을 한번 타본 사람이라면 더욱 잘 현혹된다. 1200cc 160마력짜리 모터사이클을 권하면서 조금만 익숙해지면 타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이건 ‘너 잘 걸렸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대부분 이런 손님은 얼떨결에 디자인이나 겉모습의 화려함만 보게 마련이다. 무거운 무게와 출력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거나 사고가 나서 다시 수리하러 돌아오는 손님이다. 그야말로 ‘봉’이다. 그나마 사고가 경미해 수리할 수 있는 상황이면 다행이다. 이 글을 수입메이커에서 본다면 상당히 싫어하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위기에 빠진 고객 나 몰라라 하는 수입 메이커  
실제 있었던 일을 한가지 예로 들어보자. 김 모 씨는 독일제 모터사이클을 한 대 구매했다. 125cc를 약 한 달간 타봤던 경력이 전부인 초보 운전자였다. 그런데 인터넷만 보고 800cc 모델을 샀다. 그때 모터사이클 회사 직원이 그랬다고 한다. “비교적 적은 배기량이다. 이 정도 배기량은 돼야 투어 갈 때 다른 사람들 따라다닐 수 있다.” 그 말을 듣고 김 씨는 1600만원이 넘는 바이크를 덜컥 사버렸다.
 
김 씨는 바이크가 출고돼 처음 주행해보고는 깜짝 놀랐다. 2기통 800cc에 100마력 정도의 출력은 김 씨에게 지나치게 무서운 출력이었다. 달리는 즐거움은커녕 살아서 도착하기만을 바랐다. 간신히 집에 와서 한 달 동안 세워만 놨다고 한다.
  
고민하다가 필자에게 개인레슨을 받으러 찾아왔다. 김 씨가 한 첫마디는 ‘돈 주고 타는 법을 배우고 싶어도 가르쳐주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였다. 하루 동안 김 씨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바이크 끌고 8자 돌기와 원 돌기, 기본자세뿐이었다. 워낙 경력이 전무하다 보니 그 이상의 레슨이 힘들었다.
 
 
고객이 바이크를 타다가 사고가 났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입 메이커 회사는 거의 없다. [사진 현종화]

고객이 바이크를 타다가 사고가 났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입 메이커 회사는 거의 없다. [사진 현종화]

 
레슨을 받고 어느 정도 주행이 가능해진 김 씨는 한동안 잘 타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바이크가 작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꺼낼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안전장비 때문에 다친 곳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 역시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당장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터사이클사에 전화해 용달차를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전화를 해봤는데 그 회사에서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단다.
 

기가 막혔다. 전 세계 최고의 브랜드와 품질이라며 엄청난 가격에 판매하는 회사다. 그럼에도 고객이 위험에 처했을 때 바이크를 운송할 수 있는 용달차도 불러주지 않는다니. 돈은 김 씨가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허사였다. 그 말을 듣고 작은 바이크 샵을 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김 씨를 좀 도와 달라고 했다. 결국 달려간 것은 그 지인이었고, 다행히 바이크를 구해왔다.
 
다른 수입 메이커들도 그렇게 다르진 않다. 결국 라이더가 미리 상황을 파악하고 똑똑해지는 방법밖에는 없다. 깔끔하고 멋진 바이크에 절대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김 씨는 800cc를 팔아버리고 250cc 바이크를 다시 샀다. 그리고 다시 레슨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인제야 맘 편하게 어디 놀러도 가고 집사람도 태우고 동네 한 바퀴 돌곤 한다”며 웃었다.
 
이런 케이스를 너무 많이 봤다. 수입 바이크 매장에 가서 바이크를 살 때는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매장에서는 절대 타는 사람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비싼 모델을 많이 팔면 그뿐이다.
  

 
차 운전 경력, 주행에 도움 안 돼 
아무리 운전 경력이 많다고 해도 바이크를 탈 때 안전이 보장된 것은 아니므로 모터사이클 라이딩에 대한 문제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현종화]

아무리 운전 경력이 많다고 해도 바이크를 탈 때 안전이 보장된 것은 아니므로 모터사이클 라이딩에 대한 문제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현종화]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 ‘누구 따라 이 모델을 사야 한다’라는 사람들에 대해서다. 한 운전자의 요청을 받고 개인레슨을 하러 갔다. 그런데 정말 단 한 번도 바이크를 타보지 못한 한 의사가 레슨을 요청했다. 레슨을 진행하면서 왜 이 사람이 모터사이클을 타게 됐는가를 물었다. 직장 상사가 모터사이클 매니어고 그 그룹과 어울리기 위해 모터사이클을 샀다고 했다. 이런 케이스도 상당히 많다.  
 
50cc 스쿠터도 타본 적 없는 의사 선생님이 산 모델은 4기통 1300cc였다. 건조중량만 300kg이 넘는다. 1단에서 시속 120km를 달릴 수 있다. 그런 모델을 겁도 없이,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친구들이 이런 걸 타면 이 정도는 타야 같이 다닐 수 있다’는 매장직원의 말에 덜컥 구매했다고 한다.
  
이 의사 역시 사놓고 한 달을 넘게 바라만 보고 있다가 용기를 내 타보길 시도했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4번을 넘어뜨리고 자신도 발목을 조금 다쳤다. 결국 포기했다. 역시 배울 곳이 없어 결국 개인레슨을 신청했다.
 

자동차는 마티즈 800cc를 타다가 3500cc 에쿠스를 타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차폭을 감지하지 못해 여기저기 접촉사고가 날 수는 있다. 그래도 운전자 신체에는 특별히 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은 완전히 다른 운송수단이다. 신체가 외부에 노출된 채 운전자의 체중 이동으로 조종한다. 3초 이내에 시속 100km로 달려야 하는 모터사이클을 완전 초보자에게 판매한다는 것은 비도덕적이다. 
 
이런 문제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앞서 말했듯 모터사이클에는 독이 있다. 시장의 장사꾼은 독을 제거했으니 안심하고 먹으라며 복어를 판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서 모터사이클엔 독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 독을 제거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지를 말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현종화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hyunjonghwa74@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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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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