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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날 나무심는 北 신랑·신부

3월 2일은 북한의 ‘식수절’(우리의 식목일)이다. 노동신문은 2일 1면 사설을 통해 “산림복구전투의 승패는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사상정신력에 의하여 결정된다”며 “봄철 나무심기에 한사람같이 떨쳐나 애국의 땀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치자”고 주문했다.  

 
산림복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역점사업이다. 김정은이 2014년 11월 중앙양묘장을 현지지도하면서 “벌거벗은 산림을 그대로 두고 이제 더는 물러설 길이 없다”며 “전후 복구건설 시기 온 나라가 떨쳐나 잿더미를 털고 일떠선 것처럼 전당, 전군, 전민이 총동원돼 산림복구전투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2015년 2월 김정은은 당, 군대, 국가경제기관 책임일꾼들에게 “지금 나라의 산림은 영원히 황폐해지는가 아니면 다시 일어서는가 하는 갈림길에 있다”며 “산림복구전투는 자연과의 전쟁이므로 전체 인민이 떨쳐나서게 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정은은 “각 도에도 양묘장을 건설하고 앞으로 10년 안에 나라의 모든 산을 푸르게 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은 모든 성·중앙기관·공장·기업소들에 나무심기·관리를 떠맡기는 담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담당림(林)’의 나무심기에 동원된 내각 육해운성 종업원들과 평안남도 주민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은 모든 성·중앙기관·공장·기업소들에 나무심기·관리를 떠맡기는 담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담당림(林)’의 나무심기에 동원된 내각 육해운성 종업원들과 평안남도 주민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2023년까지 나무 65억 그루를 심는다는 북한 당국의 산림복구계획에 따라 주민들은 추운 날씨도 아랑곳없이 ‘나무 모 키우기’ 등 산림복원에 총동원됐다. 지난 1월 30일 노동신문은 “자연과의 전쟁인 오늘의 산림복구전투에서 나무 모는 총탄과 같다”며 “올해에 더 많은 나무 모를 생산하기 위해 투쟁하는 함경남도 신흥군”을 소개했다.
 
대북소식통은 “북한당국이 모든 성·중앙기관·공장·기업소들에 나무 심기과제를 떠안겼을 뿐 아니라 나무는 나무를 심은 기관에서 책임지고 살려내도록 하는  ‘담당제’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로 해서 학생·종업원들이 학교·공장 구내에서도 나무 모 키우기에 매달리고 있으며 ‘나무 모밭’에 낼 거름확보 등에 총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6일 ‘온 나라의 수림화, 원림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편집물을 통해 학교 구내에서 나무 모 심기를 하는 평안북도 태천군 태천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학생들과 결혼기념으로 나무심기하는 신랑·신부들도 소개하며 그들의 애국심을 높이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015년 2월 ’산림복구전투는 자연과의 전쟁이므로 전체 인민이 떨쳐나서게 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6일 결혼기념으로 나무심기를 하는 신랑·신부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애국심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015년 2월 ’산림복구전투는 자연과의 전쟁이므로 전체 인민이 떨쳐나서게 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6일 결혼기념으로 나무심기를 하는 신랑·신부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애국심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아울러 그는 “일부 단위들에서 ‘나무 모 생산은 전시에 탄약을 생산하는 것과 같다’며 곡식이나 채소를 심던 텃밭에서도 나무 모를 키우도록 함으로써 주민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당국이 산림 황폐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산림복구전투’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동원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북한경제부문에서 근무한 고위 탈북민 김모씨는 “김정은 시대 들어 산림복구를 부쩍 강조하다 보니 간부가족들로 묶어진 ‘산림조성작업반’도 조직하고 ‘충성맹세’를 한다”며 “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간부가족작업반’에 소속돼 매일 수십 리길을 오가는 간부 부인들도 불만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김씨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 일하는 일꾼에게도 산림복구과제가 과다하게 부여된다”며 “‘주재국에서 좋은 수종의 나무 모들을 반입하라’는 지시가 내렸고 이를 실행하던 중 ‘외국 나무 육종은 북한기후에 적합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매년 1인당 500∼1000달러를 중국주재 북한대사관에 보내 중국에서 묘목을 사들이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학교구내의 양모장에서 나무 모 심기를 준비하는 평안북도 태천군 태천고급중학교학생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학교구내의 양모장에서 나무 모 심기를 준비하는 평안북도 태천군 태천고급중학교학생들.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당국이 산림복구에 주민들을 총동원하며 해마다 ‘전투’를 반복하고 있지만 산림 황폐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살던 탈북민 박지순(가명)씨는 “주민들이 통제에 못 이겨 나무심기에 동원되지만 밤에는 땔감을 위해 불법도벌을 하고 화전을 사고팔기도 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북한관영매체도 화전개발을 멈추지 않으며 산림복구를 무책임하게 하는 단위들을 공개 비판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6일 방영한 ‘뜨거운 애국의 한마음을 안고 산림복구전투에 떨쳐나서자’라는 제목의 코너에서 “아직도 산에서 강냉이가 자라고 있는 평안북도 벽동군”이라고 질타했다. 
 
방송은 “심지어 나무를 심어도 사람들이 강냉이 자라는데 지장이 된다고 나뭇가지를 잘라버린다”며 “개인 이기주의만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대체연료와 식량이 부족한 북한 상황에서 당국의 산림복원대책 한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6일 ’아직도 산에서 강냉이가 자라고 있는 평안북도 벽동군“을 질타했다(위쪽 사진). 방송은 ’심지어 나무를 심어도 사람들이 강냉이 자라는데 지장이 된다고 나뭇가지를 잘라버린다“며 ’개인 이기주의만 남아있다“고 지적했다.[사진 조선중앙TV캡처]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6일 ’아직도 산에서 강냉이가 자라고 있는 평안북도 벽동군“을 질타했다(위쪽 사진). 방송은 ’심지어 나무를 심어도 사람들이 강냉이 자라는데 지장이 된다고 나뭇가지를 잘라버린다“며 ’개인 이기주의만 남아있다“고 지적했다.[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성일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주민 노력총동원을 통한 나무 심기만으로는 산림복원이 어렵다”며 “나무 심기, 식량문제, 에너지 문제 등을 패키지로 가지 않으면 북한은 산림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통제에 못 이겨 ‘산림애호’라고 씌여진 구호판만 세워놓은 황해북도 평산군의 민둥산모습 [사진 조선중앙TV캡처]

북한 당국의 통제에 못 이겨 ‘산림애호’라고 씌여진 구호판만 세워놓은 황해북도 평산군의 민둥산모습 [사진 조선중앙TV캡처]

 
김수연 통일문화연구소 전문위원 kim.suye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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