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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왔던 북한 응원단 229명, 평양호텔서 물빼기 작업 중”

지난 10일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스위스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가면을 이용한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스위스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가면을 이용한 응원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내부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에 파견했던 응원단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익명을 요청한 대북 소식통이 28일 전했다. 소식통은 “미남 가면 논란도 일었던데다 남측 사회의 반응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이번 응원단 파견은 성과가 없었다고 보는 시각이 북한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당초 다음달 열리는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응원단·예술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가 지난 27일 실무회담에서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도 이런 북한 내부 기류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응원단이 18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경기에서 北 강성일을 응원하고 있다. [평창=뉴스1]

북한응원단이 18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경기에서 北 강성일을 응원하고 있다. [평창=뉴스1]

 
북한은 평창 겨울 올림픽에 모두 229명의 응원단을 보냈다. 주로 10~20대 여성으로 구성된 이 응원단은 북한 귀환 후 귀가하지 못하고 평양에서 일명 ‘물빼기’ 작업을 받고 있다고 탈북자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밝혔다. ‘물빼기’ 작업이란 한국 체류때 접한 사회 분위기와 문화를 떨쳐내도록 하는 사상교육을 뜻한다. 안 소장은 “‘물빼기’ 작업은 평양에서도 시설이 좋은 보통강호텔이나 양각도호텔에서 3~4일간 진행된다”며 “남측 못지 않은 시설을 일부러 골라 ‘우리도 남한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상교육에선 응원단 단원들에 대한 사상 교육과 함께 단원들에게 서로의 행실을 지적하도록 하는 ‘총화 작업’도 벌어진다고 한다.
 
북한이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때 응원단을 파견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들은 일명 ‘미녀 응원단’으로 불리며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모았고 일부에선 팬클럽 결성 얘기가 나올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평창 올림픽에선 사정이 달랐다. 응원단은 부채춤, 취주악 공연 등 여러 레퍼토리를 선보였지만 반응은 예전만큼 뜨겁지 않았다. 일명 ‘미남 가면’은 김일성을 본뜬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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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응원단의 일사불란한 응원 동작이 한국 사회 분위기에선 어색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북한 응원단도 올림픽 현장에서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일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경기 현장이 대표적이다. 휴식 시간에 한국 힙합 그룹 다이나믹듀오가 깜짝 공연을 했다. 다이나믹듀오가 노래 ‘출첵’으로 흥을 돋우자 관객들도 “Say(세이) 출~첵~”하며 열창했다. 그러나 북한 응원단은 처음엔 손뼉을 치다가도 곧 얌전히 앉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다 곧 단장의 지휘에 맞춰 북한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만의 응원을 했다. 경기 도중 이벤트로 결혼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이 대형 스크린에 잡히자 관중들이 모두 환호했지만 북한 응원단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윗선의 지시가 없으면 미동도 하지 않는 경직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북한 응원단이 한복과 전통 율동을 주제로 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응원단이 한복과 전통 율동을 주제로 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 응원단이 열광이 아닌 논란과 신기함의 대상으로 바뀐 이유로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꼽는다. 북한 문화를 집중 연구해온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은 창의성을 중시하고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사회로 변화했는데 북한 응원단은 꼭두각시 같은 집체적 동작을 선보이며 이질감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이번 평창 올림픽이 5G 통신이며 드론ㆍ로봇 등이 투입된 최첨단을 지향한 것과도 방향성이 맞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동완 교수는 “북한의 모든 문화적 활동은 정치적 수단인데, 이번 응원단은 남측 사회에서 그 수단으로서의 효용 가치를 상당히 잃어버렸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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