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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가 뜰 줄 알았다면 경애·선영이 이름도 불러줄 걸”

 평창올림픽 그후...‘컬링 어벤져스’의 유쾌한 수다
평창올림픽에서 컬링동화를 쓴 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브룸으로 스위핑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영 김은정 김초희 김민정 감독 김영미 김경애. [대구=송봉근 기자]

평창올림픽에서 컬링동화를 쓴 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브룸으로 스위핑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영 김은정 김초희 김민정 감독 김영미 김경애. [대구=송봉근 기자]

 
"'갈릭 걸스' 대신 '컬벤져스'라 불러주시면 어떨까요."
 
평창올림픽에서 '컬링 동화'를 쓰며 대한민국에 감동을 안겨준 한국 여자컬링대표팀 선수들의 바람이다. '컬벤져스'는 컬링과 히어로 영화 '어벤져스'의 합성어다.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은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땄다. 예선에서 세계 1~5위을 연파한데 이어 4강에서 일본을 드라마틱하게 꺾으면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평창올림픽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들에겐 인터뷰와 광고요청 문의가 하루에 150통이 넘게 쏟아졌다. 대표팀 선수들은 중앙일보를 비롯한 국내 언론 3개사와만 따로 인터뷰를 했다. 27일 경북체육회 환영행사가 열린 대구의 호텔인터불고에서 '컬벤저스'를 만났다. 
 컬링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땄다. [대구=송봉근 기자]

컬링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땄다. [대구=송봉근 기자]

 
컬링여자대표팀 팀원 5명 중 4명이 경북 의성 출신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주요외신들이 의성 특산물 마늘에 빗대 '갈릭 걸스'라고 대서특필했다.  
 
김선영(25)은 "전 세계가 우리를 주목했다니 참 신기하다"면서도 "대회 기간 우리끼리 별명을 컬벤져스로 정했다. 저마다 역할까지 정했다. 난 촐싹거려서 스파이더맨"이라고 말했다.
 
리드 김영미(27)는 "캡틴 아메리카의 팬이라 '캡틴 코리아'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드 김경애(24)는 "파워넘치는 샷을 구사하니 난 토르"라고 말했고, 김초희(22)는 "힘을 주체할 수 없어서 헐크"라고 말했다.
 
스킵 김은정(28)이 "난 힘이 없어서 호크아이"라고 하자, 동료들은 "화살처럼 정확히 꽂히는 샷을 구사해서 호크아이"라고 했다. 김민정 감독은 "난 '아이언맨'이 되고 싶다. 어벤져스처럼 우리도 하나로 뭉쳐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컬링여자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성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한 이들은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구=송봉근 기자]

컬링여자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성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한 이들은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구=송봉근 기자]

 
-올림픽 기간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자진 반납했다고 들었다. 스마트폰을 다시 켰을 때는 어땠나.
 
김선영: 소셜미디어 메시지가 너무 많이 들어와 화면에 999+란 숫자가 떴다. 1000개가 넘으면 그렇게 된다고 들었다. 자원봉사자분들이 하루종일 컬링만 본다고 하셔서 너무 기뻤다. 4강전을 마치고 선수촌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창밖으로 박수를 보내줬다.
 
김은정: 팬들이 우리가 휴대폰을 받을 시기에 맞춰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수고했어 여자컬링'이라고 해주셨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한 시간 동안 이 검색어가 1위였다고 들었다. 숙소에서 밥을 주실때 더 좋은거 먹으라고 해주신다. 이정도구나 확 와닿았다.  
 
김영미: SNS 메시지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알림을 꺼뒀다. 우리 모두 프로야구 삼성팬이라 지난해 5월 단체관람을 간적도 있는데, 올림픽이 끝난 뒤 삼성 구단이 내게 시구를 요청했다. 난 이승엽, 오승환 선수 팬인데 정말 기뻤다.  
 
김은정: 부산으로 야구를 보러갔을때 삼성 김상수 선수가 너무 멋있더라. (시구한다면?) 스톤 굴리듯 땅볼로 굴려야하나. 이렇게?
 
김초희: 난 구자욱 선수 팬이다. 너무 멋지다.
 
 평창올림픽에서 컬링동화를 쓴 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브룸으로 스위핑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영 김은정 김초희 김민정 감독 김영미 김경애. [대구=송봉근 기자]

평창올림픽에서 컬링동화를 쓴 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브룸으로 스위핑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영 김은정 김초희 김민정 감독 김영미 김경애. [대구=송봉근 기자]

 
-김은정이 김영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친 "영미~"란 말은 평창올림픽 최고 유행어가 됐는데.
 
김영미: 은정이는 영미의 친구, 경애는 영미의 동생, 선영이는 영미 동생의 친구라서 저보고 비선실세라고 하더라. 저를 중심으로 뭉친게 재미있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김선영: 영미 언니는 혈연, 학연, 지연의 끝판왕이다.(웃음)
 
김은정: '영미~' 지분은 거의 제거 아닌가요. 저도 모르게 유행어가 됐던데. 만약 알았다면 선영이도 불러주고, 경애도 불러줬을텐데. (웃음)
 
김민정 감독: 은정이가 그동안 경기 중 '서녕이~~'를 많이 외쳤다. 사실 컬링은 리드보단 스킵이 주목을 받는다. 리드 역할을 열심히 잘해줘 영미가 부각된 것 같다."  
 
한 술집은 이름이 영미인 사람에 소주 1병을 증정하는 이벤트 중이다.

한 술집은 이름이 영미인 사람에 소주 1병을 증정하는 이벤트 중이다.

-영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이 됐다.
 
김영미: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꽃부리 영'에 '아름다울 미'자를 쓴다. 할아버지가 예쁜 꽃이 되라고 지어주셨다. 올드한 느낌이라서 개명하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참! 술집에서 이름이 영미면 소주 한병이 무료라고 하던데…. 친구들이 같이 가자고한다.
 
(김민정 감독은 "올림픽이 끝난 뒤 많은분들이 영미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는다. 영미가 마음이 약한 아이라서 응하지만 갑작스런 관심에 힘들어한다. 내게 도와달라고 눈빛으로 호소하기도한다. 영미는 다시 휴대폰 전화도 꺼뒀다"고 말했다.)  
 
 컬링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대구=송봉근 기자]

컬링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대구=송봉근 기자]

 
-김은정 선수는 동그란 뿔테안경을 끼고 카리스마를 뽐내 '안경선배'란 별명을 얻었는데.
 
김은정: 아기자기한 것도 아닌것 같고, 대범한 것도 아닌것 같다. 그동안 10년간 언니 역할을 하다보니 선배 느낌으로 보였나 보다. 나도 늙고 싶지 않고 어리광도 부리고 싶은데. 뭔가 이미지가 녹아있나보다.
 
김민정 감독: 제가 선수 시절 막내가 은정이와 영미였다. 해외 대회 나가서 같은 방에 묵으면 은정이는 깨방정을 떠는 막내였다. 손톱에 네일아트한 걸 봐라. 평소엔 여성스럽다."
 
여자컬링대표팀 김은정은 빙판 위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빙판 밖에서는 네일아트를 즐길만큼 여성스럽다. [대구=박린 기자]

여자컬링대표팀 김은정은 빙판 위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빙판 밖에서는 네일아트를 즐길만큼 여성스럽다. [대구=박린 기자]

 
-일본과 4강전에서 연장 끝에 마지막 드로샷(스톤이 하우스 안에 멈추도록 던지는 샷)으로 이겼다.  
 
김은정: 사실 드로샷을 하고 싶지 않았다. 불안하기도 했다. 경애가 용기를 줬고,그것만 생각했다.
 
김경애: 난 성격이 단호하다. 그 상황에선 드로우샷밖에 없었다. 언니야는 원래 드로우샷을 잘하기 때문에.  
 
김선영: 문재인 대통령께서 축전을 통해 '일본전에서 보여준 샷이 환상적이라며 '거북선샷'이라고 말해주셨다. 뿌듯했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8대7로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강릉=뉴스1]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8대7로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강릉=뉴스1]

 
-스웨덴과 결승 9엔드에 상대 승리를 인정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김은정: 7엔드에 3점을 줘서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전날 남자 결승에서 스웨덴 스킵이 멋지게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봤다. 쿨하게 인정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웨덴도 2등만 했던 팀이라 마음고생이 심했을텐데, 그날은 완벽해서 인정해야되겠다고 생각했다.
 
-'컬링 동화' 같은 스토리다.  
 
김은정: 영미와 대학교 시절 주말에 만나 김밥 한줄 먹고 컬링장으로 갔다. 라인 하나를 잡고 번갈아 던졌다. 스톤이 귀신처럼 똑같은 곳에 위치한 '댄싱'이 이뤄졌다.  
 컬링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땄다. [대구=송봉근 기자]

컬링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땄다. [대구=송봉근 기자]

 
 
-팀이 의성 출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김초희는 경기도에서 왔는데.
 
김초희: 나도 의성에 산지 몇년째다. 섭섭하거나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사투리를 조금 쓰는것 같다는 질문에) 아니다. 난 서울사람이다(웃음).
 
-만나고 싶은 스타가 있나.
 
김경애: 가수 강다니엘 팬이다. 브로마이드로 집에 도배를 했다. 난 경기중 '썽질'이 나있는데 강다니엘씨가 항상 웃고있는 모습이 좋다.    
 
김영미: 동생이 어느날 태블릿 PC를 샀길래 컬링 영상을 보는줄 알았다. 헤드셋을 끼고 웃고 있길래 가보니 강다니엘씨 영상을 보고 있더라. 이번 올림픽 
기간엔 숙소에 사진도 붙이지 않고 절제했다(웃음). 난 엑소 찬열씨 으르렁 안무가 너무 멋있더라.
 
김선영: 난 TV 보는걸 좋아한다. 예능과 드라마를 모두 찾아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내가 팀원들에게 재미있는 드라마를 알려준다. 난 배우 고경표를 좋아한다.  
 
김은정: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나오는 혀짧은 해롱이 역할을 맡은 이규형씨가 인상적이었다.  
 
김초희: 난 배우 유승호씨를 좋아한다.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고 평소 그렇게 착하대요.
 
2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김은정(오른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5일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김은정(오른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광고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찍고 싶은 CF가 있나.
 
김영미: 뭐든지 다 잘할 수 있다. 마시는 음료? 근데 소외된 계층이나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광고라면 더 좋겠다.  
 
김은정: 돈을 떠나 사회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걸 해보고 싶다.
 
-앞으로 목표는.
김영미: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처럼 오랫동안 활약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팀 킴이 오랫동안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한다.  
 
김경애: 4년 전 주니어 세계선수권과 평창올림픽에서 2위를 기록했다. 은메달 밖에 못따봐서 금메달을 따고 제일 높은 자리에서 그만두고 싶다.
 
김은정: 김경두 교수님께서 주인의식을 가져라고 얘기해주셨다. 평창올림픽처럼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앞으로 대한민국 컬링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번에 컬링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컬링여자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초희 김은정 김선영 김경애 김영미 김민정 감독.[대구=송봉근 기자]

컬링여자대표팀이 27일 대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초희 김은정 김선영 김경애 김영미 김민정 감독.[대구=송봉근 기자]

 
김영미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연맹이 관리단체로 지정되면서 많이 힘들었다. 저희를 도와주시는 분보다 해하려는 사람도 많았다. 김경두 교수님과 감독님이 저희를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저희가 경상도 여자라 표현이 서툴지만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대구=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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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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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