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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머리 숱 많으면 간이 건강한 사람

기자
박용환 사진 박용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16)
진맥을 짚고 있는 의사. [중앙포토]

진맥을 짚고 있는 의사. [중앙포토]

 
기운이 허해 한의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다. 이런저런 한방검사도 하고, 한의사 선생님이 진맥한 후 이렇게 말한다. “간이 안 좋으시네요.” 간에 좋은 한약을 지었으나 이런 말을 들으니 불안감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양방에서 한 번 더 확인해 보고 싶다. 이틀 뒤 동네 내과를 찾았다. 혈액검사를 하고 일주일을 기다린다. 조마조마하다. 결과가 나왔다는 통보가 왔다. “어? 간이 정상인데? 한의사 선생님은 무엇을 가지고 그렇게 말한 거지?”
 
한의원에서 진료받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거꾸로 양방검사에서 안 좋다고 하지만 한방에서는 그 부분은 괜찮고 다른 부분을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상반되는 결과가 나오는 걸까?
 
지금까지 동의보감 건강스쿨을 제대로 읽은 독자라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검사 결과가 나와도 양의사끼리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인체를 바라보는 눈이 상당히 다른 한방과 양방의 진단이 똑같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위의 결과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언어의 정의가 달라서 그렇다. 마치 한국어와 영어가 차이나 듯 한의학에서 쓰는 간의 개념과 양의학의 간이 다른 면이 있어서 생기는 결과다. 한의학에서 간이라고 하는 것은 간장을 포함한 간과 연결된 인체 전반의 모든 시스템을 총칭하는 단어다. 양의학의 간은 간장, 즉 ‘liver’라고 하는 장기를 가리킨다. 혈액검사에서 GOT, GPT로 표시하는 결과 수치는 간장에서 진행되는 효소 활동의 양을 나타낸 것이다.
 
 
혈액검사에서 GOT, GPT로 표시하는 결과 수치는 간장에서 진행되는 효소 활동의 양을 나타낸 것이다. [중앙포토]

혈액검사에서 GOT, GPT로 표시하는 결과 수치는 간장에서 진행되는 효소 활동의 양을 나타낸 것이다. [중앙포토]



 
한방선 간 나쁘다는데 혈액검사는 정상, 왜?
한의학의 간은 간장을 나타낼 때도 있지만, 그 외의 것들도 포함하다 보니 간장이 아닌 다른 부분의 문제를 ‘간이 나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때 혈액검사는 정상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언어의 정의가 다른 문제는 현대 한의학의 큰 약점 중 하나다. 전체적인 몸을 볼 때 유기적인 연결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장점이 많은 학문임에도 세계 의학의 언어는 양방 중심으로 정리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소통이 안 되고, 결과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아져 불필요한 오해를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 일부 한의사들이 한의학계의 용어를 양의학 용어로 이해하기 쉽도록 개념을 정리하고 있다. 또 선진국의 양의사들도 한의학의 유기적인 사고를 배우고 전체적인 몸을 이해하는 노력도 하고 있으니 점차 좋은 통합모형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간장 이외의 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동양학에서는 우주의 사물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류하고 계통별로 정리한다. 그중에서 다섯 가지로 나누는 방법을 적용하는 원리를 '오행'이라 부른다.
 
다섯 가지로 분류되는 사물은 오행의 원리에 따라 설명한다. 오행은 목(木)· 화(火)·토(土)·금(金)·수(水)의 성질을 따르는데, 다섯 가지 원소(five elements)라 불리기도 한다. 사람의 오장이 다섯 종류이기 때문에 오행의 속성을 따라 설명할 수 있다.
 
 
간은 목의 성질을 닮은 장기다. 목의 성질이라 하는 것은 기운이 쑥 뻗어나가는 것이다. [사진 유튜브 캡쳐]

간은 목의 성질을 닮은 장기다. 목의 성질이라 하는 것은 기운이 쑥 뻗어나가는 것이다. [사진 유튜브 캡쳐]

 
간은 그중에서 목의 성질을 닮은 장기다. 목의 성질이라 하는 것은 마치 나무 같은 식물의 성질처럼 기운이 쑥 뻗어 나가는 것이다. 아주 강하게 기운을 확 뻗는 것은 화의 성질이고, 목은 기운을 적당히 정비해 가면서 쓸 만큼 쓰고 거둘 만큼 거둔다. 간은 그런 성질을 닮았다. 혈액을 저장하면서 적당히 분배하기도 한다. 반면 화의 성질을 닮은 심(장)은 혈액을 뿜어내는 데 여념이 없다.
 
색깔로 봤을 때 청록색이 그런 성질이다. 청록색의 푸른 기운은 에너지가 차가운 것 같지만, 도리어 봄을 알리듯 따뜻한 기운을 퍼뜨린다. 화를 상징하는 붉은색은 뿜어내는 열기를 상징한다. 계절로 보면 봄의 기운이 목의 성질에 해당한다. 
 
봄이 오면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어 에너지를 저장하려 하지만, 따뜻함을 통해 기운이 서서히 퍼지는 때다. 봄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Spring’이다. 통통 튀는 스프링이 일단 수축해 에너지를 거두고, 다음에 ‘튕~ ’하고 퉁겨나가게 되니 우연히 그 의미도 통하는 것 같다.
 
몸에 이런 성질을 가진 장기가 오장에서는 간장이 된다. 또 다른 곳은 어디가 있을까? 몸에서는 근육이다. 근육이 발달한 사람은 튕겨 나갈 듯하다. 근육은 혈액이 원활해야 발달할 수 있다. 울부짖는 소리도 이런 성질이다. 얼굴에서는 눈이다. 눈의 광채를 떠올려 보면 짐작이 간다. 피부에서는 털과 손발톱에 해당한다.
 
 
목숨이 끊겨도 일정 기간 계속 자라는 것이 머리카락 같은 털과 손발톱이다. [중앙포토]

목숨이 끊겨도 일정 기간 계속 자라는 것이 머리카락 같은 털과 손발톱이다. [중앙포토]

 
목숨이 끊겨도 일정 기간 계속 자라는 것이 머리카락 같은 털과 손발톱이다. 뻗어 나가는 기운이 있어서 그렇다. 간 계통이 건강하면 머리카락이 풍성해지는 것이 이러한 원리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목의 성질과 연관된 계통적 기능을 생각한다. 시스템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단어가 바로 ‘간’이 된다. 간 계통의 문제를 통칭해 간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혈액검사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이다.


 
부추가 간에 좋은 이유
이 개념은 다른 곳으로도 확장한다. 간에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부추가 간에 좋다고 하는 것은 이런 목의 성질을 보완해 간 계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뜻이다.
 
한의학의 이런 개념을 이해하면 진료를 받을 때 혼동이 없다. 때로 양쪽의 의견에서 차이가 나는 바람에 환자는 투덜대기도 하고 일부 양의사는 한의사를 비판하기도 한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일단 용어를 비롯해 그쪽 학문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후 비판하면 좋겠다.
 
한의학이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어 변화하는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 개념은 굉장히 소중해 한편으로는 꼭 지켜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동양학과 한의학의 깊은 정수를 잘 이해하는 지혜로 한의학에 접근하기 바란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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