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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연말정산] 설 연휴 딱 한 편을 몰아보길 원한다면

이번 설 연휴 동안 당신의 계획은 무엇인가. 지난 추석 열흘에 달했던 황금연휴에 비해 턱없이 짧은 기간이지만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지난해 당신이 놓쳤던 프로그램을 몰아보는 것이다. 비록 시청률과 화제성 둘 다를 잡은 히트작은 아니지만, 반드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드라마 3편을 골랐다. 연말 정산하는 마음으로 보다 보면 뜻밖의 수확을 얻을 수도 있다.  
 
'로스트'는 못 돼도 캐릭터는 남았다 '미씽나인' 
'미씽나인'은 전용기를 타고 가다 조난 당한 9명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정경호와 백진희. [사진 MBC]

'미씽나인'은 전용기를 타고 가다 조난 당한 9명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정경호와 백진희. [사진 MBC]

장르물 팬들에게 지난 한 해는 풍년이었다. tvN ‘비밀의 숲’을 비롯해 극 초반부터 막판까지 쫄깃함을 자랑하는 수작이 등장했고, OCN은 ‘보이스’부터 ‘터널’ ‘듀얼’ ‘구해줘’ ‘블랙’까지 연중 라인업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중 MBC의 ‘미씽나인’(2017년 1월 18일~3월 9일)을 기억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조난 사고를 당한 아홉 남녀의 무인도 표류기라는 스토리는 한국판 ‘로스트’로 기대를 모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긴장감이 풀어지는 이야기에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미씽나인’을 그대로 지나치기엔 아쉬움이 크다. 돈과 명예 등 살면서 중요하게 여겼던 요소들이 무인도에서 얼마나 무용지물인지를 잘 보여줄뿐더러 위기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생존능력에 따라 관계가 역전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대형 기획사 소속 연예인들과 스태프들로 구성돼 있어 갑과 을이 뒤바뀔 때 생기는 쾌감도 상당하다.  
'미씽나인'에서 소름 끼치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최태준. [사진 MBC]

'미씽나인'에서 소름 끼치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최태준. [사진 MBC]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배우의 발견이다. 2030 젊은 배우들이 가뭄에 가깝다는 업계의 하소연과 달리 기대주들이 대거 등장한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정경호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던 최태준이 연말 시상식에서 각각 ‘최고의 코믹 캐릭터상’과 ‘최고의 악역상’을 받은 것 역시 열연 덕분이 아닐까. 태항호나 이선빈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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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사는 놈이 욜로는 무슨… '자체발광 오피스'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대기업 면접에서 계속 떨어진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마포대교를 찾는다. 하지만 이를 우연히 목격한 사주 지시에 따라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 MBC]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대기업 면접에서 계속 떨어진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마포대교를 찾는다. 하지만 이를 우연히 목격한 사주 지시에 따라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 MBC]

청춘물 역시 지난 몇 년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팍팍한 현실을 반영한 청춘남녀의 이야기가 더 큰 사랑을 받은 것이다. KBS ‘쌈, 마이웨이’나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모두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그 중에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MBC ‘자체발광 오피스’(2017년 3월 15일~5월 4일)였다. ‘쌈, 마이웨이’의 권투선수 지망생 박서준이나 아나운서를 준비하던 김지원은 꿈이라도 있었지만 '자체발광 오피스'는 무언가를 바라는 것 자체가 사치인 젊은이들, 마포대교 위에서 자살을 도모하다 만난 세 남녀의 이야기인 만큼 더욱 절박하고 매사가 절실하다.  
 
2014년작 ‘미생’이 바둑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던 장그래가 무역회사에 입사해 사회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2017년작 ‘자체발광 오피스’는 산전수전을 겪을 만큼 겪은 고아성·이동휘·이호원 등 7포 세대가 디자인회사에 입사해 애써 잡은 동아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병원에서 엿들은 말 때문에 자신이 시한부 인생인 줄 아는 인물도 있다. 그래서 ‘눈에 뵈는 것’ 정도는 없어 줘야 하고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고, 그럼에도 대체 누굴 믿고 이러느냐는 핀잔에 “내 뒤에 염라대왕 있다”고 말해야 하는 현실이 웃프다. 자꾸만 콕콕 찔러대는 대사 때문에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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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보다 미덕이 필요한 사회를 꿈꾸다 '아르곤'  
탐사보도 프로그램팀 '아르곤'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계약직 기자 천우희와 앵커 김주혁. [사진 tvN]

탐사보도 프로그램팀 '아르곤'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계약직 기자 천우희와 앵커 김주혁. [사진 tvN]

사회고발물 중에서는 방송국 뉴스 탐사보도 프로그램팀의 이야기를 다룬 ‘아르곤’(2017년 9월 4~26일)이 돋보였다. ‘아르곤’은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정통 시사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처럼 인물 중심으로 움직인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우 김주혁이 아르곤 팀을 이끄는 앵커 김백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아르곤’의 매력은 다른 사회고발물과 달리 절대 과하지 않다는 데 있다. 미드타운 인허가 비리 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모두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다. 팩트를 가장 중시하며 치열하게 달려온 이들이 실은 3년 전 팩트 확인을 하지 않아 비리의 토대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이를 감추기 위해 법석을 떠는 대신 오보임을 고백한다. 누구나 노력하지만 실수할 수 있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미드 ‘뉴스룸’ 같은 스케일이나 할리우드 영화 ‘스포트라이트’ 같은 치밀함은 없어도 훨씬 더 인간적이랄까.  
'아르곤'에서 김주혁은 냉철하면서도 가슴은 따뜻한 연기를 선보였다. [사진 tvN]

'아르곤'에서 김주혁은 냉철하면서도 가슴은 따뜻한 연기를 선보였다. [사진 tvN]

하여 ‘영웅’을 만드는 대신 뉴스가 탄생하기까지 거치는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계약직 기자 이연화 역을 맡은 천우희를 비롯해 프로듀서 박원상, 라이벌 국장 이승준, 메인 작가 박희본까지 고루 빛난다. 탄탄하다 못해 빈틈이 없어 8부작으로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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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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