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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만의 올림픽 남자 피겨 싱글 2연패...'피겨 왕자' 하뉴 유즈루의 모든 것

17일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 싱글에서 우승한 하뉴 유즈루(24.ANA). 일본이 자랑하는 ‘피겨 프린스’다. 2014 소치 겨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세계선수권 대회 두차례 우승과 그랑프리 파이널 4연패를 달성한 세계 랭킹1위. 지난해 11월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이번 올림픽 단체전에 불참하고 개인전에만 참가한 그는 66년만의 남자 싱글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남자 피겨 싱글 올림픽 2연패는 1948년 생모리츠(스위스)와 52년 오슬로 대회를 석권한 미국의 전설적인 스케이터 딕 버튼에 이은 두번째다.  
야구선수를 꿈꿨던 어린 시절부터 고향 센다이에서 발생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의 경험, 세계석권으로 일본인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안겨준 그의 스케이트 인생을 돌아본다.
 
어릴 때 꿈은 야구선수  
14살이던 2008년 재팬 수퍼주니어 대회에서.

14살이던 2008년 재팬 수퍼주니어 대회에서.

 
1994년 12월7일생.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태어났다. 4살 위 누나가 피겨 스케이트를 먼저 배웠다. 2살부터 앓은 천식을 극복하기 위해 피겨 스케이트를 시작했다. 천식 후유증으로 10대까지는 폐활량이 작아 체력과 지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치료를 받고 몸집이 커지면서 심폐기능을 향상시켰다. 학창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하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야구소년을 꿈꾸기도 했다.  
10세때부터 노비스(9세 이상 13세 이하) 경기에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2004년 전일본노비스선수권과 핀란드 산타클로스컵에서 잇달아 우승했다.  
 
12세에 성공한 3회전 점프
 2010년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확인한 뒤 환호하는 하뉴.

2010년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확인한 뒤 환호하는 하뉴.

 
각종 주니어 대회에 출전한 10세부터는 표현력을 기르는데 집중했다. 12세 때 처음 3회전 점프에 성공한 뒤엔 기량이 급성장했다.
중학생이던 2008년 11월 전일본 주니어선수권 대회를 시작으로 이듬해 전국 중학교 스케이트 대회, 크로아티아컵 등을 석권했다. 2009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15살의 나이로 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됐고, 2010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0년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 선 하뉴.

2010년 피겨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 선 하뉴.

중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는 “스케이트만 잘 타는 인간이 되지 말라”고 가르쳤다. 하뉴는 원정 훈련이나 경기 때 늘 참고서를 챙겼다. 학업 성적도 우수한 편이었다.
 
시니어 대회에서 경험한 좌절
2011년 2월 4대륙선수권 대회에서 다카하시 다이스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1년 2월 4대륙선수권 대회에서 다카하시 다이스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고교에 입학한 2010~2011 시즌에 시니어대회에 첫 출전했다. 시니어대회에서 꼭 갖춰야 할 4회전 점프를 갖추지 못한 시기였다. 2010년 12월, 16세로 출전한 전일본선수권 대회에서는 고즈카 다카히코와 오다 노부나리, 다카하시 다이스케에 이어 4위였다. 분루를 삼킨 하뉴는 시즌 마지막 대회가 된 2011년 2월 4대륙선수권에서는 다카하시 다이스케에 이은 2위를 차지하며 사상 최연소로 시상대에 올랐다.  
 
스케이트 링크에서 경험한 동일본대지진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2만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2만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지역에 지진이 발생했다. 매그니튜드 9의 강진으로 후쿠시마의 원전이 파괴됐고, 2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고교 1학년이던 하뉴는 센다이의 아이스링크에서 연습중이었다. 집은 붕괴됐고, 수도와 전기가 끊겼다. 스케이트를 신은 채 밖으로 대피한 하뉴와 가족들은 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나흘을 지냈다.  
고베에서 열린 2011년 동일본대지진 자선쇼에 앞서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는 하뉴 유즈루.

고베에서 열린 2011년 동일본대지진 자선쇼에 앞서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는 하뉴 유즈루.

 
지진 발생 열흘 후에는 요코하마에 있는 코치와 함께 지내며 훈련을 재개했지만 지진의 영향으로 도쿄와 인근 아이스링크도 대부분 폐쇄됐다. 많은 선수들이 훈련장소를 찾아 요코하마의 아이스링크로 몰리면서 그의 연습시간은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하뉴는 “새삼 연습할 수 있는 기쁨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2012년 세계선수권 쇼트 프로그램을 연기하는 하뉴.

2012년 세계선수권 쇼트 프로그램을 연기하는 하뉴.

 
2012년 3월,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한 하뉴는 시상대 가장 낮은 곳에 섰다. 17세 3개월의 소년이 4회전을 무기로 국제무대에 도전했다. 1위는 패트릭 챈, 2위는 다카하시 다이스케였지만 기술요소 점수로는 이들을 웃돌았다.  
2012년 첫 시니어 무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하뉴(오른쪽). 가운데는 패트릭 챈, 왼쪽은 다카하시 다이스케다.

2012년 첫 시니어 무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하뉴(오른쪽). 가운데는 패트릭 챈, 왼쪽은 다카하시 다이스케다.

 
동메달을 목에 건 하뉴는 환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했다.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해 스케이트를 타려고 했는데, 타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분들이 저를 응원하고, 제게 힘을 주셨죠. 그 응원을 받아 최선의 연기를 하는 게 그분들께 은혜를 갚는 일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이제서야 지진의 심적 고통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더 큰 꿈을 향해 캐나다로
소치올림픽에서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기하는 하뉴 유즈루.

소치올림픽에서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기하는 하뉴 유즈루.

 
고3이 된 하뉴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찾아 캐나다 토론토의 ‘크리켓클럽’으로 향했다. 역시 오서 모치에게 배우던 스페인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와 절친이 됐다. 4회전 점프를 자유롭게 뛰던 세살 많은 페르난데스는 하뉴에게 좋은 자극이자 라이벌이었다. 팬들은 두 선수를 ‘하비유즈’라고 불렀다.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오른쪽)가 하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오른쪽)가 하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다
 
2013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자신의 기록을 모두 갱신했다. 특히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세계 역대 최고득점을 기록하며 이 대회 첫 우승을 달성했다. 2014년 2월 열린 소치 올림픽에서도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득점이던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피겨 일본인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두번째로 어린 피겨 금메달리스트였다. 
2014 소치 겨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는 하뉴 선수.

2014 소치 겨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는 하뉴 선수.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그랑프리 시리즈에서는 프리스케이팅 ‘오페라의 유령’ 직전 연습에서 중국 선수와 안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상을 입고도 2위에 입상했다. 2015년 시즌에서는 노(能)나 교겐(狂言)같은 일본 전통공연의 움직임들을 작품에 녹였다.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330.43으로 자신의 세계기록을 갱신하며 사상 최초의 3연패에 성공했다. 이듬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우승하며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연기한 2014년 베이징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연기한 2014년 베이징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

 
발목부상 딛고 출전한 평창 올림픽
지난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공식 훈련을 마친 뒤 기자회견하는 하뉴 유즈루.

지난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공식 훈련을 마친 뒤 기자회견하는 하뉴 유즈루.

 
지난해 11월 NHK컵 공식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부상으로 그랑프리 파이널, 전일본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석달 넘게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있는 그지만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는 여전히 올림픽 시상대에 설 운명”이라며 하뉴가 유력한 금메달 후보라고 전망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알고 보자! 하뉴 깨알 상식
①경기 전 가슴에 긋는 십자가    
하뉴 선수가 연기하기 직전 가슴에 십자가를 긋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는 십자가가 아니다. 무사의 ‘사(士)’를 한자로 가슴에 새기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인 코치로부터 배운 일종의 주문으로, 신체의 세로와 가로를 반듯이 하고 어깨와 허리 라인을 수평으로 유지하도록 의식하는 의미가 있다.
또 아이스링크에 들어가거나 링크에서 나올 때는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춘다. 그는 인터뷰에서 “유도 선수들은 도장을 드나들 때 인사를 한다. 우리 스케이터들에게 아이스링크가 그들의 도장이다.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마음, 부상 없이 타게 해달라는 당부의 마음도 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②하뉴의 우상, 그리고 친구들
왼쪽부터 아라카와 시즈카, 러시아의 예브게니 플루셴코, 미국의 조니 위어.

왼쪽부터 아라카와 시즈카, 러시아의 예브게니 플루셴코, 미국의 조니 위어.

하뉴가 러시아의 피겨 전설 예브게니 플루셴코를 우상처럼 여긴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어린 시절 플루셴코를 닮고 싶은 마음에 헤어스타일을 흉내 낸 ‘유즈센코 거트’를 한 적도 있다. 이밖에 같은 고향의 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 의상 디자인도 의뢰한 적이 있는 미국의 조니 위어와도 친한 사이다.  
SNS 활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그지만 친구들의 SNS를 통해 교우관계가 공개되곤 한다. 하비에르 페르난데스 외에도 다카하시 다이스케, 오다 노부나리 등 일본 대표 선수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종종 공개되고 있다.  
 
③행운을 부르는 ‘곰돌이 푸’
하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디즈니의 '곰돌이 푸'다. 한 인터뷰에서 "한결같은 표정의 푸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연기를 마치면 팬들은 아이스링크를 향해 '곰돌이 푸' 인형을 던진다. 타임은 "때론 곰돌이 푸가 비처럼 쏟아질 때가 있다"고 했다. 미국의 월트디즈니사도 이런 내용을 자사 웹사이트에 게재하기도 했다. 
곰돌이푸 티슈케이스를 링크 펜스에 올려두고 훈련중인 하뉴 유즈루.

곰돌이푸 티슈케이스를 링크 펜스에 올려두고 훈련중인 하뉴 유즈루.

 
시합때마다 곰돌이 푸 티슈케이스를 경기장 펜스에 올려두고 사용한다. 다만 올림픽에서는 협찬사와의 관계 때문에 곰돌이 푸 티슈케이스와 타올은 아이스링크에 가져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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