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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한파 준비물만 20개…일본의 완벽주의? 오버?

 #1.평창올림픽 개막 전부터 일본 외무성이 발간한 ‘한국 생활 안내서’가 논란이 됐다. 
한국을 한마디로 ‘범죄가 많고 추운 나라’로 묘사한 표현들 때문이었다.  
문제가 된 자료는 일본 외무성과 주한일본대사관이 지난해 말부터 배포한 A4용지 27장 분량의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안전 입문서’다. 
그 서문에서부터 “강원도는 한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이고, 대회기간중인 2월과 3월은 야간에 영하 20도까지 기온이 떨어질 수 있다. 관전을 위해 안전한 방한대책을 꼭 취해달라… 한국은 범죄발생율이 일본보다 높기때문에 경기장 주변에서 절도나 소매치기 등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시라”는 표현이 담겼다. 
일본 외무성이 만든 평창 방한대책 문건. 평창 추위에 대비한 준비물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일본 외무성이 만든 평창 방한대책 문건. 평창 추위에 대비한 준비물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표지를 포함해 A4용지 27페이지에 달하는 상세내용속 ‘살인사건이 일본의 2.5배,강도가 1.2배,강간이 13배,강제추행이 6.4배’라는 내용도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한국인들과 달리 일본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건 별도로 만들어진 방한 대책 문건이었다.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실제온도보다 5도이상 낮게 느껴진다. 경기 관전을 위해선 만전의 방한대책을 취해야 한다”로 시작되는 관련 지침은 20개에 가까운 준비물을 ‘참고’로 제시했다.
귀를 덮는 모자,눈만 노출하는 복면,귀 마스크,일반 마스크,넥 워머,후드형 다운 자켓(※자켓 밑엔 유니클로의 히트텍이나 후리스 등 껴입기 필수),두꺼운 장갑(스키용 장갑),방풍 바지,울 소재 양말,방한 부츠,핫 팩,무릎 담요,핫 드링크용 보온병,휴대폰 밧데리~.
 
서울에 머물고 있는 한 일본인은 “대사관 차원에서 이런 준비물을 제시하는 등 방한대책을 연구하고 있다는 게 역시 일본 답다”며 “방한대책을 확실히 세우라는 대사관의 의도와 달리 이런 정보를 접한 일본인들은 추운 한국에 가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은 준비하는 나라인가,아니면 오버하는 나라인가'의 논란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남북 단일팀 입장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뒤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한편 미국 펜스 부통령 내외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앉아 있다. [연합뉴스]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남북 단일팀 입장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뒤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한편 미국 펜스 부통령 내외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앉아 있다. [연합뉴스]

#2.지난 2013년 2월.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개막을 앞둔 일본은 연습경기와 1차 예선전이 예정된 오사카 교세라돔과 후쿠오카 야후돔의 마운드와 불펜,타석을 개조했다. 
준결승과 결승전 무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AT&T파크와 같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였다. 
 
일본 야구장보다 미국 야구장의 흙은 상대적으로 더 딱딱하고 잘 파이지 않는다.
일본 선수들이 미리 미국의 흙을 체험할 수 있어야 우승에 더 가까워진다는 판단이었다. 
일본은 AT&T파크 마운드의 흙과 같은 질의 '마운드클레이'흙을 공수한 뒤 마운드에 6cm 깊이의 장방형 구멍을 여러개 뚫고, 200개의 진흙 덩어리(팩)를 묻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1,2차 라운드를 통과해 샌프란시스코행에는 성공했으나, 준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에 지고 말았다. '야구장 흙 적응'훈련까지 마쳤지만 결국 보람은 없었던 것이다. 
 
#3.일본 정부는 “과도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논란속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대피요령을 담은 지침을 일선 학교에 곧 배포키로 했다. 학교별 위기관리 매뉴얼 작성의 기준이 되는 기존의 지침서에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행동 요령을 대폭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사일이 일본의 어느 지역에 낙하할지 정보가 있을때 까지 실내에 계속 머물러라’는 등의 행동 요령이 담길 예정이다. 
이미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85.1%,기초자치단체의 66.6%가 개별학교와 협의해 이미 미사일 발생시에 대비한 학생들의 대피 방법을 정해놓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2일 도쿄 한복판에서 첫 미사일 대피훈련이 열리는 등 47개 광역자치단체들중 이미 30개 안팎의 광역단체에서 대피훈련을 실시했다. 곧 일본 국회에서도 비슷한 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 야마구치현의 학교에서 열린 미사일 대피 훈련의 모습[교도=연합뉴스]

일본 야마구치현의 학교에서 열린 미사일 대피 훈련의 모습[교도=연합뉴스]

 
꼭 미사일 대피 훈련이 아니더라도 화재ㆍ지진 등 재해에 대비한 훈련은 일본인들에겐 이미 일상이 됐다. 중앙일보 도쿄총국이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긴자의 지지통신 빌딩의 경우 3월초 각 사무실의 소방담당자 1인 이상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공동 훈련이 실시된다. 화재 발생을 전제로한 비상구 대피 훈련 등이 실제 상황처럼 진행된다. 1년에 한번씩은 도쿄 긴자 한복판의 대로에 모여 화재 진화,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 조치도 연습한다. 각 사무실의 소방담당 역할을 맡은 사람은 소정의 방재 교육을 이수한 뒤 자격증을 따야한다. 사무실마다 예외는 전혀 없다. 
 
일본인들의 이같은 완벽주의를 두고는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평생을 ‘일본인 연구’에 바친 미나미 히로시 전 히토쓰바시 대학 명예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일본인 특유의 완벽주의에 대해 “자아불확실성과 결정 불안 등 일본인의 특징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더 한층의 노력을 요구하는 강박적 경향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식 완벽주의인가, 아니면 오버인가, 일본인들을 둘러싼 논쟁은 진행형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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