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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출신’ 한수진, 스위스전 골대강타가 두고두고 생각난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한수진. [중앙포토]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한수진. [중앙포토]

 
“(인터넷에) 영상이 나왔더라고요.”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공격수 한수진(30)은 지난 10일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스위스와 예선 1차전이 두고두고 생각난다. 0-0으로 맞선 1피리어드 8분30초 김희원이 상대선수와 몸싸움을 펼친 끝에 퍽이 흘렀다. 한수진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퍽을 잡고 단독 드리블 돌파를 했다.  
 
한수진은 탑코너를 향해 회심의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퍽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김정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홍보팀장은 “정말 잘 때린 슛이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세계 6위 스위스에 0-8로 졌다. 결과론적이지만 한수진의 골이 들어갔다면 점수 차가 조금은 더 좁혀졌을지도 모른다.
 
한수진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금은 건반 대신 스틱을 두드린다.

한수진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금은 건반 대신 스틱을 두드린다.

 
몇 해 전까지도 그의 가녀린 손은 피아노 건반을 오갔다. 지금 그의 손은 장갑 속에서 흠뻑 땀에 젖어있다.
 
한수진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예원학교-서울예고-연세대 기악과(피아노 전공)를 졸업했다. 자신있는 곡은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소나타 3번.
 
아이스하키는 초등학교 때 취미로 1년쯤 하다 그만뒀다. 어머니(조효상·60)는 딸이 피아니스트가 되길 원했다. 대입 재수를 하던 2006년, 한수진은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가는 길에 목동빙상장에서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길래 무작정 들어갔다. 그 때 아이스하키를 향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한수진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금은 건반 대신 스틱을 두드린다.

한수진은 피아니스트가 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금은 건반 대신 스틱을 두드린다.

 
“아이스하키를 하겠다”는 딸의 ‘폭탄선언’에 어머니는 펄쩍 뛰었다. 한수진은 어머니 몰래 아이스하키 장비를 사들였다. 하루는 새벽에 잔뜩 화가 난 어머니가 그를 깨웠다. 장비 구매 영수증을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들킨 것이다.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피아노로 대학에 가면 아이스하키를 허락하겠다”고 조건부로 승낙했다.
 
한수진은 그 해 어머니 바람대로 대학에 진학했다. 입학하자마자 남자 뿐인 대학 아이스하키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리고 2007년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뽑혔다.
 
여자아이스하키 한수진. [중앙포토]

여자아이스하키 한수진. [중앙포토]

그는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면 나홀로 번호표를 달고 무대 위에 올라가 외로운 싸움을 한다. 떨려서 악보를 까먹기도 했다. 반면 아이스하키는 옆에 늘 동료들이 있다. 아이스하키 쪽 구호인 ‘원 바디(우리는 한몸)’가 좋았다. 드레스를 입고 콩쿠르에 나가는 것보다 빙판 위에서 스틱을 잡는 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결국 한수진은 빙판을 택했다. 아이스하키를 더 잘하고 싶어 2011년 일본 아이스하키 클럽으로 유학을 떠났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었던 그 해다. 손에 200만원을 들고 무작정 일본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만두를 빚고 설거지를 했다. 방 월세를 내려고 15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다 갚는데 3년이 걸렸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한수진은 낮에는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밤에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했다. 대학은 입학 7년 만인 2014년 마쳤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오후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친선 평가전을 벌였다. 단일팀 한수진이 스웨덴 선수와 퍽을 다투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오후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친선 평가전을 벌였다. 단일팀 한수진이 스웨덴 선수와 퍽을 다투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세계 무대에서 동네북 신세였다. 2007년 일본에 0-29로 참패를 당했다. 아는 사람들이 “비전도 없는 걸 왜 하냐” “한달에 120만원(국가대표 하루 훈련수당 6만원) 벌어 생활이 가능하냐”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그럴 때면 그는 “전엔 국가대표 하루 수당이 3만5000원이라 월 60만원을 받은 적도 있는데, 두 배로 늘지 않았냐”고 받아 넘겼다.
 
한수진은 키가 1m59cm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스피드가 좋고 궂은 일을 도맡는다. 한수진은 지난해 4월 네덜란드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리그) 최종 5차전에서 2골을 터트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5전 전승을 거둔 한국은 3부리그로 승격했다.
 
그렇게 반대했던 어머니도 이제 경기장을 찾아 응원할 만큼 든든한 지원군이다.짙은 쌍꺼풀이 매력적인 한수진은 평소 FC바르셀로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닌다. 머리카락은 걸리적거려 짧게 잘랐다. 말투는 나긋하지만 승부욕이 강하다.
 
14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한일전이 열렸다. 단일팀 한수진이 슈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4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한일전이 열렸다. 단일팀 한수진이 슈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단일팀은 지난 14일 일본(9위)와 예선 3차전에서 1-4로 패했다. 이 경기 전까지 단일팀은 일본에 7전7패에 그쳤고, 1골을 넣고 106골을 내줬다. 이날 올림픽 사상 첫 골을 기록하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한수진은 2라인 공격수로 18분35초간 빙판을 누볐고 유효슈팅도 한 개 날렸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일본 경기가 끝난 뒤 단일팀 조수지(16), 랜디 희수 그리핀(37), 최유정(6)이 아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일본 경기가 끝난 뒤 단일팀 조수지(16), 랜디 희수 그리핀(37), 최유정(6)이 아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일본전 후 한수진은 “한 경기를 뛰고나면 모든선수가 체력이 방전되는데, 일본전 만큼은 체력이 더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일전이라 더 이를 악물고 뛰었다. 1-2로 뒤진상황에서 선수들끼리 기적을 바라기보단 만들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한일전 스코어가 0-3이었지만 1대8, 1대9 비율로 밀렸다. 이번에는 올림픽 무대인데도 불구하고 주눅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예선 3연패를 기록한 한국은 순위결정전 2경기를 남겨뒀다. 일본과 다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한수진은 한일전 맞대결에 대해 "대진표가 나와봐야한다"고 말을 아꼈다. 일본과 다시 맞붙으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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