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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못하겠다, 日가겠다" 88올림픽 때 서울 공기는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렸던 88 서울올림픽 개막 행사 장면 [중앙포토]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렸던 88 서울올림픽 개막 행사 장면 [중앙포토]

지난 9일 개막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추위와 강한 바람 탓에 알파인 스키 등 일부 종목에서 진행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또 다른 복병이 있다.
바로 미세먼지다. 바람이 잔잔해지면 등장하는 미세먼지 탓에 환경부와 강원도는 미세먼지 오염이 치솟으면 언제든지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사업장의 조업이 단축되고, 공사장도 관리가 엄격해진다.
그렇다면 30년 전인 1988년 가을에 열렸던 서울올림픽 때는 공기가 맑았을까.
88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종로 구간에서 88 미스코리아(준미스유니버스) 장윤정씨가 성화를 들고 달리고 있다. [중앙포토]

88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종로 구간에서 88 미스코리아(준미스유니버스) 장윤정씨가 성화를 들고 달리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자료들을 보면 그때는 지금보다 미세먼지를 포함해 대기오염이 훨씬 심각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육상 선수들은 "공기 오염이 심한 서울에서는 연습을 못 하겠다"며 "공기가 맑은 일본에서 훈련하다가 경기가 열리는 날에만 한국으로 와서 경기를 치르겠다"는 말을 대놓고 하기도 했다.
북한도 "공기 오염이 심한 서울에서 경기하면 큰일 난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아주대 예방의학과 장재연 교수. 그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 겸하고 있다. [중앙포토]

아주대 예방의학과 장재연 교수. 그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 겸하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던 아주대 의대 장재연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에서도 84년부터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85년부터 서울의 대기오염을 분석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장 교수는 "당시 올림픽의 도핑 테스트를 위해 들여온 장비를 활용해 대기오염을 측정할 수 있었는데, 당시 서울에서는 총부유분진(TSP)가 ㎥당 4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까지 치솟을 때도 있었다"며 "미세먼지(PM2.5)도 연평균치가 지금의 4배 수준인 109㎍/㎥이나 됐다"고 말했다.
총부유분진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모든 먼지를 말하고, 미세먼지는 먼지 중에서 입자 크기가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인 것만을 말한다.
88올림픽을 앞두고 TV에 방영된 공익광고 [자료 한국방송광고공사]

88올림픽을 앞두고 TV에 방영된 공익광고 [자료 한국방송광고공사]

1990년 당시 환경처(지금 환경부)가 발간한 '한국 환경연감'이나 '환경백서'를 봐도 당시 서울의 심각한 대기오염을 알 수 있다.
86년 서울의 총부유분진의 연평균치는 183㎍/㎥이었고, 87년에는 175㎍/㎥, 88년에는 179㎍/㎥이었다. 당시 연간 환경기준치가 150㎍/㎥였는데, 이를 초과한 것이다. 
또, 86년 서울의 아황산가스 연평균 농도는 0.054ppm, 87년 0.056p PPM, 88년 0.062ppm으로 측정됐다. 1ppm(피피엠)은 100만분의 1, 즉 0.0001%라는 의미다.
지난 2016년 서울의 아황산가스 연평균 농도가 0.005ppm인 것과 비교하면 당시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1990년대 초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지구환경감시체계(GEMS) 보고서는 80~84년 세계 31개국 50개 도시에서 아황산가스 농도가 0.05ppm 이상인 날짜를 조사했는데, 중국의 공업 도시 선양이 146일, 이란의 테헤란이 104일, 서울이 87일이었다. 서울이 세계 3번째로 오염이 심한 도시였던 셈이다.
대기오염으로 탁한 하늘을 보인 1980년 말 서울의 모습 [중앙포토]

대기오염으로 탁한 하늘을 보인 1980년 말 서울의 모습 [중앙포토]

1987년 4월 수질오염으로 인해 서울 잠실 석촌호수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중앙포토]

1987년 4월 수질오염으로 인해 서울 잠실 석촌호수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중앙포토]

이처럼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정부는 공장과 아파트 난방 등에 유황 성분이 많은 고유황유 대신 저유황유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오염이 심한 벙커C유 소비도 줄였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연탄 사용도 점차 줄었다.

자동차에도 매연저감장치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매연을 줄이기 위해서는 촉매장치를 달아야 했는데, 납이 들어가지 않은 무연 휘발유라야 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유연휘발유 대신 무연 휘발유를 보급했다.
당시 휘발유에 납 성분을 넣은 것은 노킹(knocking)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품질이 나쁜 자동차 연료를 쓰면 엔진 실린더를 망치로 쾅쾅 치는 듯한 소리가 나는데 이를 노킹이라고 한다.
1986년 12월에 열린 서울환경청 개청 현판식 [자료 환경부]

1986년 12월에 열린 서울환경청 개청 현판식 [자료 환경부]

88년 당시 국내 여성의 혈액 속 납 농도는 데시리터(dL, 1dL=100mL)당 평균 34.3㎍이었는데, 무연 휘발유가 보급되면서 98년에는 10분의 1 수준인 3.8㎍/dL로 낮아졌다.
장 교수는 "최근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하다고들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된 것"이라며 "최근에는 미세먼지 오염보다는 오존 오염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 여전히 서울의 하늘은 탁하다. [중앙포토]

2018년 1월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 여전히 서울의 하늘은 탁하다. [중앙포토]

하지만 지금의 미세먼지 오염 역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PM2.5) 연평균치는 25㎍/㎥로 WHO 권고치 10㎍/㎥를 넘기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WHO 권고치 자체도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 많이 개선됐지만, 앞으로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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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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