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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이 추천하는 설 연휴 읽을만한 책

새해를 여는 설 연휴입니다. 가족과 만남, 간만의 여유.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입니다. 이번 설 연휴에는 여기에 책 한 권의 기쁨을 더 얹으면 어떨까요.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내다보는 '깊은 눈'을 설날 독서에서 찾으면 어떨지요. 
정리=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고진하 목사·시인
 
 『적멸에 앉다』, 장인수 지음, 문학세계사
 
 흙투성이 농부인 아버지의 필생을 아름다운 언어 미학 속에 녹여낸 매우 감동적인 시집이다. 현실적으로 고통스러울 법한 농사꾼의 삶을 웃음과 놀이와 해학의 문법으로 유쾌하게 형상화한 시편들은 새로운 서정의 깊이를 보여준다. 도무지 해독할 수 없는 시들이 즐비한 세상에서 시인은 ‘상대방의 눈높이에 내 눈썹을 맞추면 순식간에 새 세상이 보인다’는 자각으로 타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오늘날 균열된 세계와 갈등하기보다는 서정적 화해의 시편들을 통해 분열과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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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와 르네 샤르의 편지』, 알베르 카뮈 지음, 마음의 숲
 
SNS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며 내밀한 우정을 나누던 편지가 사라지고 있는 세상. 프랑스 소설가이며 철학자인 알베르 카뮈와 프랑스 현대시를 대표하는 르네 샤르가 무려 13년 동안 나눈 편지가 출간되어 반가웠다. 두 사람 다 작가이기에 우리는 그들이 발표한 작품 안에서만 그들을 만나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서간집을 통해 작품에서는 만날 수 없던 작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나누는 사소한 일상의 삶,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문학작품 이야기를 통해 프랑스 문학의 거장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알베르 카뮈가 르네 샤르의 시를 읽고 진정한 시를 깨닫게 되었다는 편지와 알베르 카뮈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기뻐했다는 르네 샤르의 이야기에서 두 사람의 우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짐작할 수 있고, 편지가 얼마나 소중한 소통의 도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랩걸-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런 지음, 알마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는 저자는 ‘좋은 글을 쓰는 과학자’로 알려졌다. 과학에 문외한인 나도 책을 펼치자마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한 과학자의 자전적 삶과 식물에 대한 연구 성과가 담겨 있지만, 여느 과학자의 책처럼 문장이 딱딱하거나 건조하지 않고 유쾌하고 발랄한 에세이처럼 술술 읽혔다. 무려 2000년을 중국의 토탄 늪에 묻혀 있다 발견되어 실험실에서 꽃을 피운 연꽃, 사막에서 자라는 원통선인장, 떡갈나무와 쇠뜨기의 생태에 대해 말하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를 일깨우고, 은연중에 식물과 인간의 삶의 진실을 동시에 드러내는 통찰력도 보여주었다. 과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멋진 과학자라 부를 만하다.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원철 스님
 
『유몽영 幽夢影』, 장조 지음, 도서출판 인간사랑  
 
청나라 강희제 때 활약한 장조(張潮)가 쓴 잠언집이다. 그는 명문집안 출신이지만 계속 과거시험에 낙방하였다. 겨우 도서정리와 교정을 담당하는 말직을 얻었다. 하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 15년동안 많은 저서를 간행했고 또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글로 명성을 날렸기에 큰벼슬을 대신하고도 남았다. 그런 인생역정 속에서 나름의 세상보는 눈도 생겼다. 그것을 정리한 것이 ‘유몽영’이다. 조선의 사대부들에게도 얼마나 인기가 있었던지 ‘채근담’과 묶어 합본으로 보급될 정도였다. 임어당(林語堂)도 매우 사랑한 책이다. 그는 “잠언집이 많지만 유몽영과 겨룰 책이 없다”고 하며 영역하여 서구사회까지 알렸다. 300여개 짤막짤막한 잠언 중에서 마음가는대로 골라 읽으면 된다.      
 
 
『산색 죽창수필竹窓隨筆 선역』, 주굉 지음, 호미
 
명나라 때 활약한 유명한 고승의 수필이다. 젊은 시절 학문도 출중했고 결혼생활을 한 경험도 있다. 삼십이 넘어 출가하여 열심히 수행했다. 부인 역시 뒤따라 출가했다. 총림(규모가 매우 큰절)의 방장으로 있으면서 몸가짐에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고 가끔 신통력도 보였다. 늘 부모님의 기일도 늘 잊지 않았다. 당시 ‘불교계의 주공(周孔 주공과 공자)’으로 불릴만큼 절집 밖의 평가도 좋았다. 시간날 때마다 대나무로 만든 창문 밑에서 그야말로 붓가는대로 끄적거린 단상을 모은 것이다. 그 가운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만 따로 추려 편집했다. 번역한 연관스님은 안팎의 실력이 만만찮은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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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강신주 지음, 동녘
 
『무문관』이란 책이 있다. ‘대도무문’이란 말도 이 책에 기원을 두고 있다. 남송시절에 활약한 혜개(慧開)가 선승들이 나눈 의미있는 문답 48개를 추려 편집한 것이다. 원저자와 번역자를 분명하게 밝힌 한글 번역본이 몇 권 나왔다. 하지만 송나라 당시 언어문화권의 영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동어반복에 불과한 전문가끼리 보는 책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제목도 바뀌고 원저자도 빼버린 과감한 ‘신무문관’이 나왔다. 무문관 출간 900년만에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을 벗어난 현대적 글로벌 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과 동서양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 그리고 깊은 사유를 통해 ‘구무문관’의 답습이 아니라 ‘나답게’ 주체적으로 소화시키는 법을 제시한 명저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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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열림원
 
 나는 정호승 시인을 교회의 작은 요청에도 언제나 겸손하게 응답을 해주시는 분으로 기억한다. 정호승 시인은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다. 작년 청년을 위한 특강을 준비하던 중 하루 강연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셨는데, 진솔한 강의내용은 물론이고 PPT에 청년들을 위해 들려줄 안치환 씨의 노래까지 준비해오는 세심함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자리에 함께한 청년들이게 들려준 “새우잠을 자도 고래꿈을 꾸어라”던 멋진 말은 어쩌면 늘 상대방에 대한 다정한 시선을 놓지 않기에 가능했을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런 그의 시는 그를 닮아 다정하고 따뜻하며, 통찰력을 갖고 있다. 명절에도 고달픈 우리네에게 건네는 그의 위로를 적극 추천한다.  
 
 
 『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지음, 현문미디어
 
 “너는 정말 날고 싶니?”. /“네 날고 싶어요.”/“날고 싶다면 너는 갈매기 떼를 용서하고, 많은 것을 배워서 동료들에게 돌아가 그들이 정말 나는 것을 도와주어야 한다.”/ “높이 나는 새만이 멀리 볼 수 있단다.”
학창시절 시내의 서적에서 책을 사서 돌아오다 버스에서 책을 읽어내려가던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이 나를 감쌌던 기억이 난다. 요즘도 이 책을 꺼내 읽어본다. 그리고 멍하니 갈매기가 비상하는 바닷가를 눈을 감고 그려본다. 오늘도 우리는 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멋지게 저 하늘을 비상하는 그 날을 꿈꾸면서 말이다.
 
 
 『무소유』, 법정 스님 지음, 범우사
 
 대학시절 처음 받은 책 선물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無所有)』였다. 나중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은 소유하고 싶다”라고 추천사를 썼던 바로 그 책이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가정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가 가짐을 당하게 된다” 책 중의 이 대목이 오랫동안 내 맘을 맴돌았다. 나의 소유는 올바르게 쓰일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드러낸다. 모든 소유가 그러하리라. 내가 나 자신의 소유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날, 바로 그날이 구원의 날이리라.
 
 
■원불교 권도갑 교무
 
『종교 밖으로 나온 성경』, 김기태 지음, 침묵의향기
 
성경을 읽을 때 마다 그 내용들을 쉽게 이해해 수 없어서 답답해하였다. 저자는 성경 속의 수많은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 우리들 마음의 소식으로 읽음으로써 자신의 안에 영원한 진리와 평화를 위한 해답이 그대로 숨겨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한다. 또한 성경을 통해서 동서양의 종교가 하나로 만나는 기쁨을 선물한다.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문학마을
 
청소년 시절에 헷세의 작품에 매료되어 읽었던 책이 『데미안』이었다. 그 당시 방황하던 독일의 젊은이들이 열광했다는데 정작 자신은 어려워서 다시 보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알에서 깨어난 새가 신에게 날아가고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였다. 40여년이 흐른 후 최근에 『데미안』을 하루 만에 다 읽었다. 그 신이 선과 악을 아우른 존재라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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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양문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의 수행편인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향을 찾게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가 아님을 자각하면 그곳이 바로 지금 여기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존재하는 것은 영원히 지금 여기뿐이다. 모든 고통은 환상이다. 지금을 오롯이 느끼고 현존한다면 마음의 평화와 사랑이 충만함을 누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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