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하선영의 IT월드] 욕부터 하는 진상 고객들, 전화 먼저 끊었더니 싹 사라져

고객센터 상담사 20년 고은정 대표에게 들어보니
20년 전 고객센터 상담사로 시작한 고은정 대표는 지난 달부터 LG유플러스의 고객상담센터 자회사 아인텔레서비스를 이끌고 있다. [사진 LG유플러스]

20년 전 고객센터 상담사로 시작한 고은정 대표는 지난 달부터 LG유플러스의 고객상담센터 자회사 아인텔레서비스를 이끌고 있다. [사진 LG유플러스]

KTF·한솔PCS·LG텔레콤 등이 1997년 개인휴대통신(PCS) 서비스를 시작한 이듬해 고은정(45) 아인텔레서비스 대표는 LG텔레콤 부산 고객센터 공채 1기 상담사로 입사했다.
 
부산여대(현 신라대) 국사교육과를 졸업해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고 대표는 “상담사면 114 전화 안내원과 비슷한 일을 하겠지”정도로 생각하고 회사에 들어왔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외환위기가 터졌다. 반 년간 취직준비생으로 살면서 느낀 위기감에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라도 일단 취직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 후인 2018년 1월 고 대표는 자신과 같은 후배 상담사 1400여명을 거느린 LG유플러스 자회사 아인텔레서비스의 대표 자리에 올랐다. 20년 전 같이 입사했던 상담사 동기 60명 중에 현재 회사에 남은 동기는 고 대표를 포함해 두 명밖에 없다. 고 대표처럼 상담사 출신이 통신사 자회사인 고객센터 대표가 된 경우는 이동통신업계에서 처음이다. LG유플러스는 아인텔레서비스를 비롯한 자회사 3곳을 통해 총 4300명의 고객센터 상담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관련기사
 
지난달 말 서울 용산의 LG유플러스 사옥에서 만난 고 대표는 “상담사들의 애환을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 직원들이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제일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가 일을 시작했던 20년 전과 요즘 고객센터 직원들의 공통점은 각종 요금제·서비스 정보부터 통신 관련 정책까지 꼼꼼히 외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상담사들이 일일이 전산 코드를 입력하면서 고객들을 상담하고 기록을 남겼다. 얼마나 빨리 자판을 빨리 치는지, 70여개 전산 코드를 잘 외우고 있는지도 수시로 검사받았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그때 몸소 익힌 지론이 ‘아는 게 힘이다’다. 상담사가 관련 내용을 얼마나 잘 숙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고객을 얼마나 잘 설득하는지가 결정된다.”
 
고 대표가 아인텔레서비스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다. [사진 LG유플러스]

고 대표가 아인텔레서비스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다. [사진 LG유플러스]

최근에는 상담사들이 상담 도중에도 컴퓨터로 관련 내용을 검색할 수 있어서 여건이 많이 나아진 편이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모든 상담사가 응시하는 ‘숙지도 테스트’와 새로운 정책과 상품이 나오면 쳐야 하는 ‘미니 테스트’는 쉽지 않은 과제다.
 
신입 상담사들이 의무로 받는 교육 중에는 ‘매력 보이스’ 교육도 있다. 전화로 상담하는 만큼 상담사들의 목소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장을 읽다가 언제 숨을 참아야 하고 언제 띄어쓰기를 해야 하는지와,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방법도 배운다.
 
고 대표는 “상담사들의 근무 여건도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6일 근무제가 당연했던 90년대 후반에는 모든 이동통신사 고객센터가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고객들을 상대했다. 고객센터는 쉬는 날도 없이 365일 근무였기 때문에 직원들끼리 순환 근무를 해야 했다. 주 5일제가 확산하면서 상담사들의 근무 여건도 나아졌다. 공휴일이 생기고 고객센터 근무 시간도 점차 줄어들었다.
 
“애가 둘인데 남편의 급여도 넉넉지 않았던 나는 처음부터 ‘생계형 상담사’였다. 예전에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자정에 퇴근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내 삶에서 회사가 99를 차지했고 가족과 집은 1 정도 차지했다. 그래도 회사는 열심히 일하는 상담사들에게 기회를 줬다. 상담사 중에서 팀장을 뽑고, 팀장 중에서 실장을 뽑았다. 대표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난 여전히 ‘생계형’이라는 절박함을 가지고 산다.”
 
LG유플러스의 고객센터 상담사 보호·육성 정책

LG유플러스의 고객센터 상담사 보호·육성 정책

고객센터 직원은 ‘감정노동’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직군이다. 감정노동이란 고객이나 회사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회사나 조직을 위해 말투·표정을 연기하면서 일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상담사들처럼 고객들을 직접 대하는 서비스 종사자들은 감정노동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고 대표는 “예전에는 고객 응대 원칙상 상담사들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가 없었다”며 “고객이 욕설을 내뱉어도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요즘엔 이 상황이 바뀌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부터 악의적인 고객(블랙 컨슈머)들을 차단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객이 성희롱 발언이나 욕설이나 협박을 하면 상담사들이 ARS 경고 멘트를 송출한 다음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다. 이 같은 제도 시행 후 상담사 중 75%가 “정신적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같은 해 9월부터는 상담사 가족이 직접 녹음한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해드릴 예정입니다”와 같은 멘트가 나오는 ‘마음 연결음’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 서비스를 소개하던 고 대표는 눈물을 글썽이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상담사였던 자신과 후배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서 미안한 감정부터 앞선다. 악성 고객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꼭 블랙 컨슈머가 아니더라도 고객 대부분은 냉랭하기 마련이다. 문제가 있어서 고객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객분들의 ‘감사합니다’, ‘고생하세요’라는 말 한마디가 너무 감사하다. 마음 연결음 서비스를 통해서 상담사들도 어느 누군가의 자녀, 아내, 엄마임을 알려 드리고 싶다.”
 
LG유플러스는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체력 단련실과 명상실, 안마실도 설치했다. 상담사로 일하다가 고 대표처럼 승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리점 현장이나 LG유플러스 사무직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평소에도 “제2의, 제3의 고은정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 대표는 “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항상 존중받고 가장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문 상담사로 클 수 있는 교육 체계에 더욱 신경 써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많이 도전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정 아인텔레서비스 대표는
- 부산여대(현재 신라대) 국사교육과 졸업
- 1998년 LG텔레콤 부산고객센터 상담사 1기로 입사
- 2017년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자회사 아인텔레서비스 운영 담당
- 2018년 아인텔레서비스 대표로 취임
- 현재 부산·대구·광주 지역 상담사 1450명 총괄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