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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로또’ 고래 미스터리 … 그물에 걸린 건 80, 팔린 건 240마리

한국에서 고래가 하루 몇 마리 잡힐까.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 포경을 금지한 뒤로 한국에서도 고래 포획을 할 수 없다. 그물에 우연히 걸리는 혼획만 예외다. 그런데 최근 7년 동안 혼획된 고래는 모두 1만2818마리다. 하루 5마리, 연 1831마리꼴이다. 주로 안강망(큰 주머니 모양의 그물)·정치망(유도함정 그물)·자망(그물코에 걸리게 하는 그물)·통발 등에 잡힌다. 하지만 실제로 잡히는 고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포획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포항서 그물에 걸린 참고래. 역대 최고가인 3억1200만원에 팔렸다. [포항해양경찰서]

2016년 포항서 그물에 걸린 참고래. 역대 최고가인 3억1200만원에 팔렸다. [포항해양경찰서]

세계 각지에 서식하는 고래는 90여 종, 우리나라에서 목격된 고래는 30종 정도다. 혼획했더라도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보호종이면 유통할 수 없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종으로 지정된 고래는 혹등고래·북방긴수염고래·귀신고래·브라이드고래·보리고래·참고래·대왕고래·향고래·남방큰돌고래·상괭이 등 10종이다.
 
혼획되는 고래 중에선 밍크고래·낫돌고래·참돌고래·상괭이·남방큰돌고래가 많다. 식용으로 주로 유통되는 것은 밍크고래다. 돌고래류보다 밍크고래가 속한 대형고래류가 맛이 좋기 때문이다. 밍크고래는 한 해 평균 80마리 정도 혼획된다. 하지만 고래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대표는 “전국 120~140개 고래고기 식당에서 연간 최소 240마리의 밍크고래를 판매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혼획으로 신고된 것보다 훨씬 많은 수가 불법 포획으로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9월 불거진 ‘울산 고래고기 사건’도 밍크고래와 관련이 깊다. 2016년 4월 경찰이 고래 불법 유통업자들에게서 압수한 밍크고래 고기 27t 가운데 21t을 검찰이 한 달 뒤 피의자들에게 돌려줬다. 고래고기가 대량 유통되는 고래축제를 앞둔 시점이라 더 논란이 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검찰과 당시 피의자들, 피의자들의 변호사를 조사하고 있다. 고래를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충돌이다.
 
2016년 울산 경찰이 압수한 40억원 상당의 고래고기 27t. [연합뉴스]

2016년 울산 경찰이 압수한 40억원 상당의 고래고기 27t.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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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고래가 많이 잡히는 곳 중 하나다. 신석기 시대부터 고래잡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에 그 모습이 생생히 남아 있다. 남구 장생포항에서는 1970~80년대 ‘개들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포경업이 성행했다. 포경이 금지된 뒤로는 마을이 쇠락했다가 2008년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현재도 이 일대에 고래고기 식당이 20여 곳 있다.
 
고래는 마리당 1억원 이상도 호가해 ‘바다의 로또’라고 불린다. 2016년 9월 경북 포항에서 혼획된 참고래는 3억1200만원에 팔렸다. 참고래는 보호종이지만 당시 포항 해경이 이를 파악하지 못해 시장에 유통됐다. 2016년 울산지검이 돌려준 밍크고래 21t은 약 30억원 어치다. 21t이면 밍크고래 20~40마리를 잡아야 나오는 양이다. 혼획된 고래 고기를 모아뒀다기엔 양이 너무 많았다. 더구나 당시 검거된 불법 유통업자 6명은 동종 전과가 있었다.
 
불법 포경 조직은 포획·해체·운반으로 역할을 나눈 점조직 형태다. 포획팀은 포경선으로 불법 개조한 어선 2~3대를 이용해 고래를 잡는다. 불법 포경선은 배 높이가 낮고 배 앞머리에 작살을 던질 때 잡는 지지대가 있다. 그물로도 잡는다. 잡힌 고래는 해체팀이 바다에서 바로 해체한다. 운반팀은 미리 약속된 항구에서 고래고기를 받아 비밀창고를 통해 유통한다. 이런 과정은 주로 새벽이나 밤에 이뤄진다.
 
2015년 울산해경이 통발에 걸린 밍크고래에 작살 흔적이 있는지 검사하고 있다. [울산해양경찰서]

2015년 울산해경이 통발에 걸린 밍크고래에 작살 흔적이 있는지 검사하고 있다. [울산해양경찰서]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울산 해양경찰서의 고래 불법 포획 적발 건수는 10건에 불과하다. 불법 포경업자들은 해경의 검사에 대비해 세제로 갑판을 닦아 흔적을 없앤다. 포획장비는 물 속에 감추고 위치발신장치(V-PASS)를 끈 채 입·출항한다. 울산 해경 관계자는 “불법 포경선은 속도가 빠르고 이동하면서 포경 흔적을 없애 검거가 어렵다”고 말했다. 2~3년 전부터는 울산·포항 등지에서 활동하던 불법 포경선들이 단속을 피해 서해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불법 포획 정황이 있어도 이를 증명하기 어렵다. 고래고기 유통증명서, DNA 검사 등으로 합법 여부를 가릴 수 있지만 허점이 있다. 고래가 혼획되면 해경이 고래에 작살 흔적이 있는지, 선박에 불법 포획 도구가 있는지 검사한 뒤 보호종이 아닌 경우 유통증명서를 몇 시간 안에 발급해준다. 하지만 포항 참고래 건에서 보듯 해경 검사에 한계가 있다. 또 소매상에 팔 때마다 사본을 만들기 때문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고래고기 사건에서도 당시 피의자들의 변호사가 압수한 고래고기와 관련 없는 고래 유통증명서 59매를 제출해 고래고기를 돌려받았다. 압수한 고래는 밍크고래인데 참돌고래 유통증명서가 섞여 있는 식이었다. 울산지검 환경해양 담당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숫자로 보는 고래 포획

숫자로 보는 고래 포획

DNA 검사는 불법 포획 정황이 있는 고래 DNA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보관 중인 혼획 고래 DNA를 비교해 일치하면 혼획된 고래로 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래연구센터가 혼획 고래 DNA를 100% 갖고 있지 않아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도 고래연구센터는 압수한 밍크고래 고기의 DNA 검사 결과 모두 불법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지만 검찰은 “고래연구센터가 혼획 밍크고래 DNA를 80.1%만 보유하고 있어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혼획 고래 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엔 고래고기 유통 시장이 아예 없어 혼획을 가장한 불법 포획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국제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See Shepherd)의 프랑스·호주 출신 활동가들은 2016년 울산 고래축제를 보고 “매년 2000여 마리의 고래가 혼획되고, 밍크고래가 비싼 값에 팔린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바다에 사는 밍크고래는 2015년 기준 1600마리 정도다. 합법·불법을 합쳐 이 중 매해 100마리 이상이 잡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 대표는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든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우선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고래연구센터 연구사는 “불법 포획뿐 아니라 혼획되는 고래 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혼획 저감장치를 소개했다. 고래가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 장치를 그물에 부착하는 것이다. 2016년 안강망에 이 장치를 했을 때 상괭이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같은 조건에서 이 장치를 하지 않은 그물에는 상괭이 5마리가 걸렸다. 김 연구사는 “이를 도입하려면 어민 보조금 지원 등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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