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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테나시 싫다" 달라지는 日 서비스문화

일본 이시카와현 나나오시(石川県七尾市) 와쿠라(和倉) 온천의 카가야(加賀屋)여관. 1906년에 창업해 올해로 112년이 된 역사가 있는 곳이다. ‘오모테나시’로 표현되는 일본의 서비스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는 여관으로도 알려져 있어, 매년 '오모테나시' 기법을 배우러 전국의 여관주인들이 연수를 올 정도.  ‘프로가 선정한 일본 호텔·여관 100선’에서 36년 연속 1위를 차지해왔다.
 
일단 여관에 손님이 도착하면 “실례하겠습니다”라며 직원이 객실문을 열고 방으로 찾아온다. 직원은 무릎을 꿇고 정좌를 한 자세로 이마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깊숙이 인사를 하는 것은 기본. 
 
직원은 과자, 말차(抹茶),전차(煎茶), 유가타(浴衣), 관광 안내 책자 등을 한 번에 하나씩 들고 찾아온다. 그렇게 들락거리기를 8번. 손님을 환대하는 이 작업이 무려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가능한 한 객실을 직접 찾아가라” 는 게 100년 넘게 이어져온 '카가야'의 가장 이상적인 접객 방식이었다.  
 
카가야 여관의 오모테나시. 손님이 떠날 때까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손을 흔든다. [사진=인터넷 캡쳐]

카가야 여관의 오모테나시. 손님이 떠날 때까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손을 흔든다. [사진=인터넷 캡쳐]

 
그런데 이같은 접객 방식에 2017년부터 큰 변화가 생겼다. 직원이 객실을 찾아가는 횟수를 절반 이하로 줄인 것.
 
“최근 손님들을 대상으로 앙케이트를 실시해보니 ‘일단 도착하면 빨리 온천에 가고싶은데 몇 번이고 직원들이 방으로 찾아오는바람에 시간이 지체됐다’라는 코멘트가 늘었더군요”  -오다 요시히코(小田 與之彦) 사장
 
그동안 직원이 여러번 방으로 찾아와 극진한 대접을 하는게 ‘카가야’의 대표상품이었는데, 오히려 손님들은 이를 귀찮게 여기고 있었던 것.  
 
뿐만 아니다.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직원이 객실로 찾아와 이불을 정리해주는 서비스도 없앴다. 아침식사는 공용식당에서 할 수 있게 바꿨다. 이 역시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손님들의 불만 때문이었다. 오다 사장은 “손님들의 만족도와 우리들의 방식을 점검한 결과, 자기만족에 빠져있는 부분을 개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모테나시' 할 수록 고객들은 달아난다 
 
‘오모테나시’로 표현되는 일본의 서비스 정신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시간을 들여 극진하게, 때로는 귀찮을 정도로 손님을 모시는 게 서비스의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빠르고 간단한 것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취향 변화에 따라 기업들의 서비스 형태도 변화하고 있는 것.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 ‘오모테나시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모테나시’를 하면 할수록 고객들은 달아난다”고 지적했다. 금과옥조처럼 지켜왔던 ‘오모테나시’가 오늘의 고객들에게는 ‘강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닛케이비지니스는 “왠만큼 주의하지 않으면 고객들이 떨어져 나가는 시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고객들 “그런 오모테나시, 하지마”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가 소비자 10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응답자가 실제로는 접객서비스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물건을 산 뒤 점원이 문 앞까지 배웅을 나오는 서비스. 응답자 중 170명은 “좋다”고 한 반면 242명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마음을 담아 서비스해준다는게 느껴진다”는 응답이 있는 반면 “다른 물건도 더 보고싶은데 점원이 따라나오면 부담스럽다”는 응답도 있었다. 
 
'오모테나시'로 대표되는 일본의 서비스문화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사진=인터넷 캡쳐]

'오모테나시'로 대표되는 일본의 서비스문화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사진=인터넷 캡쳐]

 
또 “어디서 오셨어요?”, “오늘은 모처럼 쇼핑하러 나오셨나요?”라며 쇼핑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것도 싫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심지어 “뭘 찾으세요?”라며 말을 거는 것 조차도 “좋다”(129)보다 “좋아하지 않는다”(399)는 답변이 많았다.
 
식당에서 "손님은 친구 사이신가요? 직장 동료이신가요?"라며 음식과 관계없는 질문으로 말을 거는데 대해서도 "좋아하지 않는다"(531)가 "좋다"(3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택시 기사가 차에서 내려 문을 열거나 닫아주는 서비스도 "좋아하지 않는다"(152), "좋다"(211)로 나타났다.
 
  
'풀 서비스' 없애자 매출 올라...'오모테나시'의 역설
오모테나시를 최소화 한 요시노야. [사진=위키피디아]

오모테나시를 최소화 한 요시노야. [사진=위키피디아]

 
고객의 취향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카가야’ 같은 고급여관 뿐이 아니다. 400~500엔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서민형 규동(牛丼)체인점 ‘요시노야(吉野家)’ 역시 기존 서비스 방식의 재점검에 나섰다. ‘요시노야’의 기본 서비스 정신은 ‘풀 서비스’였다. 손님이 테이블 앞에 앉으면 점원이 차를 가져다주고 주문을 받고, 규동을 갖다주고 다 먹고 난 후에는 그 자리에서 계산까지 가능했다. 한 마디로 손님은 앉기만 하면 나머지는 점원이 다 알아서 해주는 형태였다.
 
 
그런 ‘요시노야’도 2016년 3월부터 새로운 실험에 들어갔다. 입구 바로 앞 계산대에서 주문을 하고, 손님이 음식을 갖고 와 빈 자리에 앉아 먹도록 서비스 형태를 바꿨다. 직원이 “여기 정식 하나 주문이요”라며 주방을 향해 소리치는 풍경은 단번에 사라졌다. 대신 커피 자판기를 들이는 등 기존엔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들어섰다. 손님이 손 하나 까딱 안해도 되는 서비스에서 손님이 전부 다 해야하는 서비스로 바꿔본 것.
 
“손님이 오면 손님의 동작을 보고 어느 자리에 앉을 지 파악해, 재빨리 차를 가져다 주고, 차를 마시는 속도를 가늠해 물을 따라주는 것이 이상적인 풀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이게 자칫 손님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지, 특히 여성 손님에겐 더욱 그럴 수 있겠더군요”
 
이 같은 분석은 맞아 떨어졌다. ‘풀서비스’를 없앤 매장에선 되려 매출이 늘어났다. 기존 '풀서비스' 매장에선 1일 평균 손님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실험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모테나시' 꼭 사람이 해야 하나?  "로봇이 더 편해"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오모테나시’를 사람이 해야한다는 고정관념도 바뀌고 있다. 사람보다 기계가 하는 서비스가 더 편하다는 고객들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SPA(저렴한 가격으로 다품종 대량 판매) 브랜드인 GU 긴자(銀座)매장에는 무인 계산대 10여대가 설치돼있다. 상품에 RFID(무선식별장치)가 부착되어있어, 계산대 박스에 상품을 넣기만 하면 물건 값이 계산된다. 덕분에 이 매장은 쇼핑객이 몰리는 번화가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계산대 앞에 손님이 늘어서는 일이 없다. “줄 서는 스트레스가 없어 좋다”는 반응이다.
 
SPA 브랜드 GU의 무인 계산대. [사진=GU 홈페이지]

SPA 브랜드 GU의 무인 계산대. [사진=GU 홈페이지]

 
사람 대신 로봇이 호텔 프런트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헨나(変な) 호텔’도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기계에 의한 ‘오모테나시’다.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이 아니라 기계에 의한 “균등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오오에 다케요시(大江岳世志) 총지배인은 “로봇은 최소한의 서비스밖에 하지 않지만, 과잉 서비스는 차라리 없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손님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호텔 프론트는 문턱이 높아 긴장하게 되는데, 상대가 로봇이어서 마음이 편안하다는 고객들도 많다는 설명이다.
 
오가와 코스케(小川孔輔) 호세이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고객 만족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가성비다. 오모테나시도 관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필요 최소한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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