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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연하장과 우표에 왜 두루미와 소나무가 자주 등장하나?

학과 소나무가 그려진 2018년도 연하장. 위성욱 기자

학과 소나무가 그려진 2018년도 연하장. 위성욱 기자

새해가 되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연하장(年賀狀)이다. 그런데 옛날부터 연하장에 자주 등장하는 새와 나무가 있다. 바로 두루미와 소나무다. 그런데 두루미는 생태학적으로 습지에 둥지를 틀어 살고 소나무 위에서 살지 않는다. 그런데 연하장 등에는 보통 두루미가 소나무 위에 앉아 있거나 그 주변을 날아가는 그림이 많다. 한·중·일 우표 등 다른 작품에도 두루미와 소나무는 단골처럼 짝을 이뤄 나타난다. 왜 그런 걸까.
자수장 한상수씨가 장생(長生)을 상징하는 학과 소나무를 수놓고 있다. [중앙 포토]

자수장 한상수씨가 장생(長生)을 상징하는 학과 소나무를 수놓고 있다. [중앙 포토]

 
해답은 두루미와 소나무는 생태적으로 같이 하지 않지만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어 함께 그리는 것이다. 두루미는 십장생으로 장수하는 새이며 예로부터 천수(天壽)를 상징한다. 소나무는 백수(白壽)를 상징한다. 특히 두루미는 한·중·일 모두 새 중의 으뜸으로 여겨 화투에서도 1월에 나타난다. 소나무도 정월 즉 음력 1월을 나타내 화투에서 1월에 두루미와 소나무가 함께 배치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가도마쓰라(門松)라고 정월 초하루부터 1주일 동안 소나무 가지를 문 앞에 걸어두고 복을 비는 풍습도 있다.
학과 소나무가 그려진 2018년도 연하장. 위성욱 기자

학과 소나무가 그려진 2018년도 연하장. 위성욱 기자

 
학과 소나무 우표. [사진 우정사업본부]

학과 소나무 우표. [사진 우정사업본부]

결국 두루미와 소나무가 연하장이나 우표 등에 함께 등장하는 것은 모두 새해에 장수를 비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루미와 소나무가 함께 들어있는 그림을 학수송령도(鶴壽松齡圖)라 부른다. 학처럼 천수를 누리고 소나무처럼 백수를 하시라는 장수를 비는 그림이다. 조선시대 등에는 과거공부를 하는 선비에게 정오품 이상 당상관의 관복에 그려진 두 마리의 두루미처럼 새해 꼭 과거에 합격하라는 뜻으로 학수송령도가 쓰이기도 했다.  
두루미. [중앙포토]

두루미. [중앙포토]

강원도 철원 평야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천연기념물 두루미. [중앙 포토]

강원도 철원 평야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천연기념물 두루미. [중앙 포토]

 
두루미는 한자로는 학(鶴)이라 쓰고 우리말로 두루미라 부른다. 또 학이 천년을 살면 청학이 되고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신선이 타고 다니는 새가 된다. 지리산 청학동의 청학도 바로 이 두루미를 의미한다. 두루미는 동양의 3대 종교인 유교·불교·도교에서 가장 소중한 새로 대접 받았다.  
 
전영록의 노래 종이학은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되는 사연’이 나온다. 지금 어른들 중 상당수는 종이학을 천마리 접으면 소원이나 사랑이 이뤄진다고 해 한번쯤 시도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종이학의 기원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관련이 있다.
일본 히로시마 원폭 투하 72주년 때 한국인 희생자 위령제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열렸다. [EPA]

일본 히로시마 원폭 투하 72주년 때 한국인 희생자 위령제가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열렸다. [EPA]

종이학의 원조로 알려진 사사키 사다코 동상. [사진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종이학의 원조로 알려진 사사키 사다코 동상. [사진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가면 종이학을 들고 있는 소녀 동상이 있다. 2살 때인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피폭 당해 10년 후인 12살의 어린 나이로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한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이 소녀의 이름은 사사키 사다코다. 당시 일본에는 전쟁 나간 군인에게 천마리 종이학을 접어 보내면 전쟁에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소녀도 종이학 1000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믿음으로 학을 접었지만 결국 1000마리를 다 접지 못하고 죽었다. 그 후 이 소녀의 슬픈 이야기가 퍼져 나갔다.
강원도 철원 평야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천연기념물 두루미가 떼를 지어 날아가고 있다. [중앙 포토]

강원도 철원 평야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천연기념물 두루미가 떼를 지어 날아가고 있다. [중앙 포토]

 
환경과 생태를 연구해 온 경남교육청 체육건강과 정대수 장학사는 “두루미는 이제 지구상에 몇 천 마리 밖에 남지 않은 멸종 위기종이 되었다”며 “두루미의 생태나 문화적 의미를 알고 연하장과 우표, 혹은 한국화 등에 나타난 두루미를 바라보면 우리 문화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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