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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우즈가 풀지 못한 숙제, 리비에라

1992년 리비에라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타이거 우즈. [중앙포토]

1992년 리비에라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타이거 우즈. [중앙포토]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타이거 우즈가 4번 이상 참가해 우승하지 못한 대회는 딱 하나다. 15일 개막하는 PGA 투어 제네시스 오픈이다. 과거 LA오픈으로 불렸고 스폰서에 따라 이름이 몇 차례 바뀌었다. 대회는 로스앤젤레스의 명문 프라이빗 클럽 리비에라에서 열린다. 우즈는 리비에라에서 10번 경기를 하고도 우승을 못했다. 
  
우즈와 인연은 매우 깊다. 그가 갤러리로 처음 가 본 PGA 투어 대회가 이 대회다. 우즈가 살던 곳(캘리포니아 주 사이프러스)과 리비에라 골프장은 한 시간 정도 거리다. 10살 때인 1985년 아버지와 함께 갔다. 8번 홀 그린 근처에 있다가 공에 맞을 뻔했다. 당시 톰 왓슨의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가 조심하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우즈는 기억한다.
지난해 벌어진 제네시스 오픈. 더스틴 존슨이 우승했다. [USA TODAY=연합뉴스]

지난해 벌어진 제네시스 오픈. 더스틴 존슨이 우승했다. [USA TODAY=연합뉴스]

 
리비에라 컨트리 클럽은 로스앤젤레스 선셋블루바드에 있다. 바다에 가깝고 웅장한 스페인식 클럽하우스가 언덕위에 우뚝 솟아 있다. 페어웨이는 초록색 페인트를 부어 놓은 듯 잘 관리됐다. 아버지가 다니던 집 근처 군 골프장에서 자란 우즈에게는 신세계였다. 우즈는 리비에라에 반했다.
 
우즈가 처음 참가한 PGA 투어 대회도 리비에라에서 벌어진 제네시스 오픈이었다. 고등학생이던 92년, 우즈는 아마추어 초청선수로 참가했다. 당시 72-75타로 컷탈락했으나 골프 천재의 첫 PGA 투어 출전으로 큰 화제였다. 투어 최다승(82승)을 한 전설 샘 스니드 등이 우즈를 칭찬했다.
 
쉽게 말해 우즈에게 리비에라 골프장은 안방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장소다. 그런데 유독 이 곳에서 우승을 못했다. 우즈의 기록으로 보면 확률적으로 3번은 우승했어야 했다.  
 
우즈와 인연과 별개로 리비에라는 골프에서 중요한 코스다. 초창기 PGA 투어의 시즌 개막전이 LA오픈이었다.(초창기 LA오픈은 리비에라 이외의 코스에서 열리기도 했다.)  
 
천재 설계가 알리스터 맥캔지는 리비에라를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흐름을 가진 코스”라고 칭찬했다. 1926년 개장한 늙은 코스인데 장타로 무장한 선수들에게 쉽게 밀리지 않는다. 리비에라는 전장을 늘리긴 했지만 기본 골격엔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다양한 샷을 하는 선수여야 우승할 수 있는 샷메이커스의 코스로 이름 높다.
 
벤 호건은 47년과 48년 18개월 동안 리비에라에서 세 번 우승했다. 두 번은 LA오픈, 한 번은 리비에라에서 열린 US오픈이다. 리비에라는 호건의 앨리(골목)라는 별명이 붙었다.  
 
리비에라에서 티샷하고 있는 벤 호건. [중앙포토]

리비에라에서 티샷하고 있는 벤 호건. [중앙포토]

호건 뿐 아니라 샘 스니드, 아널드 파머, 닉 팔도, 필 미켈슨 등 뛰어난 선수들이 리비에라에서 우승했다. 메이저대회도 3번 열렸다.  
 
베이브 자하리스가 38년 남자 골프 대회 첫 여성 출전 이정표를 세운 곳도 리비에라다. 32년 LA올림픽 승마 종목이 리비에라에서 열렸다.
 
헐리우드 근처라서 유명 배우들의 놀이터였다. 캐서린 햅번, 찰리 채플린, 엘리자베스 테일러, 험프리 보가트, 딘 마틴, 밥 호프, 빙 크로스비가 이 곳에서 골프를 즐겼다. 12번 홀 그린 옆 ‘보기의 나무’는 원래 험프리 보가트의 나무의 약자다. 벤 호건에 관한 ‘Follow The Sun’ 등 영화 촬영도 많았다.  
 
당연히 우즈는 리비에라에서 우승하고 싶어했다. 92년 첫 출전했을 때 “이 대회가 마스터스나 US오픈 같은 메이저대회는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여기겠다”고 했다. 2006년 마지막으로 출전했을 때도 “최고의 코스이며 역사가 깊고 뛰어난 선수들이 우승했다. 만약 우승을 못한다면 심각하게 화가 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이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왜 안 갔을까. 우즈는 여론이 나빠질 것을 우려했는지 고향 대회 불참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성적이 안 나서라는 해석이 가장 많다.  ^리비에라의 그린을 싫어한다 ^관중들이 너무 시끄럽다 ^차가 많이 막혀서 싫어한다는 등의 얘기도 있다.
14일 리비에라에서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는 우즈. [PGA 투어]

14일 리비에라에서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는 우즈. [PGA 투어]

 
지난해부터 우즈의 재단이 이 대회 운영을 맡았다. 우즈는 대회 흥행에 관여해야 했고 흔쾌히 출전하겠다고 했다가 허리 디스크가 재발해 좌절됐다. 그래서 올해 12년 만에 고향 대회에 나간다.  
 
리비에라에서의 우승은 우즈가 꼭 해야 할 숙제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그러려면 일단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그동안 우즈는 숙제를 회피했다.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2006년 3월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이후 우즈는 제네시스 오픈에 나가지 않았다. 부자관계가 유달리 돈독했기 때문에 우즈의 불참은 아버지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추측도 해본다. 
 
고향 리비에라로 12년만에 돌아간 타이거 우즈가 다시 한 번 멋진 포효를 하기를 바란다. 
 
현대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하와이 대회 대신 유서 깊고 가성비도 높은 LA 리비에라로 옮긴 것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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