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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애국심, 이번엔 킴 부탱을 테러하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최민정(가운데)이 킴 부탱(오른쪽)과 코너를 도는 장면. 선두는 금메달리스트 아리아나 폰타나. 강릉=연합뉴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최민정(가운데)이 킴 부탱(오른쪽)과 코너를 도는 장면. 선두는 금메달리스트 아리아나 폰타나. 강릉=연합뉴스

4년 만에 한국인들의 'SNS 테러'가 재현됐다. 쇼트트랙 여자 500m 동메달리스트 킴 부탱(23·캐나다)의 인스타그램이 한국 네티즌들의 댓글로 폭발했다. 함께 몸싸움을 벌인 최민정(20·성남시청)은 실격당했는데 부탱은 그러지 않아서다.
 
최민정은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3위로 스타트를 끊은 최민정은 두 바퀴를 남겨 놓고 아웃코스로 추월해 2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바퀴에선 선두 아리아나 폰타나(28·이탈리아)와 경합을 펼쳤지만 22㎝ 차로 역전에 실패했다.
킴 부탱 인스타에 한국인들이 단 댓글. [부탱 인스타그램]

킴 부탱 인스타에 한국인들이 단 댓글. [부탱 인스타그램]

하지만 은메달은 최민정의 차지가 아니었다. 비디오 판독 결과 추월하는 과정에서 부탱에게 '임페딩(밀기 반칙)'을 했다는 이유로 실격된 것이다. 4위로 밀렸던 부탱은 동메달을 획득한 뒤 뛸 듯이 기뻐했다. 부탱은 "빙판을 떠나려고 했는데 엘리스 크리스티(28·영국)가 내게 '기다려 봐'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레이스 상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눈물을 보이면서도 "판정을 인정한다"고 했다. 한국 코치진도 "전날 팀 미팅에서 바깥쪽 추월에 대한 강한 제재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수긍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한국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부탱도 최민정을 밀었는데 최민정만 실격당했다는 것이다. 일부는 부탱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가 악성 댓글을 달았다. 한글로 달린 것도 있었지만 'dirty medal(더러운 메달)' 등 영어로 된 것도 있었다. 결국 부탱은 자신의 계정을 폐쇄했다. 캐나다 CBC는 "한국인들이 심판 대신 부탱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을 마친 뒤 아쉬워하는 최민정. [강릉=연합뉴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을 마친 뒤 아쉬워하는 최민정. [강릉=연합뉴스]

한국 네티즌들이 상대 선수에게 '사이버 테러'를 가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종목도 똑같은 쇼트트랙 여자 500m였다. 당시 박승희(26)는 선두를 달리다 크리스티에게 밀쳐지면서 넘어졌다. 박승희는 다시 일어나서 질주했지만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자 한국인들은 크리스티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악성 댓글을 담았다. 크리스티는 당시 "한국인들의 댓글이 너무 무서워 잠을 잘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나를 죽이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도 넘은 댓글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있다. 최민정을 위로해야지 부탱을 비난 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도 경쟁자에 대한 과도한 비판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평창올림픽에도 나서는 박승희는 "크리스티와는 올림픽 이후 좋은 관계를 맺었다. 착한 친구인데 이번 올림픽에선 '너무 비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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