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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금메달보다 빛나는 것

노진호 대중문화팀 기자

노진호 대중문화팀 기자

부모가 된 후 볼 때마다 쓰라린 프로그램이 있다. 영재를 발굴하겠다며 재능 가진 아이들을 비추는 SBS ‘영재발굴단’이다. 나오는 아이마다 그저 기특하고,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기저귀도 안 뗀 아이에게 ‘영재’ 딱지를 붙인 어른들이 스튜디오에 둘러앉아 “우와”를 연발하는 건 얘기가 다르다.
 
최근 만난 A도 이 얘기가 나오자 열을 올렸다. “특별한 재능이 없고 평범하더라도 몸과 마음만 건강하게 자라준다면 한 나라의 국민이자 부모로서 그걸 더 응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2년 차 맞벌이 주말부부인 그는 “만약 지금 애를 낳으면 주 3일은 애가 아빠 얼굴도 못 볼 게 뻔하고, 나도 계속 일해야 하는데 아이 재능도 못 알아보는 무책임한 부모가 되는 게 아닐까 겁난다”고도 털어놨다.
 
TV 속 ‘영재’의 가정을 보면 부모 한 명은 아이 교육에 전념한다. 알파벳 등 언어를 장난감으로 만들어주고 24시간 옆에서 응원한다. 연 3000만원씩 드는 아이 교육을 위해 부모는 비장하게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선언하고, 그걸 보는 연예인들은 “대단하다”며 치켜세운다. 공교육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나 희생될 부모의 삶에는 관심조차 없다. 자식만 잘된다면 어떤 부모가 그러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 희생을 감당하기에 녹록지 않다. 14세 미만 아동을 둔 가정의 맞벌이 비중이 30% 안팎이라고 하니, 그 프로그램을 보며 열에 셋은 나처럼 가슴이 아플지 모른다.
 
올림픽을 보며 그래도 힘을 얻었다. 올림픽은 그저 메달 딴 이들만 빛나는 무대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매서운 추위에도 웃통 벗고 등장한 통가의 선수가 있었고,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1시간 넘게 춤췄던 70명 자원봉사자도 있었다. 제각각 자신의 방식으로 올림픽을 빛낸 이들이다. 통가 선수는 이미 올림픽 스타가 됐고, 자원봉사자들의 ‘무한 체력’엔 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 금메달만 빛나는 올림픽만큼 멋없고 재미없는 올림픽은 없다.
 
월급 모아 집 한 채 살 수 없는 시대, 우리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며 새 삶의 방식을 찾았듯 개천의 용이 사라지고 돈이나 희생, 그 희생을 감당할 여유만이 사회가 규정한 영재를 만들어내는 지금, 우리는 새 영재상을 꿈꿔야 한다. “아이가 왼손 오른손도 구별할 줄 모르더라도 건강하게 12살까지 길러낼 수 있다면, (그 아이는) 가르침이 시작되자마자 오성의 눈을 뜰 것이다(장 자크 루소, 『에밀』)” 아이 교육에 전념할 수 없어 죄책감 느낄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다. 그 자체로 보배인 존재가 아이들이니까.
 
노진호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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