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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시시각각] JJ회담이 성공하려면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굳게 닫혀 있던 평양행 바리케이드가 열렸다. 쏜살같이 달려가고 싶은데 평양에선 “1차선으로 오지 말고 2차선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2차선으로 차선을 바꾸고 싶지만 이미 2차선은 미국이 차선을 장악했다. 끼어들 틈을 안 준다. 바리케이드 통과 지점은 얼마 안 남았다. 깜빡이를 아무리 켜고 차선 양보를 해달라고 해도 꿈쩍 않는 미국. “정 가고 싶으면 1차선으로 가든가.”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아니 이미 처하기 시작한 딜레마다. 물론 여기서 1차선은 비핵화를 필수 전제로 하는 남북정상회담, 2차선은 북한을 배려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축소다.
 
펜스 미 부통령은 주도면밀했다. 한국의 ‘악수 이벤트’를 예상하고 동선을 연구했다. 조역은 아베 일본 총리. 리셉션 지각 등장, 별도 방에서의 버티기, 남북단일팀 입장 시 무반응 모두 미·일의 공동 각본이었다. 한국에선 ‘외교 결례’란 말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에선 정반대 반응이다. “너희가 외교 결례다.”
 
청와대는 말한다. “우리로선 (북·미가 만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 일견 일리가 있다. 하지만 북·미가 악수하는, 마주 보는 사진 찍어봐야 쾌재를 부르는 건 북한뿐. 우리가 ‘최선’을 다해, 상대가 원치 않는 중재를 했을 때 과연 우리가 얻을 건 뭐가 있었겠는가. 미국의 불신, 국제사회의 오해뿐이었을 게다. ‘최선’을 바라보는 앵글이 너무나 달랐다.
 
평창 외교전의 1라운드는 끝났다. 아베가 얼마 전 트럼프 장녀 이방카를 깍듯이 모신 것의 몇 배가량 우리는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을 열렬히 모셨다. 대통령은 청와대로 초대하고, 총리는 숙소로 찾아갔다. 북핵이란 단어 한마디 꺼내지 않았다. 대신 통일부 장관이 앙코르를 세 번 외쳤다. 현송월의 능수능란함에, 김여정의 거침없는 고개 치켜들기에 환호했다. 얼마 전까지 핵실험에 ICBM 도발을 했던 그들이다. 마지막 날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눈물은 ‘방남 승리’를 자축하는 눈물이었을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이 2라운드의 짐이 돼 돌아왔다. 펜스 귀국 후 워싱턴에서 나오는 단어들의 독해법은 난해하다.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펜스의 말을 ‘남북대화 지지→북·미 접촉 개시’로 해석하는 언론도 있다. 정말 그럴까. 미국은 김여정 방남,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공식 입장을 내기 쉽지 않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세를 불리던 ‘코피 작전’이 빅터 차 파문으로 찌그러들며 강온론이 혼미를 거듭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느 쪽이 득세하건 ‘비핵화’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한반도 때문이 아니다. 전 세계로의 핵확산이 걸려 있는 문제라 그렇다.
 
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일단 북한을 만나봐야 비핵화건 뭐라도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세는 “그렇게 속고도 아직도 몰라?”다. 그런 순진한 접근으로 통하기엔 북한 핵이 너무 나갔다. 게다가 김여정 방남을 통해 ‘북갑(甲), 남을(乙)’의 구도가 굳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간 한·미 간 평창에서 싹튼 불신의 불씨가 오히려 횃불이 될 수도 있다. 2라운드는 고난의 길이다.
 
JJ(재인·정은)회담의 성패는 인내심과 창의력에 달렸다. 미국의 양보를 재촉해선 안 된다.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건 북한임을 잊어선 안 된다. 1차선이 안 되면 새롭게 3차선이라도 만들어내라고 끈질기게 북한을 압박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걸 갖고 대미 특사가 와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순서이자 국격이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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