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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스노보드 대디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한국계 미국 스노보드 국가대표 클로이 김(18)이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모두의 예상대로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불과 6세에 미국 내셔널챔피언십 3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13세 때 미국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혀 여성 첫 100점 만점과 US그랑프리 우승 등 숱한 전설을 써내려간 이 ‘천재 소녀’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미국 이민 1세대인 아버지 김종진(62)씨다.
 
단돈 800달러를 손에 쥐고 1982년 미국에 정착한 김씨는 어렵게 공부해 엔지니어가 됐지만 딸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희생했다. 클로이가 탁월한 재능을 보이자 “올림피언(올림픽 참가자)으로 키워내겠다”며 직장까지 관둔 열성 ‘스노보드 대디’다. 로스앤젤레스 집에서 500㎞ 떨어진 매머드 레이크 스키장까지 데려다주느라 새벽 2시에 딸을 차에 태우고 하루 몇 시간씩 운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숱한 스폰서가 붙은 전 세계적 수퍼스타가 된 지금도 클로이의 옆에는 항상 김씨가 있다. 이런 김씨의 헌신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연중 미국인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최고의 빅 이벤트인 수퍼보울 광고에 김씨 부녀가 같이 등장할 정도였다.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딸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치는 모습은 LPGA를 점령한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골프 대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스노보드 대디든 골프 대디든 자식에게 쏟는 정성과 노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도 있다. 골프 대디를 비롯해 수많은 한국 스포츠 스타의 맘과 대디, 아니 그저 공부 열심히 시키는 평범한 타이거맘조차도 주로 혹독한 조련사 역할을 자처한다면 이 스노보드 대디는 항상 팔 벌리고 안아주려고 기다리는 안식처가 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길 때까지 노력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잘못을 지적하는 코치가 아니라 잘못해도 위로하는 친구처럼 다가갔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클로이는 목표나 경쟁에 짓눌리기보다는 정말 스노보드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평창올림픽 결선 경기 중에도 ‘아침에 샌드위치를 다 먹지 않았더니 배고파서 화날 지경(hangry)’이라는 트윗을 날리며 발랄한 또래 소녀의 매력을 발산했다.
 
진짜 자기 인생을 살도록 도와주느냐 아니면 혹독한 경쟁의 승자가 될 것만 강요하느냐, 스노보드 대디와 타이거맘이 갈리는 건 바로 이 지점이 아닌가 싶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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