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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소유권, 최순실에게 있다” 승마 지원금 72억 뇌물 인정

징역 20년이 선고된 최순실(62)씨의 1심과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부의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은 일치하기도, 다르기도 했다.
 
이번 선고를 앞두고 법원 안팎의 관심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내린 판단이 최씨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쏠렸다. 각각 뇌물수수자와 뇌물공여자라서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최씨의 딸 정유라(22)씨에 대한 삼성 측의 승마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등 최씨의 뇌물수수 관련 혐의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가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13일 호송차로 가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13일 호송차로 가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안종범 수첩, 간접증거로 인정
 
최씨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가 당초 1월 26일이었던 1심 선고를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2월 5일) 뒤인 13일로 연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법조계는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두 재판부는 안종범(59)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작성한 수첩의 증거 능력을 달리 봤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선 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씨 재판부는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수첩이 ‘전문(傳聞)증거(당사자의 직접 진술이 아닌 전해 들은 말·기록)’인 이상 직접증거가 될 순 없지만 간접증거로는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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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수첩은 실제 오고 간 대화 내용이나 부정청탁을 입증할 증거 능력이 없었다”며 “반면 안 전 수석이 직접 공모한 재단 출연금 강요 등의 사안에 있어선 수첩의 내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안 전 수석의 범행을 입증하는 구체적 정황증거로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논란이 됐던 ‘명마(名馬) 소유권’에 대한 판단도 엇갈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말 소유자를 삼성이라고 보고, 삼성 측이 건넨 용역비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반면 이번 재판부는 말 소유권이 최씨에게 있었다고 보고 말 세 마리의 구입대금(약 36억원)도 뇌물로 추가했다. 이 부회장 항소심에 비해 승마 지원 관련 뇌물액이 36억원에서 약 72억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판단은 향후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서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에 말 소유권” 이재용 2심과 달라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사안에 대해선 두 재판부의 판단이 상당 부분 일치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명시적 청탁이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의 개별 현안이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박 전 대통령이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삼성 측에서 현안을 대가로 부정청탁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16억원)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204억원)은 모두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최씨가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데는 뇌물죄 인정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건넨 승마 지원금 외에도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낸 추가 지원금 70억원(이후 재단이 롯데에 반환) 등 총 142억원을 뇌물로 봤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는 수령액이 1억원만 넘어도 징역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될 만큼 형량이 높다. 최씨 변호인 측은 비신분자(공무원이 아닌 자)인 최씨가 뇌물 공범으로 기소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비공무원을 공동정범으로 본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일축했다. 최씨는 지난해 이대 학사비리로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향후 재판에서 1심 선고가 유지되면 총 23년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최씨 측 변호인은 "너무나 가혹할 정도의 형량”이라고 말했다.
 

최씨 측 “너무나 가혹할 정도의 중형”
 
최씨의 조카 장시호(39)씨,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9)씨 등 ‘공모자들’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도 최씨의 재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장씨는 최씨와 공모해 영재센터 후원금을 받아낸 혐의로 징역 2년6월을, 차씨는 최씨를 등에 업고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일감을 따낸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양형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지만 최씨에게 제기된 다른 혐의들도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최씨가 포스코 계열 광고대행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하고(강요 미수), 검찰 수사 전 컴퓨터를 파괴하도록 지시(증거인멸 교사)한 것을 모두 유죄로 봤다. 또 현대차로 하여금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의 제품을 납품받게 하고, 차씨가 대표로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맡기도록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도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해 이뤄졌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포스코에 펜싱팀을 창단하고 최씨 소유의 더블루K와 컨설팅 계약을 맺도록 강요한 혐의, KT·하나은행의 인사에 불법 개입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 중형 피하기 어려울 듯=이날 재판부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공동정범’ 관계를 인정하고 두 사람을 대기업 등에 강요를 한 ‘가해자’로 판단한 것도 최씨의 형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SK 측에 재단 지원금 89억원을 요구(제3자 뇌물 요구)한 것도 실제 뇌물수수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유죄로 인정됐다.
 

‘김명수의 대법원’서 판가름 날 듯
 
이에 따라 1심 재판을 앞둔 박 전 대통령도 중형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도 최씨 재판부인 형사22부가 맡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21개 중 11개가 최씨와 겹칠 정도로 공소 사실도 일치한다. 부장판사 출신 황정근 변호사는 “최씨는 물론 박 전 대통령도 항소할 가능성이 크고 이 부회장 재판은 최종심만을 남겨놓고 있다”며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들의 운명은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손국희·박사라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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