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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화성거주훈련 탐사대장 된 한국인···"샤워 1주에 8분"


영화 ‘마션’처럼 … 8개월간 고립생활, 샤워는 일주일에 8분
 
태양열로 작동하는 기지, 실내에서 자외선으로 재배한 감자와 토마토, 생명이 살지 않는 붉은 토양, 우주복을 입은 탐사대원. 영화 '마션'의 장면 묘사가 아니다. 한석진 교수(38·텍사스대학교 계량경제학)가 8개월간 생활해야 할 화성탐사 모의훈련장의 모습이다.
 
나사(NASA)가 미국 하와이주 '빅 아일랜드'의 '마우나 로아' 화산지대에 설치한 화성탐사 모형훈련 기지. [사진=NASA]

나사(NASA)가 미국 하와이주 '빅 아일랜드'의 '마우나 로아' 화산지대에 설치한 화성탐사 모형훈련 기지. [사진=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5일부터 '화성탐사 모의훈련'(Hi-SEAS, Hawaii Space Exploration Analog and Simulation) 6기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6기 탐사대장(커맨더)으로 선발됐다. 아시아인 중에서 최초로 뽑힌 대원인 동시에 이공계열이 아닌 사회과학자로서도 첫 참가 사례다.  
 
나사는 2013년부터 지구에 '작은 화성'을 만들고 모의 화성탐사 훈련을 해왔다. 훈련기지는 미국 하와이주 '빅 아일랜드'의 '마우나 로아' 화산 지대에 있다. 붉은 화산암과 여러 분화구가 있는 해발 2499m의 이 불모지는 지구에서 화성과 가장 유사한 곳이다.
 
한석진 교수(텍사스대학교 계량경제학)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중앙일보 사옥에서 화성탐사 모의훈련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석진 교수(텍사스대학교 계량경제학)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중앙일보 사옥에서 화성탐사 모의훈련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군대 재입대하는 기분이에요." 훈련 참가를 앞둔 한 교수는 설렘과 걱정을 동시에 내비쳤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중앙일보 사옥에서 미국 출국을 앞둔 한 교수를 만나 탐사 커맨더로 뽑힌 과정과 심경, 앞으로의 훈련 계획 등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탐사대원 중에서도 커맨더로 선발된 기분이 어떤지.
 
"탐사대원으로 선발된 일은 일생에서 한 번뿐인 기회인 것 같다. 어렸을 때의 꿈 중 하나가 우주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화성에 직접 가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의 화성탐사에 기여하는 것도 정말 설레는 일이다. 누구나 우주탐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 주변에서도 굉장히 들뜬 분위기에서 축하해줬다. 또한 커맨더로 선발돼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참여하는 'Hi-SEAS(하이시스)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나사가 지원하고 하와이 대학교가 수행하는 화성탐사 모의훈련이다. 아직 사람이 직접 화성에 가서 탐사할 수 없으니 지구에서 지상훈련을 한다고 보면 된다. 2013년부터 이미 5번의 훈련(미션)이 진행됐고 6기가 마지막이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극단적으로 제한되고 고립된 환경에서의 장기간 생활이 대원들의 심리상태와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늘리는 것이 성공적인 임무 수행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화성탐사 모형훈련 기지의 내부 모습. 1층이 공용공간이고 2층에 침실이 붙어있다. [사진=NASA]

화성탐사 모형훈련 기지의 내부 모습. 1층이 공용공간이고 2층에 침실이 붙어있다. [사진=NASA]

 

-지구에서 화성탐사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는.
 
"가장 이상적인 화성탐사 훈련은 대원들이 직접 화성에 가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때문에 지구에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서 실제 화성에서 벌어질 일들을 모의훈련 하는 것이다. 탐사대원들은 화성에 도착한 상황을 가정해서 살아남고, 협업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재연해 시행착오 비용을 줄인다."
 
마우나 로아 화산 지대의 토양은 화성과 비슷한 붉은색을 띈다. 탐사대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우주복을 입고 나가 토양채취 훈련을 한다. [사진=NASA]

마우나 로아 화산 지대의 토양은 화성과 비슷한 붉은색을 띈다. 탐사대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우주복을 입고 나가 토양채취 훈련을 한다. [사진=NASA]

  
-영화 '마션'이 떠오른다. 유사한 점이 많을 것 같다.
 
"'마션'에서 나오는 탐사대와 장소만 다를 뿐 환경이 대부분 비슷하다. 외부와 고립된 화산 지대에 설치된 돔 구조물에서 탐사대원 4명(남자2, 여자2)이 한 팀으로 생활한다. 앞선 훈련에서는 6명이 파견됐는데 나사는 실제 화성탐사가 이뤄진다면 4명이 더 현실적인 인원수라고 판단하고 이번에 변경했다. 식사는 우주식량으로 해결한다. '마션'처럼 기지 내부 실험실에서 감자, 토마토 등을 재배해서 식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도 있다. 샤워는 일주일에 딱 8분만 할 수 있다. 외부와 소통은 e메일과 녹화된 비디오를 주고받는 것뿐이다. 화성과 지구의 거리를 반영해서 20분씩 늦게 전달된다. 외출은 일주일에 두 번뿐인데 우주복을 갖춰 입고 나가야 한다."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탐사기지 내부에서 감자 재배에 성공한 모습. [영화 '마션' 캡쳐]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탐사기지 내부에서 감자 재배에 성공한 모습. [영화 '마션' 캡쳐]

 
-다른 점이 있다면.
 
"'마션'은 물, 식량, 에너지, 우주선 등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의 생존을 위한 과학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모의훈련은 기술보다 사람의 문제에 집중한다. 우주선이 폭파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한 게 팀이 폭파되지 않는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고립된 환경에서 갈등은 반드시 발생한다. 팀워크를 유지하며 임무를 무사히 수행하는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다."
 
-어떤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나.
 
"우선 프라이버시가 없는 환경이 어려움을 만들 것이다. 기지는 지름 11m, 높이 6m의 복층 돔 구조물이다. 1층은 거실, 부엌, 실험실 등 공용 공간이고, 그보다 좁은 2층에는 팀원 6명의 침실이 있다. 침실은 고시원이라고 보면 된다. 방이 모두 붙어 있어서 옆방에서 움직이는 소리까지 들린다. 지구와는 고립됐지만 팀원과는 떨어질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훈련기지 안에서 팀원들과 항상 붙어 지내야 하는 탐사대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외부 활동은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진=하와이대학교]

훈련기지 안에서 팀원들과 항상 붙어 지내야 하는 탐사대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외부 활동은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진=하와이대학교]

 
-커맨더로서 책임이 막중해 보인다. 어떻게 뽑히게 된 건가.
 
"2016년에 미션4가 끝난 뒤 나온 기사를 보고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마침 미션5와 6을 동시에 뽑는 지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지원 과정은 나사에서 우주인을 선발할 때와 거의 동일했다. 지원 과정을 겪어보는 것 자체로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서 지원서를 넣었는데 커맨더까지 맡게 됐다."
 
-선발 과정은 어떻게 되나.
 
"1차는 서류전형이다. 자기소개서, 연구계획서, 추천서를 제출했다. 자기소개서 질문 중 하나는 지금까지 자신의 경험 중에서 이 미션을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서술하라는 것이었다. 2차에서는 심리·상황판단·인지능력 등 여러 테스트를 봤다. 3차에서는 화상 인터뷰를 했다."
 
-자기소개서 비결이 궁금하다.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한 경험을 쓴 게 결정적이지 않았을까. 강원도 민간인통제구역에서 지낸 2년2개월과 이번 훈련은 공통점이 많다. 이등병 때 어떻게 적응했고 병장 때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강조했다. 한국 사람에겐 당연한 경험이 외국에선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
 
나사(NASA)는 시행착오를 겪은 흰색 우주복의 불편한 점을 개선해서 녹색 우주복을 탐사대원들에게 새로 지급했다. [사진=하와이대학교-

나사(NASA)는 시행착오를 겪은 흰색 우주복의 불편한 점을 개선해서 녹색 우주복을 탐사대원들에게 새로 지급했다. [사진=하와이대학교-

 
-이공계 과학자가 아닌 사회과학자 대원으로 첫 참가다.
 
"사회과학자의 상상력을 맘껏 발휘해보고 싶다. 사회과학 특히 계량경제학은 한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최적의 선택을 하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다. 화성탐사 모의훈련은 6명의 탐사대원이 극단적이고 단순화된 환경에서 상호작용할 때 어떻게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에 굉장히 흥미로운 모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가 가능한가.
 
"훈련 기지의 시설과 대원들의 상호작용은 모두 데이터로 수집된다. 이를테면 스트레스 수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해서 생활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 완성된 우주식량을 먹기보단 간단한 조리가 가능할 때 더 즐거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가족이 보낸 이메일을 확인할 때는 가상현실(VR) 기기를 도입해 지구의 환경을 체험하도록 했더니 더 행복해했다. 누가 특정 대원과 대화할 때 호감을 느끼고, 특정 대원의 잠버릇을 싫어하는지도 측정이 가능하다."
 
화성탐사 모의훈련 기지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탐사대원들은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5기 탐사대원이 기지 안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모습. [사진=하와이대학교]

화성탐사 모의훈련 기지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탐사대원들은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5기 탐사대원이 기지 안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모습. [사진=하와이대학교]

 
-지구와 고립된 8개월은 꽤 긴 시간이다. 어떻게 이겨낼 계획인가.
 
"커맨더로서 훈련 기지의 분위기 전환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유머가 중요하지 않을까. 초반에 유쾌한 소통을 자주 나눠야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도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게 긴 시간을 이겨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훈련기지에서 그림을 꾸준히 그리려고 한다. 앞선 미션을 수행한 대원들은 보드게임, 음악, 영화 등을 최대한 많이 챙겨가라고 충고하더라. 남는 시간에는 훈련 기지의 소식을 기록해서 지구와 교신할 계획이다. (※한 교수는 훈련 기간에 중앙일보 <더, 오래> 코너를 통해 '화성에서 보낸 편지'를 연재한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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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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