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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조선소 이어 GM공장까지···'군산 경제 패닉'

폐쇄 결정이 내려진 13일 오전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군산=김준희 기자

폐쇄 결정이 내려진 13일 오전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군산=김준희 기자

"저도 방금 전 뉴스 보고 알았어요."
13일 오전 10시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국GM 군산공장. 바리케이드가 쳐진 정문을 경비원이 열어 주자 한 여성이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가 "공장 폐쇄 소식을 들었느냐"고 묻자 그는 "저는 협력업체 직원이에요. 잘 몰라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바로 직전 한국GM은 "오는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이미 지난 8일부터 재고 조정을 위해 다음달 말까지 신차 조립 공정을 중단한 상태다. 그 뒤로 30분간 남자 직원 서너 명이 공장 정문을 드나들었지만 이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GM 군산공장 인근 도로변 곳곳에는 '쉐보레' '말리부' 등 GM에서 생산하는 차종 마크가 새겨진 대형 탑차들이 서 있었다. 그 반대편 도로에 주차된 트럭 운전석에는 A씨가 타고 있었다. 본인을 "GM에 페인트 처리 약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 다닌다"고 소개한 A씨는 "이달 초까지 현장에 있었는데도 폐쇄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몇 년 전부터 공장 가동에 계속 문제가 있어 예상은 했지만 막상 폐쇄 결정이 나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GM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과도 거래하는데 그쪽 직원들도 군산공장 폐쇄 여파가 자기네까지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바리케이드가 쳐진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군산=김준희 기자

바리케이드가 쳐진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군산=김준희 기자

전날 GM 군산공장 노조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900여 명은 공장에서 공청회를 열고 공장 폐쇄가 현실화하면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공장 가동이 멈추면 직원 2000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서다. 수년째 '공장 폐쇄설'이 나돌면서 GM 군산공장 직원과 가족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노조를 깊숙이 아는 한 관계자는 "직원들 스스로 오랫동안 이어온 누적 적자를 잘 알고 있기에 회사 지도부의 조치나 정부 대응 등 사태 추이를 차분히 주시하고 있다"며 "회사의 폐쇄 발표로 뒤숭숭한 분위기지만 노조 차원의 집단 행동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GM 군산공장이 멈추면서 1·2차 사외 협력업체 136개도 줄도산 위기에 몰렸다. 앞서 GM이 군산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대부분 휴직 상태였던 이들 협력업체 근로자 1만700명은 실업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1996년 옛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GM 군산공장에 플라스틱 내·외장재를 납품해 온 한 협력업체 이사 B씨는 "협력업체 대다수가 직원 감원에 들어가거나 다른 거래처를 알아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군산 쪽 업체 대다수가 GM 군산공장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GM이 폐쇄되면 덩달아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GM 군산공장의 정규직원들은 공장 가동이 중단돼도 통상 임금의 80%를 월급으로 받지만, 사외 협력업체 직원들은 꿈도 못 꾼다. B씨는 "우리 직원들은 나중에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휴직 급여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옆 주차장. 군산=김준희 기자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옆 주차장. 군산=김준희 기자

협력업체들은 정부에 국세 및 지방세 감면, 은행 대출금 상환 기간 연장, 실업급여 전부 지원, 재취업 교육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GM 군산공장 협력업체 간부는 "GM이 '공장 폐쇄'라는 마지막 카드를 썼으니 정부가 다국적 기업에 끌려다니기보다 차라리 현대·기아차 등 튼튼한 기업에 GM 군산공장을 매각해 다른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쿼터(몫)를 주고 고용 승계가 이뤄지도록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GM 군산공장이 문을 닫기로 하자 전북 지역 자동차 관련 학과들도 비상이 걸렸다. 군산대에 따르면 정원이 110명인 이 대학 기계융합시스템공학부 졸업생의 15%는 해마다 GM 군산공장이나 협력업체에 입사했다. 하지만 올해 졸업생부터는 취업길이 거의 막혔다고 한다. GM에서 주는 일감이 떨어지면서 신입사원 채용은커녕 기존 직원들도 퇴사하는 상황이어서다.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앞 군산국가산업단지 현황 안내판. 군산=김준희 기자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앞 군산국가산업단지 현황 안내판. 군산=김준희 기자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앞 군산국가산업단지 현황 안내판. 군산=김준희 기자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앞 군산국가산업단지 현황 안내판. 군산=김준희 기자

윤준원 군산대 기계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수송기계부품설계인력양성사업단장)는 "GM 군산공장 상황이 나빠져 학생들의 취업 시장이 좁아졌다"며 "군산산업단지는 한국GM 협력업체들이 중추를 이루다 보니 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 군산산업단지에 졸업생들을 취업시켜 온 군산대와 전북대·전주대·우석대·호원대 등도 악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군산조선소 폐쇄로 군산의 2년제 사립 전문대인 군장대 조선공학과가 없어졌다.  
 
GM 군산공장 주변 상인들도 울상이다. 이날 정오쯤 찾은 오식도동 상가 거리는 점심 시간인데도 한산했다. 폐업한 상점도 즐비했다. 건물 곳곳에는 '임대·매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붙었다. 김모(65)씨의 식당은 아예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테이블 15개는 텅 비었다. 2007년부터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해 왔다는 김씨는 "GM 직원들은 지난해부터 거의 안 온다. 공장 폐쇄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며 덤덤히 말했다. 하지만 "매출이 전보다 5분의 1로 줄었다. 가게가 내 소유여서 그나마 버티는데 계속 쥐고 있어야 할지 당장 털어버려야 할지 '뜨거운 감자' 같다"고 말할 때는 김씨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그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군산조선소에 이어 GM까지 문을 닫으니 군산은 탄광으로 치면 '막장'이 됐다. 비교적 넉넉한 연봉을 받으며 풍족하게 살던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GM 군산공장 인근 도로변 곳곳에 주차된 대형 탑차들. 군산=김준희 기자

한국GM 군산공장 인근 도로변 곳곳에 주차된 대형 탑차들. 군산=김준희 기자

GM 군산공장과 협력업체들이 몰린 소룡동과 오식도동에는 빈 원룸이 속출하고 있다. 공실률이 90%라고 한다.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들이 새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경매로 넘어간 원룸이나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수요가 없다 보니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공인중개사 C씨는 "오식도동에 있는 원룸 520여 개 가운데 방이 많이 차야 60~70%에 불과하고 건물 전체가 빈 원룸도 수두룩하다"며 "사람이 안 살다 보니 금년 겨울에 보일러와 수도가 터져 난리 난 곳이 많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D씨는 "5억원대 가던 집들이 3억원대로 떨어져도 안 팔리고 월세 30만원짜리 방이 15만원까지 반 토막 나도 세입자가 없다"고 했다. 소룡동에서 아파트 전세 및 매매 계약을 전문으로 하는 공인중개사 E씨는 "(GM 군산)공장 입구다 보니 타지에서 남편 따라 온 가족들이 많다"며 "원래 공실이 없는 아파트인데 6개월 전부터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 요즘은 공실률이 20% 정도 된다"고 말했다.
 
13일 정오쯤 군산시 오식도동 상가 거리. 점심 시간인데도 한산하기만 하다. 군산=김준희 기자

13일 정오쯤 군산시 오식도동 상가 거리. 점심 시간인데도 한산하기만 하다. 군산=김준희 기자

13일 정오쯤 군산시 오식도동 상가 거리. 사람은 없고 개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다. 군산=김준희 기자

13일 정오쯤 군산시 오식도동 상가 거리. 사람은 없고 개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다. 군산=김준희 기자

'정부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더라도 자동차 신규 물량을 군산공장에 맡기는 조건을 GM 측에 걸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군산시는 이날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문용묵 군산시 지역경제과장은 "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 군산조선소 폐쇄보다 4~5배 여파가 크다"고 했다. 군산조선소의 경우 처음 생길 때 하청업체들까지 울산에서 군산으로 넘어왔지만 GM 군산공장은 20년 넘게 군산에 있으면서 사실상 '향토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문 과장은 "GM 군산공장은 근로자부터 협력업체까지 뿌리가 모두 군산에 있다. 정부에서 지방 분권 개헌을 한다는데 군산이 다 죽어 나자빠진 다음 분권을 해본들 무슨 소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선 GM 군산공장의 일시 가동 중단 조치가 '완전 폐쇄'로 가는 사전 단계로 보는 시각이 애초부터 우세했다. 이런 우려가 이날 현실이 된 셈이다. GM 측은 앞서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은행(한국GM 2대 주주)에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나 금융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GM이 증자와 금융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 협조를 요청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한국GM의 누적 적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GM이 '군산공장이 문 닫으면 군산 경제가 무너진다'는 지역 여론을 등에 엎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군산시 오식도동 원룸촌. 공실률이 90%라고 한다. 군산=김준희 기자

군산시 오식도동 원룸촌. 공실률이 90%라고 한다. 군산=김준희 기자

GM의 국내 4개 사업장 중 하나인 전북 군산공장은 준중형차 크루즈와 다목적차량 올란도를 만든다.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128만㎡ 부지에 생산 라인 2개를 두고 연간 26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 부지 면적으론 국내 GM 4개 공장 중 가장 크지만 생산 대수는 3번째로 비교적 작다. 1996년 지어진 대우자동차 공장을 GM이 2002년 10월 인수했다. GM 군산공장의 수출액(생산 대수)은 2011년 39억 달러(26만8000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35억 달러(21만1000대), 2013년 23억 달러(14만4000대), 2014년 11억 달러(8만1000대), 2015년 7억 달러(7만대), 2016년 4억 달러(3만4000대)로 해마다 급감해 왔다. 최근 3년간 공장 가동률은 20%선에 불과하다. 현재 사내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2044명이 근무 중이다. 
 
GM 군산공장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군산 경제의 버팀목이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6년 군산 전체 수출액(20억 1100만 달러)의 20%가 GM 군산공장 몫이었다. 같은 해 군산 지역 제조업 생산액 14조6000억원의 6.8%(1조원)가 GM 군산공장에서 나왔다. 지난해 7월 폐쇄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1조2900억원)에 이어 GM 군산공장마저 문을 닫으면 군산 지역 전체 생산액의 15.7%(2조2900억원)가 공중에 날아가는 셈이다. 군산조선소 취업자는 2016년 4월 기준 협력업체를 포함해 86개사, 5250명에 달했지만, 공장 폐쇄 이후인 지난해 12월에는 22개사, 391명으로 급감했다.  
 
군산시 오식도동에 있는 문 닫힌 술집. 군산=김준희 기자

군산시 오식도동에 있는 문 닫힌 술집. 군산=김준희 기자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이날 "한국GM은 경영 정상화를 명목으로 정부에 3조원을 요구하며 군산공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전북도·군산시가 손잡고 위기 대응반을 구성해 GM 군산공장의 조기 정상화와 협력업체들에 대한 경영 지원 및 고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 지사는 오는 20일 또는 21일 이낙연 총리를 만나 GM이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철회하도록 건의할 방침이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13일 오전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군산=김준희 기자

13일 오전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군산=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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