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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Talk] "올림픽 기념 배지 모으러 미국에서 날아왔어요"

기념 배지를 모으기 위해 올림픽 현장을 14번 찾았다는 '핀 트레이더' 다니엘 프레스버거. 정아람 기자

기념 배지를 모으기 위해 올림픽 현장을 14번 찾았다는 '핀 트레이더' 다니엘 프레스버거. 정아람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빙상 경기장이 모여 있는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에서는 특이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들끼리 기념 배지를 교환하는 모습인데요. 점점 배지를 교환하고, 배지를 모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배지를 수집하기 위해서 먼 나라에서 날라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문 용어로 '핀 트레이더(Pin Trader)'라고 합니다. 핀 트레이더를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들은 머플러나 옷 앞섶에 주렁주렁 배지를 달고 있으니까요. 추운 날씨에 매서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핀 트레이더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경기장 근처를 서성입니다.  
 
배지 교환은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집니다. 배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다가오면 교환은 시작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교환이 성사되는 건 아닙니다. 서로 마음에 드는 배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간단한 인사말이 오가고, 서로 배지에 대한 칭찬도 이어집니다. 배지는 새로운 인연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는 셈입니다.
배지를 교환하기 위해 관광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다니엘 프레스버거. 정아람 기자

배지를 교환하기 위해 관광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다니엘 프레스버거. 정아람 기자

 
다니엘 프레스버거(Daniel Presburger·53)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핀 트레이더입니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찾아가 배지를 모으고 있고, 평창 겨울올림픽은 14번째 올림픽이라고 합니다.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3회 하계 올림픽에서 우연히 배지를 모으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고 하네요.
 
다니엘은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매일 나와서 배지를 모을 계획"이라며 "한국 관련 아이템은 400~500개를 모았다. 이제 시작이다"라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지금까지 모은 배지는 몇십만개에 달한다고 해요. 이처럼 열심히 배지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배지를 모으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지를 수집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에서 평창을 찾은 마크 체스트넛. 정아람 기자

배지를 수집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에서 평창을 찾은 마크 체스트넛. 정아람 기자

 
자원 봉사자들과 배지를 교환하고 있는 마크 체스트넛. 정아람 기자

자원 봉사자들과 배지를 교환하고 있는 마크 체스트넛. 정아람 기자

미국 시카고에서 날라온 마크 체스트넛(Mark Chestnut·53) 역시 전문적인 배지 수집가입니다. 평창 겨울올림픽은 11번째 올림픽이라고 하네요. 그는 "여기에 오기 위해 3주 휴가를 냈다. 1년 치 휴가를 다 썼기 때문에 돌아가면 꼼짝없이 일만 해야 한다. 그래도 배지 모으는 게 너무 재밌어서 후회하지 않는다.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평창 올림픽에 대한 인상을 묻자 "너무 너무 춥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랑스럽고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강릉올림픽파크에서는 핀 트레이더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강릉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핀 트레이더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강릉이 평창보다 따듯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평창에 먼저 터를 잡았다가 추위에 혼쭐나서 강릉으로 넘어온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수집한 배지를 자랑하고 있는 론 이즈벨. 1988년부터 배지 모으기를 시작했다. 정아람 기자

수집한 배지를 자랑하고 있는 론 이즈벨. 1988년부터 배지 모으기를 시작했다. 정아람 기자

미국 텍사스에서 온 론 이즈벨(Ron Isbell·48)은 그간 자신이 모은 배지가 몇천개인데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다고 자랑을 늘어놨습니다. 배지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서는 "올림픽은 여러 사람을 만날 좋은 기회다. 특히 배지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핀 트레이더를 중심으로 올림픽 현장에선 배지를 교환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습니다. 명찰에 여러 개의 배지를 달고 다니는 자원봉사자, 선수, 행사 관계자 등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배지 나눔 문화가 확산하면서, 올림픽 기념품 매장에서 배지 매출도 크게 올랐다고 합니다.
 
경기 관람 등을 위해 올림픽 현장을 찾을 일이 있다면, 집에 있는 배지를 몇 개 들고 와서 핀 트레이더와 교환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눈에는 쓸모없어 보여도 핀 트레이더들에겐 특별한 물건일 수 있습니다. 핀 트레이더들은 각국의 문화가 녹아 있는 배지일수록 가치를 높게 치거든요. 이들과 배지를 나누는 짧은 순간은 특별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강릉=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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