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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맞추려 “출근 늦게, 퇴근 빨리”

삼성전자는 지난달 ‘근태관리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 직원들은 PC에 깔린 이 시스템을 클릭만 하면 자신이 이번 주에 몇 시간 일했는지를 분(分) 단위까지 알 수 있다. 출퇴근 때나 점심식사를 위해 외출했다가 들어올 때 등 출입관리시스템에 ID(개인식별) 카드를 갖다 댈 때마다 근무시간이 자동 계산된다.
 
재계에 ‘근무시간 줄이기’가 확산되고 있다. 올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단축근무제가 본격 도입되는 데 따른 일종의 예행연습이다. 현재 법정 기준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이다. 여기에 근로 당사자의 동의하에 주당 12시간 내에서만 연장 근로가 가능해진다.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여야 합의안)은 300인 이상 사업장은 7월, 50~299인은 2020년 1월, 5~49인은 2021년 7월 도입을 목표로 한다.
 
기업들은 각양각색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2주 80시간’ 내에서 일하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2분기 중 도입한다. 업무량이 많은 주에는 주당 50시간을 일하다가 바쁜 일이 끝난 주에는 주당 30시간으로 유연하게 시간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다음달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한 SK하이닉스는 ‘주당 52시간’ 준수를 위해 통근버스 시간도 조정하기로 했다.
 
인터넷 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는 오전 7~10시, 카카오는 오전 9~10시 사이에 30분 단위로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높은 업무 강도로 비판받아 온 넷마블은 하루 5시간 이상 근무하되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코어타임 근무’를 도입할 계획이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도 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 헬스장을 이용하거나 흡연과 잡담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엔 출입 기록에 따라 분 단위로 근무시간에서 제외한다.
 
단축근무제를 경직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연구개발(R&D) 조직의 경우 신제품 출시 전과 출시 후 업무 강도가 크게 다르다”며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으면 ‘매주 52시간 이하’라는 룰이 경영에 또 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리 대책 마련에 나선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곧장 비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무법인 유앤의 김성중 노무사는 “한국인 연평균 근로시간이 211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라며 “기업들이 전향적으로 나서고 노조원들도 현장을 고려한 합의의 미덕을 발휘해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향상, 일자리 나누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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