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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올림픽 신인류 … 져도 당당하다 “다음에 잘할게요”

민유라(피겨 아이스댄스) - 입촌식 때 ‘쾌지나 칭칭 나네’ 흐르자 뛰어나와 춤춘 ‘흥유라’. [뉴스1]

민유라(피겨 아이스댄스) - 입촌식 때 ‘쾌지나 칭칭 나네’ 흐르자 뛰어나와 춤춘 ‘흥유라’. [뉴스1]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서서히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지난 9일 개회식에 대한 전 세계의 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적은 예산을 들여 한국의 전통문화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멋진 무대를 꾸몄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올림픽 흥행도 호조를 띠고 있다. 개회식 입장권이 99.2%나 팔린 것을 비롯해 11일과 12일에도 대부분의 표가 팔렸다.
 
이렇게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인 개최를 향해 달려가는 데는 대한민국의 쾌활한 1020세대가 밑거름이 됐다. 10~20대의 올림피언들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54년 축구팀 “지면 현해탄 투신”
정남식(가운데)이 일본 선수들 사이로 슛 하고 있다. 최정민(왼쪽)과 우상권도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1954년 일본 메이지 신궁에서 열린 한·일 축구 첫 맞대결. 한국이 5-1로 이겼다. [사진 스포츠 자료 수집가 이재형씨]

정남식(가운데)이 일본 선수들 사이로 슛 하고 있다. 최정민(왼쪽)과 우상권도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1954년 일본 메이지 신궁에서 열린 한·일 축구 첫 맞대결. 한국이 5-1로 이겼다. [사진 스포츠 자료 수집가 이재형씨]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지역예선 일본전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일본에 지면 현해탄(대한해협)에 빠져 죽겠다”고 서약했다. 또 82년 프로복서 고(故) 김득구는 라이트급 세계타이틀전을 앞두고 “지면 링에서 살아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출사표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결국 경기 도중 턱을 강타당한 충격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했다.
 
이렇게 80년대까지만 해도 스포츠 선수들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국제대회에 나갔다. 얼굴엔 비장함이 가득했고, 미소와 여유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2018년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다르다. 90년 이후 태어난 ‘대한민국 1020세대’들은 성적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올림픽을 즐기고 있다. ‘평창 올림피언’과 ‘쾌활세대’는 동의어라 할 만하다.
7일 오전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린 입촌식에서 민유라가 편곡된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7일 오전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린 입촌식에서 민유라가 편곡된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재미동포인 피겨 아이스댄스 민유라(23)는 지난 7일 강릉선수촌 입촌식에서 ‘쾌지나 칭칭 나네’가 흘러나오자 가장 먼저 뛰어나와 춤을 추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는 단체전에서 동료들이 경기할 땐 직접 준비한 오륜 안경을 쓰고 응원한다.
 
그의 별명도 ‘흥’이 넘친다는 뜻에서 ‘흥유라’다. 지난 11일 피겨 단체전 아이스댄스 쇼트댄스 경기 도중 유니폼 상의 끈이 풀어졌지만 “개인전 때는 바느질을 잘해서 오겠다”고 ‘쿨’하게 말하는 식이다. 민유라는 “‘흥’이란 단어를 안다. 연습 때도 시끄러운 편이라 코치에게 야단을 맞은 적도 많다”고 말했다.
 

서이라 “직접 만든 랩 공연할게요”
서이라(쇼트트랙) - 미디어데이 때 다이나믹 듀오의 랩 능숙하게 뽐낸 ‘래퍼 서이라’. [뉴시스]

서이라(쇼트트랙) - 미디어데이 때 다이나믹 듀오의 랩 능숙하게 뽐낸 ‘래퍼 서이라’. [뉴시스]

 
남자 쇼트트랙 서이라(26)는 지난 10일 1500m 준결승에서 0.002초,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결승행이 좌절됐다. 속상한 마음에 믹스트존을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그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서이라는 “오늘 경기는 아쉽지만 다음 경기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웃어 보였다.
 
예전처럼 지거나 탈락하면 통곡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서이라는 지난해 7월 미디어데이 행사에선 마이크를 잡고 랩 가사를 읊조리면서 힙합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야유회’를 불렀다. 그는 올림픽이 끝난 뒤 팬들에게 자작 랩을 들려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서이라는 평창올림픽 입촌식 때는 액션캠을 들고 취재진을 촬영하는 발랄함을 보이기도 했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도 서이라다. 늘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줘서 별명이 ‘이라찡’이다.
박승희(스피드스케이팅) - 4년 전 쇼트트랙 경기 중 자신을 넘어뜨린 영국 선수 감싼 ‘쿨 승희’. [연합뉴스]

박승희(스피드스케이팅) - 4년 전 쇼트트랙 경기 중 자신을 넘어뜨린 영국 선수 감싼 ‘쿨 승희’. [연합뉴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딴 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박승희(26)는 선수촌 내 활력소다. 외국의 쇼트트랙 선수들은 박승희를 보면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한다. 박승희는 소치 올림픽 500m 경기 도중 자신을 넘어뜨렸던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박승희는 “크리스티는 착한 친구인데 우리나라 팬들이 너무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혜지(컬링 믹스더블) - 장점 묻자 ’아름다움?“이라고 답하는 ‘세상 발랄 혜지’. [뉴스1]

장혜지(컬링 믹스더블) - 장점 묻자 ’아름다움?“이라고 답하는 ‘세상 발랄 혜지’. [뉴스1]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의 장혜지(21)의 별명은 ‘세상 발랄’이다. 그에게 본인의 장점을 물으면 “아름다움?”이라고 말하며 까르르 웃는다. 파트너 이기정(23)이 스톤을 딜리버리할 때 장혜지가 외치는 “오빠~ 라인 좋아요”란 말은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
 
장반석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은 “컬링은 상대 선수에게 ‘굿 샷’을 외쳐주는 신사의 스포츠다. 져도 웃는 자세가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 같다”며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도전자 입장에서 즐겼다”고 전했다.
 
 
박승희 “저 넘어뜨린 선수 착해요”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국가를 자랑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짓눌렸다. 금메달이 최고의 가치였고, 은메달을 따면 눈물을 흘리는 선수가 많았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은 개인적인 의미 부여가 중요하다. 최고의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것 자체만으로, 자기 기준에 부합하는 성취만으로도 자아실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대한민국 국민 역시 컬링 같은 생소한 경기에서도 즐거움을 느낀다.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모굴의 서정화(28)가 14위에 그쳤지만, 그가 골반을 다친 뒤 진통제를 맞고 투혼을 발휘한 것만으로도 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자원봉사(개회식 자원봉사 댄스팀) - 개회식 선수 입장 때 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은 ‘무한댄스팀’. [AP=연합뉴스]

자원봉사(개회식 자원봉사 댄스팀) - 개회식 선수 입장 때 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은 ‘무한댄스팀’. [AP=연합뉴스]

 
1020세대 자원봉사자들도 평창올림픽 성공의 밑거름이다. 지난 9일 개회식 당시 대부분 대학생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70명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스코트 수호랑 모자를 쓰고 ‘무한댄스’를 췄다. 그리스부터 남북 공동입장까지 91개국이 입장하는 동안 이들은 한 시간 넘도록 쉬지 않고 춤을 췄다.
 
개회식이 끝난 뒤 네티즌들은 ‘극한직업 못지않게 힘들었을 텐데 참 대단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한국을 찾은 미국 NBC 관계자는 “쾌활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강릉=박린·김효경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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