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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중앙일보 <2018년 1월 29일 30면>
정치권, 참사 막을 입법 대신 네 탓 정쟁에만 골몰하는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189명의 사상자(사망 38명 포함)가 발생하면서 인구 11만 명인 경남 밀양시는 도시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네 탓 공방에만 혈안이다. 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책임론을 뒤집어씌우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 중앙정부의 재난 대응이 잘못됐다며 비판한다. 반면 여당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에 소방 안전 대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이런 게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치 다툼이 아니고 무엇인가. 오죽했으면 밀양 현지에서 “장례식장에 정치하러 왔느냐”고 면박을 주었겠는가.
 
지금 정치인들이 재난 현장에 달려가 사진 찍기보다 정작 서둘러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제대로 된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국회 스스로 법적 미비점을 손질하는 일이 그것이다.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화재 이후에도 소방 관련법 5건은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늑장 처리는 국회의 직무 유기나 다름없다. 이번 밀양 참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만 하더라도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건축물 규모에 따라 획일적으로 안전 기준을 적용하는 현행 소방 관련법은 손질이 필요하다. 규모만 따지다 보니 세종병원처럼 거동이 불편한 70세 이상 고령 환자와 중증 환자가 많아 안전 대책이 더 절실한 건물이 화재에 무방비였다.
 
또 현행 소방시설법(화재 예방·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 시행령에 따르면 옥내소화전·스프링클러·비상경보기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은 수용 인원 100명 이상의 문화·집회·종교·운동시설 등에 한정된다. 세종병원 같은 의료시설은 빠져 있다.
 
입법 사각지대는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의료기관 등은 일반 건물 기준에 준해 4층 이상이면서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건물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되게 돼 있다. 세종병원은 5층 건물이지만 바닥 면적이 394.78㎡여서 설치 의무가 없다. 병상 숫자에 따라 병원 안전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현행 규정도 문제다.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는 실내 내장재로 방염 자재를 써야 한다. 하지만 99병상 이하의 중소병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세종병원은 95개 병상이었다. 이번 화재 때도 건축 내장재와 매트리스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질식해 많은 환자가 숨졌다.
 
이처럼 정부와 국회가 꼼꼼히 챙기고 손질해야 할 사안들이 수두룩하게 쌓이고 있다. 밀양 같은 중소도시는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지방 병원에 고령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국에 세종병원 같은 규모의 중소병원도 1400곳이 넘는다. 안전 사각지대를 방치하면 언제 어디서 ‘제2의 밀양 참사’가 터질지 모른다.
 
그동안 정부는 재난이나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증요법식 땜질 처방만 해왔다. 이번에야말로 종합적인 재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급한 불 끄기’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안전 대책을 내놔야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겨레 <2018년 1월 28일 23면>  
조금씩 드러나는 ‘인재’, 이제라도 제대로 고치자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의 충격 속에 진상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을 통해 당시 응급실 환복·탕비실 천장 전선에서 처음 발화했고, 화상보다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가 많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전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안타까운 희생을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대목도 차츰 나타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최근 몇년 사이 발생한 대형 참사의 종합판이라 할 정도로 구조적인 원인을 애초부터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충북 제천 화재 당시 지적된 필로티 구조물에다 1층 천장에서 발화했으나 소방점검을 통해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것도 공통적이다. 2015년 경기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처럼 불에 잘 타는 외장재를 사용했고,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들의 손을 묶어놓았던 점이나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도 똑같다. 스프링클러나 제연·배연 설비가 없어 피해를 키운 것은 제도에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에서 언급했듯이 건물 면적이 아니라 이용자 상황·실태를 기준으로 안전기준을 두었다면 이번 참사는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대책을 마련해온 당국의 뒷북행정, 탁상행정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선제적·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웠더라면 비슷한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책을 세울 때마다 ‘안전’ 문제를 ‘비용’ 우선으로만 판단해온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 안전불감증이 항상 발목을 잡아온 사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제천 화재 이후 소방당국이 일제히 점검을 했는데도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당국의 예방 소홀 등 잘못은 없는지도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병원 쪽은 최근까지 모두 12건이나 무단증축을 했음에도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버텨온 것으로 알려진다.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그만큼 제재가 가벼웠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서는 바람에 6명이나 숨졌다면 비상용발전기에 문제는 없었는지, 방화문을 열어놓은 건 아닌지 등 병원 쪽 잘못도 잘 따져봐야 하겠다.
 
이낙연 총리가 “안전관리가 취약한 전국 29만 곳에 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처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쳐온 잘못을 더는 되풀이해선 안 된다.
 
논리 vs 논리
이번 기회에 ‘입법 사각시대’ 보완해야 vs 철저한 안전진단 필요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1월 26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의 화재로 모두 48명이 숨지고 14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2월 9일 밀양시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결과) 종합병원이나 요양병원 및 정신 의료 기관은 소방법에 따라 방염 성능 기준 이상의 실내 장식물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이 병원은 종합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으로 분류돼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결과적으로 유독가스 희생자가 유난히 많았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이 화재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의료기관은 4층 이상이면서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건물에만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다. 세종병원은 5층 건물이어도 바닥 면적이 394.78㎡여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의무가 없었다. 미비한 소방법이 화재를 키운 셈이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일보는 사설의 모두(冒頭)에서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두고 중앙정부의 책임이냐 지방정부의 책임이냐 시비를 따지는 여야 정치권의 공방을 소개하며, 이런 모습은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치다툼이라고 꼬집는다. 또 ‘소방 관련법 5건이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 인 사실을 감안할 때, 국회가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밀양 화재 참사에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이유로 스프링클러 설치 미비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현행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스크링클러 사각지대’이다. 이를 뜯어 고치자는 법안이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한, 국민들의 안전은 없다는 것이 중앙의 지적이기도 하다.
 
한겨레 역시 이번 참사를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충북 제천 화재 당시 지적된 필로티 구조물(1층이 벽이 없이 기둥만 있는 건물)이 화재를 키우는 원인이 되었음에도 소방점검을 통해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점, 병원 내부에 불에 잘 타는 외장재를 사용했다는 점, 스프링클러나 제연·배연 설비가 없었다는 점, 건물 면적을 기준으로 안전기준을 둔 점 등이 피해를 키운 것이라며 제도적·구조적 미비점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재난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한겨레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시하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다. 화재 시 연기발생을 최소화하는 방재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 화재 시 자동으로 작동하여 화재 피해를 줄이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 바로 병원을 안전의 차원에서보다는 수익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일보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입법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진단한다. 국민들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면 현행의 소방시설법(화재 예방·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이 좀더 세심하게 보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100명 이상을 수용해야 하는 시설이라면 그것이 용도나 규모에 상관없이 옥내소화전·스프링클러·비상경보기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상세한 해법도 제시한다. 또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는 실내 내장재로 방염 자재를 써야 한다는 관련법을 100개 미만의 중소병원에까지 확대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한다. 밀양 같은 중소도시는 고령화가 심각하고, 지방의 중소 병원에 고령 환자들이 몰려있으므로 언제든 ‘제2의 밀양 참사’가 터질지 모르므로 ‘관련법의 개정과 보완’이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경찰에 따르면 세종병원이 지난 2005년 증축하며 제출한 도면에는 1층 계단에 방화문 2개가 설치된 것으로 나와 있지만 2008년 도면에는 이 방화문이 없었다고 한다. 바로 이곳이 1층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의 통로가 되어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한겨레는 바로 이런, 시설에 대한 ‘행정적인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참사를 막았을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소방관련법을 지키지 못한 위반건축물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이 너무 약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던 것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꼼꼼한 점검이 부족했다는 점, 예방 소홀에 잘못이 있다는 점을 들며 한겨레는 “안전관리가 취약한 전국 29만 곳에 안전대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던, 이낙연 총리의 발언을 상기시킨다. 구호뿐인 진단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해내는 철저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함을 역설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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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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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