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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송월 공연장, 8년전에 북한 인권 고발장소

 
지난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은 남북 화합의 장이었다는 일부 평가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29)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이 함께 관람하면서다. 하지만 논란도 적잖았다. 9일 강릉 공연에 이어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노래도 연주됐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이 '백두와 한라는 내조국'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이 '백두와 한라는 내조국'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공연단이 놓친 부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연장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북한 인권 문제를 고발한 장소이기도 했다. 김여정이 찾은 지난 11일은 북한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뮤지컬이 이곳에서 공연된지 꼭 8년만이다. 공연장에선 2010년 2월 9~28일 북한 인권의 참상을 고발하는 ‘요덕 스토리’의 막이 올랐었다. 
 
북한 인권 문제를 고발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 현수막이 국립극장에 걸려있다. [중앙포토]

북한 인권 문제를 고발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 현수막이 국립극장에 걸려있다. [중앙포토]

 
작품은 북한 함경남도 요덕군 제15호 정치범 수용소가 배경이다. 앞길이 창창한 무용수 강련화(신효선ㆍ이진희 분)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렸다. 강련화는 아버지가 한국 국가정보원의 스파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수감됐고, 수용소 소장 ‘리명수’와 사랑에 빠지면서 한번 더 비극이 시작됐다. 뮤지컬은 “수용소 안에서의 사랑과 용서를 사실적ㆍ감성적으로 그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요덕 스토리는 평양연극영화대학 출신의 탈북자 정성산이 연출을 맡은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무대 밖 로비에는 북한 인권을 고발하는 전시회도 함께 열렸다.
 
북한 인권 문제를 고발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 [중앙포토]

북한 인권 문제를 고발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 [중앙포토]

 
당시 요덕 스토리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북한 인권 참상을 생생히 고발하는 장면에 객석은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지난 2일 백악관을 찾았던 탈북자 김영순씨는 요덕 스토리를 언급했다. 김씨는 “9년간 정치범 수용소에서 지냈고 한국에서 뮤지컬로 제작된 요덕 스토리가 제 이야기”라며 “김정일 부인 성혜림과 여고시절부터 친구여서 사생활을 알고 있는 게 죄가 돼 1970년 요덕수용소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요덕 스토리를 관람했던 김태훈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은 당시 받은 감동 때문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을 결성하고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탈북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대됐던 지성호 탈북인권청년단체 나우 대표(왼쪽 넷째) 등이 참석했다. [EPA]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탈북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대됐던 지성호 탈북인권청년단체 나우 대표(왼쪽 넷째) 등이 참석했다. [EPA]

 
그 8년후. 같은 자리에서 김여정 옆자리에 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세차례 눈물을 훔쳤다. 아흔의 노회한 북한 최고 엘리트는 연신 손수건을 눈가에 댔다. 8년 전과 선명히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영남 위원장의 눈물이 남북 관계 발전에 감동받아 나왔을 수 있지만, 진정으로 흘려야 할 눈물은 따로 있다”면 “북한 체제에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주민들을 생각하며 눈물 흘려야 진정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공연장을 찾았던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은 요덕 스토리 공연 내역을 파악했을까.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국립극장은 보수계획 때문에 별다른 공연 일정이 없어서 다급했지만 대관이 가능했다”며 “요덕 스토리 공연은 민감한 문제이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에 참석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북한대표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에 참석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북한대표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 공연단이 이번에 연주한 ‘빛나는 조국’(박세영 작사ㆍ리면상 작곡)은 논란을 불렀다. 1947년 창작된 이 곡은 북한 ‘국가(國歌)’에 버금가는 정권 찬양 가요로 분류된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빛나는 조국'은 북한 국가 다음 순서로, 또는 국가 대신에 연주될 정도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곡은 2016년 2월 열린 ‘광명성 4호’(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축하 공연무대에서 연주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참석한 자리였다. 모란봉악단 가수들은 당시 이 노래 일부분을 개사해 “수령의 혁명 정신 하늘땅에 넘친다”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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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연단을 이끈 현송월(46) 단장은 “평양에서도 다 들리게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면서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을 독창했다. 김영남과 김여정은 큰 박수를 보냈다. 함께 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앙코르’를 세 번 외치자 김여정은 그쪽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해 공연을 마친 북한 예술단은 12일 오전 11시께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귀환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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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