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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프리즘]인공지능(AI) 혁명, 기다리면 뒤쳐진다

인공지능(AI)을 통한 혁신은 우리 주변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영국의 정보기술(IT) 시스템 회사인 ‘플로우’는 지난 2년간 200만명 이상의 자동차 운전자로부터 스피드, 상황별 운전 행태, 사고 경험, 도로와의 친숙성 등 7000여개 항목의 데이터를 모았다. 개별 운전자의 사고 가능성을 계량화한 ‘개인별 운전자 위험 지표’(PDR)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플로우는 이 PDR지표를 활용해 위험 상위 20%에 해당하는 운전자의 자동차 사고 위험률이 하위 20% 운전자보다 15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플로우는 이를 적용해 개인별 자동차 보험료를 산출하고, 자동차 렌털 및 카셰어링 회사의 ‘가변 가격제’(고객에 따라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제도) 모델을 시장에 도입했다. 이를 통해 시장 기반 마케팅이 아닌 개개인 운전자별 타깃 마케팅과 가격 정책이 가능해졌다. 나아가 고객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운전 피드백 정보를 받음으로써 운전 운행과 자동차 보험료까지 줄이는 추가적인 효과를 달성했다.
  
최근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무인점포 ‘아마존 고’(Amazon Go)도 그렇다. 컴퓨터 시각화, 인공지능 알고리즘, 인식 센서 등을 바탕으로 선보인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이 대표적이다. 고객이 제품을 골라 매장 밖으로 걸어 나오면 구매가 끝나는 획기적 경험을 제공한다. 아마존은 자사뿐 아니라 모든 소매유통 점포에 무인점포 운영 플랫폼을 제공하고, 드론 배송 및 로봇을 이용한 장바구니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인공지능 쇼핑 왕국을 꿈꾸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안면인식 기술은 보안 및 범죄수사 등 공공영역에서도 이미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대학은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보안솔루션으로 캠퍼스 기숙사의 보안 문제를 해결했고, 뉴욕 JFK 공항도 이의 상용화에 나섰다. 호주는 2020년 여행객에게 필요한 절차 중 90%가량을 생체인식 기술을 통해 자동화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경찰청 등을 중심으로 범행 도구와 의도 등이 기재된 경찰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를 토대로, 범죄 조건(사건 발생 시간, 흉기, 날씨, 범행 수법 등)이 유사한 사건 데이터를 신속히 연계ㆍ분석해 범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산업 뒤흔드는 AI=맥킨지 글로벌연구소(MGI)에 따르면, 구글과 바이두 등 디지털 선두주자들이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R&D)과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쏟아부은 돈은 이미 2016년에 최대 3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벤처캐피털ㆍ사모펀드와 같은 투자회사들의 인공지능 관련 투자액도 2016년 한해 60억~9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13년 투자 금액의 3배가 넘는 규모이며, 지난해 1분기에만 37건의 대규모 인공지능 관련 M&A가 이뤄졌다.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와 인텔의 모빌아이 인수,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랩스 인수, 네이버의 제록스 유럽 AI연구소 인수 등 대형 IT기업뿐만 아니라 포드, GE 등 다양한 기업들이 인공지능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포드는 1억 달러를 투자해 아르고 AI라는 인공지능 드라이버 플랫폼을 만드는 업체를 손에 넣었고, GE는 인공지능 기반 현장서비스 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서비스맥스를 9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러한 변혁은 모든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산업별로 인공지능 채택률은 다르다. MGI가 600여개의 인공지능 적용사례가 향후 창출할 가치와 업종별 인공지능 성숙도를 평가한 결과, 자동차ㆍ운송업, 소매업, 공공ㆍ사회 부문, 통신업, 금융업이 향후 인공지능의 변혁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별로 인공지능 적용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충분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가 부족한 데다, 많은 경영자가 여전히 인공지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 회의를 갖다 보니 일단 기다리고 보자는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다리면 낙오돼= 인공지능은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업계 선도자에게 지속해서 뒤처지게 되는 ‘이동식 목표물 게임’(moving target game)과 같다. 따라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기업이 데이터 분석가들에게만 인공지능 사업과 디지털 변혁을 맡기지만, 이 경우 실질적인 사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효용을 제공하기보다는 학문적 연구에 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내 선도 기업의 주요 임원과 팀장들에게 인공지능을 통해 풀고자 하는 비즈니스 이슈를 제시하라고 하자, 제시된 적용 사례의 90% 이상이 인공지능이 아닌 단순 통계나 단순 자동화를 통해 풀 수 있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결국 데이터분석가 확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 통역사’(Data translator)의 양성이 시급하다. 데이터 통역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회사가 당면한 어떤 비즈니스 이슈를 풀 수 있고, 분석된 결과물을 통해서 정확한 사업적 시사점을 끌어낼 수 있는 전문가다.
 
◆당장 시작할 일= 첫째, ‘빠른 추격자’(fast-follower) 전략은 인공지능 시대에 더는 통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장은 향후 3년간 더 빠르게 급성장할 것이고, 인공지능 시대에 필수적인 올바른 데이터의 축적에는 시간이 걸린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계속 후발주자로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경영진을 중심으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주행 선두기업인 엔비디아는 지난 6년여간 매년 매출의 30% 가까운 7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R&D에 투자했다.

 

둘째, 구체적으로 어떤 인공지능 적용 사례를 개발할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너무 큰 규모로 전체가 출발하기는 쉽지 않다. 제품 및 서비스 경험을 향상하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든, 또는 생산 설비의 고장 시간을 줄일 수 있든 간에 구체적으로 사업적 효용을 나타낼 수 있는 사례를 개발하고 인공지능을 성공적으로 적용해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 이러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단순히 수준 높은 통계 기법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경영 인력을 ‘데이터 통역사’ 수준으로 육성하고,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2000년대 초반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구글ㆍ페이스북ㆍ아마존 등 '인터넷 유니콘'의 촉발점이 되는 시대였다면, 2018년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인공지능 유니콘'들이 한국에서 촉발되는 시기이길 기대한다.  
 
임정수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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