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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역차별 논란 휩싸인 게임 규제…무엇이 문제인가

2012년 설립된 국내 게임 업체 더블유게임즈는 전 세계 온라인 카지노 게임 2위 사업자다. 페이스북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카지노 게임을 제공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세계 최대 소셜카지노 게임 업체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를 1조원에 인수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더블유게임즈는 국내 증시에도 상장되어 있지만, 회사의 모든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사행성 게임을 규제하는 국내 분위기 탓에 한국을 제외한 220여 개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를 세운 김가람 대표는 "5년 이내에 글로벌 소셜 카지노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게임 산업 대부분을 규제 대상으로 보는 국내에서는 더블유게임즈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매출을 올릴 방법은 현재로썬 없다.  
[그래픽 1] 세계 게임시장 규모 및 성장률. [자료 한국게임산업협회]

[그래픽 1] 세계 게임시장 규모 및 성장률. [자료 한국게임산업협회]

 
정부는 2014년 고스톱·포커 등 웹 보드게임을 규제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현재 월 결제 한도는 50만원, 1일 게임 베팅 한도는 5만원, 1일 손실 한도는 10만원이다. 충전해서 게임에서 베팅할 수 있는 게임도 그나마 고스톱과 포커뿐이다. 슬롯머신·룰렛·블랙잭은 이런 게임 머니 결제가 국내에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바일 포커·고스톱 게임을 운영 중인 NHN엔터테인먼트는 2014년 웹 보드게임 규제로 2013년 2539억원이었던 매출이 2015년 834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8일 발간한 '웹 보드게임 규제 검토 보고서'에서 "웹 보드게임 시장에 대한 규제는 국내 게임 업체들의 글로벌 성장 동력을 아예 차단했다"며 "전 세계 소셜 카지노 시장이 지난해 5조원까지 컸는데 국내 시장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2] 국내외 웹보드 게임 시장 비교 [자료 한국게임산업협회]

[그래픽 2] 국내외 웹보드 게임 시장 비교 [자료 한국게임산업협회]

[대표적인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셧다운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이용 제한

▶온라인 게임 규제: 월 결제 금액 성인 50만원, 청소년 7만원으로 제한
▶웹보드 게임 규제: 월 결제액과 1회 베팅 한도를 각각 30만원·5만원으로 제한, 1일 손실 한도 10만원 넘으면 24시간 동안 게임 금지
※웹보드 게임규제는 2년마다 재검토, 다음달에 개정안 발표 예정
  
 
<"셧다운제 효과 검증 안 돼" vs "완벽하진 않아도 필요해">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가 세계적인 추세와 정반대로 흘러가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지적과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임 시장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게임 산업 전체를 위축시키면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규제인 셧다운제는 2011년 11월 여성가족부가 이 제도를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에 도입하면서 처음 시행됐다. 그러나 학계에선 잇따라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부정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 행정학회는 "청소년들의 수면을 보장하고 게임 과(過) 몰입을 막는 '셧다운제'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골자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행정학회는 이 보고서에서 "청소년들은 오히려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셧다운제와 아예 상관이 없는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의 게임을 이용하는 등의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이 셧다운제로 위축되면서 약 1조1600억원의 피해를 봤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위원은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로 일부 대형 게임사만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형 게임을 제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도를 처음 제안한 여가부는 "셧다운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효과도 분명하다"며 셧다운제에 대한 재검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모바일 게임 결제 규제 없어 '역차별' 논란> 
게임 결제 금액에 대한 규제 완화 목소리도 높다. 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은 성인은 월 50만원, 청소년은 7만원으로 결제 한도가 정해져 있다. 2003년 처음 생긴 이 제도는 2009년 게임물등급위원회(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한도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린 이후 9년째 유지되고 있다.  
 
게임 결제 금액 한도가 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용등급을 심의할 때 이 결제 한도를 적용하면서 사실상 정부의 규제가 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을 부여하지 않는 게임은 국내에서 서비스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은 결제 한도가 PC 게임과 다르게 아예 없다. 이 때문에 모바일 게임 시장은 리니지 M·클래시로얄 등과 같은 '대박 게임'으로 고과금 이용자들을 대거 유치했다.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는 올 한해만 각각 3~4가지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스팀', 'EA' 등 글로벌 게임 플랫폼들도 '50만원 결제 한도'에서 자유롭다. 외국에 서버를 뒀고 결제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PC 게임에 대한 결제 금액을 규제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고, 오히려 국산 온라인 게임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웹 보드게임 역시 한 달에 50만원, 1회 베팅 한도가 5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하루에 10만원 이상 잃으면 24시간 동안 게임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월 결제 한도 상한액이 있는데 1일 손실액을 제한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고 지적한다.
 
강신철 게임산업협회 회장은 "게임에 대한 결제 한도가 폐지되면 게임 업체들도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자율규제에 나설 것"이라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 게임 업체들의 자유로운 영업 활동을 보장해야 산업 전체가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체부, 3월 게임 규제 완화할지 관심>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시민단체·학계·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동 게임 제도 개선 협의체'(민관 협의체)를 발족했다. 게임업계와 이용자를 모두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게임 산업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규제 패러다임을 '시장의 자율과 책임'으로 바꾸겠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출범 8개월이 넘도록 협의체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민관 협의체가 최근 웹 보드 규제 개선 방안을 문체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1일 손실 한도 폐지' 등이 다음 달 중 폐지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게임 회사 '웹젠' 창업주 출신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셧다운제를 청소년 보호법에서 삭제하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또 "게임도 영상·소설·음악 등과 함께 문화예술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화예술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미국·중국 등 게임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게임 회사와 사용자가 게임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게 맡겨두고 있다. 중국은 2007년 미성년자가 하루 최대 5시간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셧다운 제도를 실행했지만, 효과가 없자 1년 만에 폐지했다. 일본은 게임 업계와 각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게임을 규제할 수 있게 했으며, 미국은 학부모 단체와 민간 기업들이 협력해 게임 중독을 막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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