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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세 개의 산 넘어야 한다

[뉴스분석] 김여정 특사 방북 제안 … 문 대통령 “여건 만들어 성사” 화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배경 그림은 고(故) 신영복 선생의 서화 ‘通’과 판화가 이철수 선생의 한반도 작품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배경 그림은 고(故) 신영복 선생의 서화 ‘通’과 판화가 이철수 선생의 한반도 작품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 달라고 공식 초청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를 예방한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의지를 담은 친서(親書)와 함께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는 초청의사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김 위원장이 여동생을 ‘특사’로 보내 정상회담을 직접 제안함으로써 남북 관계는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일성 일가 피붙이의 남한 방문이 처음인 데다 당 핵심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오른 것으로 관측될 정도로 김여정 특사에겐 힘이 실려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 함께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여정 남매는 사이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정은은 집권 이후 김여정을 측근 실세로 중용했다.
 
문제는 공을 넘겨받은 문 대통령의 고민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7월 베를린선언을 통해 남북 당국대화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도발이 계속되고 9월 6차 핵실험까지 하자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흐름을 같이했다.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는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북한을 불러들여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결심과 함께 새 국면을 맞았다. 김 위원장도 지난달 1일 신년사를 통해 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혔다. 이후 국면은 남북 군사훈련 연기, 남북 단일팀 구성에 이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문 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정상회담이란 메가톤급 제안이 더해진 것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마주 앉기까지는 세 개 이상의 산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동전선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워싱턴의 여론은 북한이 던진 ‘썩은 올리브 가지’(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의 표현)에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평창을 찾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일행과 대면조차 않고 자리를 뜬 게 대표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가 보장되거나 전제되지 않은 남북 관계 개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에 문 대통령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란 단서를 단 건 이런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청와대 핵심 인사는 “과거 1, 2차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3차 정상회담은 남북한뿐 아니라 미국 변수가 큰 3자 게임”이라며 “미국이 정상회담에 동의할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정상회담 자체에 대한 부담이다. 성사될 경우 세 번째가 된다는 점에서 뭔가 구체적이고 진전 있는 합의가 나와야 한다. 만남 자체로 ‘역사적’ 의미가 부여된 1차 정상회담(2000년 6·15 공동선언)과 남북 간 평화·경협 로드맵을 짠 2차(2007년 10·4 합의)와는 차별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나 북한의 약속이 없다면 회담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은 친서가 전달된 10일에도 “미국에 맞서 핵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할 것”(아태평화위 담화)이란 주장을 했다.
 
셋째는 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의 공감대와 정치적 변수다. 당장 설 연휴 차례상 민심과 평창 후 대북 여론이 6월 지방선거 등에 미칠 영향에도 정부는 신경 써야 한다.
 
김정은은 ‘여동생 특사’로 정상회담 승부수를 띄웠다. 대북 압박으로 피폐해진 몸을 쉬어 갈 중간 기착지로 ‘평창’을 선택한 데 이어 평양 이벤트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대동강의 두꺼운 얼음장을 걷어내지 않고는 봄날을 맞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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