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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여정 "서울이 낯설지가 않습니다"…'특사' 카드 속내는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오전 청와대 접견실에서 파란색 파일을 들고 자리로 앉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오전 청와대 접견실에서 파란색 파일을 들고 자리로 앉고 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자신이 친오빠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전날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석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원으로 한국에 온 뒤 문대통령을 만나는 순간 특사로 바뀐 것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친서가 담긴 파란 서류철을 전달했다. 김여정은 동시에 "제가 특사다"라고 밝히며 친서 내용을 구두로도 전달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김여정은 친서 내용을 전하면서 "이게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다"라고도 강조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꺼내든 '김여정 특사' 카드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먼저 피붙이를 특사로 보내 무게감을 더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에게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특사'라는 형식을 통해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특사란 일방이 아닌 상호 간에 주고받는 존재라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다는 의미도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지난 7일 중앙일보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정은의 친서를 갖고 올 경우 그 내용에 따라선 우리가 특사를 보내 친서에 대한 입장을 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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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사 파견 시점으로는 이르면 2월말~3월초가 거론된다. 평창 올림픽이 오는 25일 폐막하고, 북한도 2월 중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16일) 등으로 분주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평소 남북정상회담을 할 경우 공식라인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대북 특사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공대북 회담 전문가 등이 거론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김여정을 보낸 상황에서 문 대통령도 자신의 복심을 대표하는 인물 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혈육을 보내 형식을 통일하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는 접견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파란색 표지엔 금박으로 북한이 공식 국장(國章)으로 사용하는 문양이 박혀 있었다. 아래로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국무위원장'이 음각으로 표기돼 있었다. 이날 친서가 노동당 위원장이 아닌 국무위원장 자격이란 뜻이다. 김정은은 노동당 위원장 직함과 함께 국무위원회 국무위원장이기도 하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당의 지위가 우선이지만 공식 국가기구 직위로 초청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청와대에서 11시부터 접견과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은 오후1시46분쯤 마치고, 김여정 일행은 숙소인 워커힐호텔로 돌아갔다. 오찬 후 숙소인 워커힐호텔로 돌아온 김여정의 표정은 담담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날 저녁 9시쯤부터 강릉에서 열리는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 여자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 
 
아이스하키 경기 일정에 앞서 김여정 특사와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강릉 스카이베이 호텔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최 만찬에 참석했다. 오후 6시23분쯤 시작된 이 만찬엔 북측 대표단 전원이, 우리 측에선 조 장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이희범 평창 조직위원장, 김기홍 조직위 기획사무차장,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참석했다. 
 
만찬 자리에선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주로 발언을 했고 김여정 특사는 최 지사가 "서울이 처음이신데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전형적인 평양 억양으로 "낯설지가 않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앞서 최 지사가 "(개막식에서) 추워서 감기는 안 걸리셨습니까"라고 묻자 김여정은 "별로 춥지는 않았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만찬 장소였던 스카이베이 호텔 8층 프랑스 식당 '스와레'는 미국 선수단의 식사 장소이기도 했다. 당초 미국 선수단의 식사 일정이 끝난 뒤 김여정 일행이 입장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미국 측 식사 시간이 늦어지면서 북측 일행이 반대 입구로 들어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추위 이야기는 이날 김여정 특사와 남측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단골 화제였다. 문 대통령도 이날 오전 접견을 본격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말에서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추운 날씨에 밤늦게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여정 특사=“대통령께서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괜찮았습니다.”
 
청와대를 방문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10일 오전 청와대 접견실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를 방문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10일 오전 청와대 접견실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김여정을 포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행은 이날 모두 북한에서 '초상휘장'이라고 부르는 김일성ㆍ김정일 배지를 가슴에 달고 나타났다. 청와대 접견에서 북측 대표단은 왼쪽부터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여정,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순으로 앉았다. 우리측은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문 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순이었다.    
 
김여정은 시종일관 차분한 표정이었다. 어깨를 편 채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우리측 인사들을 대면할 때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으나 인사가 끝난 뒤엔 바로 미소를 거두고 무표정으로 돌아가는 등 차분함을 잃지 않으려는 기색이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앉을 의자가 살짝 돌아가 있자 손으로 방향을 정돈해주기도 했다.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 두 번째)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기다리며 귀속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북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연합뉴스]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왼쪽 두 번째)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기다리며 귀속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북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연합뉴스]

 
김여정에겐 김성혜 당 통일전선부 실장이 밀착 수행하며 가방 등을 계속 챙겨줬고 김여정은 김성혜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김여정은 
또 오른쪽 옆자리에 앉은 이선권에게도 미소를 지은 채 귓속말로 대화하기도 했다. 이선권은 고개를 숙인 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자리에 앉은 뒤 김여정은 천장 위의 샹들리에를 가끔 쳐다보기도 하고 가끔 발을 까딱이면서 문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렸다. 그 사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어제에 이어 날씨 이야기로 대화를 나눴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서울과 평창과 기온 차이가 얼마나 되나”고 물었고 조 장관은 “평창이 좀 춥고 겨울엔 강릉이 좀 덜 춥다”고 웃으며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오전 11시10분 접견실에 입장하자 김여정을 포함한 북측 대표단이 일어서 맞이했고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과는 악수를 하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김여정도 미소를 지었다. 이어 자리에 앉은 문 대통령은 “어제 늦게까지 추운 데 고생하셨다”고 말했고 뒤이어 비공개로 접견이 진행됐다.  
접견 뒤 진행된 오찬 메뉴는 한식으로, 강원도 대표 요리인 황태를 이용해 만든 요리가 메인으로 나왔다. 김치에도 남북 화합을 고려했다. 북한의 백김치와 남측의 여수 갓김치가 제공됐다. 후식으로는 천안의 호두과자와 상주 곶감이 제공되고 건배주는 한라산 소주가 선택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의 팔도 음식이 다 들어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김여정은 이날 얇은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검은색 치마 정장을 입었다. 재킷 안에는 반짝이는 큐빅 장식이 촘촘히 박힌 검은색 상의를 받쳐 입었으며 검은색 큐빅 무늬가 박힌 꽃무늬 머리핀으로 머리를 반만 묶었다. 귀걸이 등 장신구는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회색 정장에 남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전수진·강태화 기자 강릉=공동취재단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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