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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단테가 베아트리체 만난 다리서 당한 환전 '사기'

기자
장채일 사진 장채일
장채일의 캠핑카로 떠나는 유럽여행(18)
여행하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때론 원치 않은 사고나 사건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런 일들로 인해 지나간 시간은 더욱 재미있고 감동적인 추억으로 기억되는지 모른다. 캠핑카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피렌체에서 벌어진 에피소드 세 가지를 공개한다.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공원. [사진 장채일]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공원. [사진 장채일]

피렌체 시 청사 풍경. [사진 장채일]

피렌체 시 청사 풍경. [사진 장채일]

 
아시시에서의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피렌체 시내 미켈란젤로 광장 근처에 있는 캠핑장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내부 수리 중’이라는 푯말과 함께 입구 철문이 굳게 잠겨 있다. 날은 이미 어두운데 다른 캠핑장을 찾아 헤맬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그런데 철문에 무슨 쪽지가 붙어 있어 휴대폰으로 비춰보니 인근의 다른 캠핑장 주소와 좌표가 안내되어 있다. 다행이다 싶어 좌표를 입력하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길을 따라나섰다.
 
그런데 이상하다. 멀쩡한 길을 놔두고 엉뚱하게 주택가 샛길로 안내하는 게 아닌가? “이상하네, 이게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이미 늦었다. 길이 좁아 차를 돌리지도 못하고, 후진도 못 하는 상황에서 앞만 보고 엉금엉금 가다가 급기야 막다른 골목에 갇히고 말았다.
 
 
좁은 골목에 울려 퍼진 한국 여인의 외침
이날 밤 피렌체의 한 조용한 주택가의 좁디좁은 골목 안에서는 동네 주민들이 놀라 창을 열고 구경하는 가운데 “앞으로, 앞으로! 으악, 멈춰!”를 외치며 차를 탕탕 두드리는 한국 여인의 구호가 30분간이나 울려 퍼졌다. 덕분에 손바닥만 한 공간에서 산만한 덩치의 캠핑카가 반 바퀴 앞으로, 반 바퀴 뒤로를 수십 번 반복한 끝에 겨우 방향을 돌려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진땀을 흘리며 안내문에서 알려준 캠핑장에 도착해보니 시내 외곽에 자리했지만, 시설만큼은 지금까지 우리가 갔던 어떤 곳보다 훌륭했다. 넓고 깨끗한 수영장과 식당 및 커다란 슈퍼마켓 등이 있었는데 생수나 식품 가격이 까르푸만큼 저렴했다. 밤늦은 시각 우리는 오징어와 새우, 홍합 등 각종 해산물이 가득한 이탈리아식 냉동 해물 볶음밥을 데워 먹으며 그날 밤의 고생을 보상받았다.
 
 
우리가 머물렀던 피렌체 캠핑장. 넓고 깨끗한 환경 속에 시설 또한 수준급이었다. [사진 장채일]

우리가 머물렀던 피렌체 캠핑장. 넓고 깨끗한 환경 속에 시설 또한 수준급이었다. [사진 장채일]

피렌체 캠핑장. 여름철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수영, 물놀이를 위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사진 장채일]

피렌체 캠핑장. 여름철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수영, 물놀이를 위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사진 장채일]

캠핑장 산책로. [사진 장채일]

캠핑장 산책로. [사진 장채일]

 
다음 날 아침 전날의 악몽에서 깨어난 아내가 말했다. “로마로 가서 차를 반납하기 전 이곳에서 먼저 캠핑카 옆구리 패인 부분을 수리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피렌체 벼룩시장을 둘러 본 다음 편안한 마음으로 피렌체 시내를 구경하기로 해요.”
 
수소문 끝에 차량 판금 도색 업체를 찾았다. 그런데 입구부터 페라리, 부카티 등 명차들이 주차된 게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짚은 듯싶었다. 내심 주눅이 들어 비용을 물어봤더니 수리비가 장난이 아니다. “모르는 척하고 렌터카 회사에 차를 반납할까? 그냥 넘어가면 다행이고. 꼬투리를 잡으면 비용을 내고, 운 좋으면 이곳 수리비보다 적게 나올 수도 있어.”
 
내 생각엔 움푹 꺼진 안쪽에서 망치로 몇 번 톡톡 치면 ‘뿅’ 하고 철판이 원래 상태로 복원될 것 같은데 이 업체의 설명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딱 잘라서 퍼티와 도색작업은 빼고 망치로 철판만 펴달라고 주문했다.
 
내심 불안해하는 아내에게 “슈퍼카를 수리하는 집인데 캠핑카 정도는 식은 죽 먹길 거야. 내 말만 믿어”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몇 시간 후 기대를 품고 차를 인도받으러 간 우리 눈에는 동공 지진이 일어나고 말았다. 매끈해야 할 상처 부위가 아예 곰보가 된 것이었다. 혹 떼려다가 더 큰 혹만 붙인 셈이 되었다.
 
“아, 선머슴이 사람 잡았네!” 퍼팅과 도색까지 해야 완벽하게 끝나는 판금 작업의 절차나 과정을 무시하고 망치질만 해달라고 요구했던 내 무지함이 원망스러웠다.
 
할 수 없이 이탈리아 친구들이 하자는 방식으로 다시 수리가 진행됐다. 다음 날 다시 찾은 작업장. 작업 책임자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수리한 부위를 보여주는데 정말 패인 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차는 잘 고쳤는데, 괜히 축낸 시간과 비용에 속이 쓰렸다.
 
 
피렌체 도심을 흐르는 아르노 강 위의 베키오 다리. [사진 장채일]

피렌체 도심을 흐르는 아르노 강 위의 베키오 다리. [사진 장채일]

아르노 강 위의 수많은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베키오 다리. 2층 구조로 되어있다. [사진 장채일]

아르노 강 위의 수많은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베키오 다리. 2층 구조로 되어있다. [사진 장채일]

베키오 다리 위에는 금은 세공품 가게가 유명하다. [사진 장채일]

베키오 다리 위에는 금은 세공품 가게가 유명하다. [사진 장채일]

베키오 다리 전경. 이른 시간이라 부지런한 상점들만 드문드문 영업을 하고 있었다. [사진 장채일]

베키오 다리 전경. 이른 시간이라 부지런한 상점들만 드문드문 영업을 하고 있었다. [사진 장채일]



 
환전 수수료가 50%?
차 수리 후 피렌체 벼룩시장을 구경하러 갔다. 여행정보를 뒤져보니 아르노 강 위의 수많은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베키오 다리 인근에서 매주 주말 아침에 골동품, 액세서리를 파는 벼룩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베키오 다리는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나 짝사랑에 빠져 죽을 때까지 잊지 못했다는 가슴 뭉클한 스토리가 담긴 다리가 아닌가?
 
가지고 있던 현금은 차 수리비로 홀랑 다 써버린 후 지갑에 90달러만 달랑 남은 우리는 이곳에서 베아트리체 대신 환전상 아줌마를 만났다. 이 분은 지나칠 정도로 우리를 환대하더니 90달러 외 지갑에 있는 돈을 모두 환전하라고 부추겼다.
 
더는 없다고 하며 환전한 돈과 영수증을 받아보니 이상하다! 가게 밖에 커다랗게 붙여놓은 환율표에는 1유로가 1.24달러이니까 72유로를 받아야 하는데 달랑 47유로만 준다. 계산이 잘못됐다고 말하니 그제야 나머지는 수수료란다. 세상에! 바꿀 돈 절반 가까이가 환전 수수료라니! 그럼 밖에 써놓은 숫자는 뭐냐고 물으니까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써놓은 ‘환전 수수료는 별도’라는 글을 보여준다.
 
완전히 사기다 싶어 근처를 지나가던 경찰에게 신고했더니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런 신고가 들어오는데 허가받고 영업하는 사람들이므로 어쩔 수가 없단다. 그러면서 ‘너희가 조심했어야지!’ 하는 표정이다. 이탈리아 오기 전 수없이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길거리에서 버젓이 영업하는 환전상에게 이런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
 
 
베키오 다리 인근의 환전상 점포. 이곳에서 환전하면 엄청난 수수료를 떼일 각오를 해야 한다. [사진 장채일]

베키오 다리 인근의 환전상 점포. 이곳에서 환전하면 엄청난 수수료를 떼일 각오를 해야 한다. [사진 장채일]

미소 띤 얼굴로 지나치게 친절했던 환전상 아줌마. 90달러를 환전했는데 72유로가 아니라 달랑 47유로만 줬다. [사진 장채일]

미소 띤 얼굴로 지나치게 친절했던 환전상 아줌마. 90달러를 환전했는데 72유로가 아니라 달랑 47유로만 줬다. [사진 장채일]

90달러를 환전했는데 72유로가 아니라 47유로만 지급한 영수증. [사진 장채일]

90달러를 환전했는데 72유로가 아니라 47유로만 지급한 영수증. [사진 장채일]

환전상 밖에 게시된 환율 시세표. 유로 대비 달러 환율을 1.249라고 크게 써 붙여 놓았다. [사진 장채일]

환전상 밖에 게시된 환율 시세표. 유로 대비 달러 환율을 1.249라고 크게 써 붙여 놓았다. [사진 장채일]

환전상의 사기행각을 신고했으나, 허가 받고 영업 하는 사람들이므로 도와줄 수 없다며, 우리보고 '너희가 조심 했어야지!' 하는 표정을 짓던 피렌체의 경찰관들. [사진 장채일]

환전상의 사기행각을 신고했으나, 허가 받고 영업 하는 사람들이므로 도와줄 수 없다며, 우리보고 '너희가 조심 했어야지!' 하는 표정을 짓던 피렌체의 경찰관들. [사진 장채일]

 
화가 나서 씩씩대는 나를 달래며 아내가 한마디 한다. “액땜한 거로 치고 기분 훌훌 털어내요.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피렌체잖아요!” 액땜까지 멋지게 치렀으니 이 도시를 더 진하게 즐기리라. 여기는 바로 피렌체가 아닌가!

 
 
미켈란젤로의 후예들. 아스팔트 위에 파스텔로 명화들을 모작하는데 솜씨가 수준급이었다. [사진 장채일]

미켈란젤로의 후예들. 아스팔트 위에 파스텔로 명화들을 모작하는데 솜씨가 수준급이었다. [사진 장채일]

베키오 다리 인근의 벼룩시장. [사진 장채일]

베키오 다리 인근의 벼룩시장. [사진 장채일]

세계에서 가죽 제품이 가장 저렴하다는 피렌체 가죽시장. [사진 장채일]

세계에서 가죽 제품이 가장 저렴하다는 피렌체 가죽시장. [사진 장채일]

가죽시장은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사진 장채일]

가죽시장은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사진 장채일]

 

장채일 스토리텔링 블로거 blog.naver.com/jangchaiil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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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