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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만에 리셉션장 떠난 美 펜스 부통령…北 김영남과는 악수도 안해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사전 리셉션에서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5분 만에 떠났다. 같은 테이블에 앉기로 돼 있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는 악수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를 놓고 미국이 대북 대화에 힘을 싣는 정부에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리셉션을 열었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펜스 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인 한정(韓正)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남ㆍ북ㆍ미ㆍ중ㆍ일의 정상급 인사가 모이면서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 당사국 중 러시아를 제외한 5개국이 10년 만에 머리를 맞댄 모습이 예상됐다. 특히 ‘전쟁 불사’ 발언을 주고받던 미국과 북한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 웰니스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을 맞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 웰니스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을 맞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오후 5시 17분부터 리셉션장 앞에 나와 해외 귀빈들을 맞이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5시 34분 아홉 번째로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웃으며 반겼다. 김 위원장은 목도리를 풀고 악수에 응했다. 인공기 배지가 보였다. 문 대통령은 곧장 귀빈실로 들어가려던 김 위원장에게 사진촬영을 권하고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6시 4분, 귀빈맞이가 종료됐다. 이 때까지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6시 예정이었던 리셉션은 11분이 지나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당초 주요 5개국 인사를 문 대통령 내외가 앉은 헤드 테이블에 배치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환영사가 진행되는 동안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의 환영사가 시작될 무렵 도착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리셉션장이 아닌 별도의 방에서 따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6시 35분쯤 리셉션장에서 나와 두 사람이 기다리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한ㆍ미ㆍ일 3국의 정상과 정상급 인사들은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한 이후인 6시 39분 함께 리셉션장에 입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아베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아베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그런데 펜스 부통령은 몇몇 귀빈들과 악수를 한 뒤 자리에 앉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 리셉션장을 빠져나왔다. 입장에서 퇴장까지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특히 헤드 테이블에 있던 김영남 위원장과는 악수도 하지 않았다.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뒤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뒤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펜스 부통령은 방한 전 정부에 “북한측 인사와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헤드 테이블 자리를 정하면서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을 마주보게 배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펜스 부통령이 북한 대표와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을 거부하는 듯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자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저녁 약속이 돼 있어 (불참이) 사전 고지됐고,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공지했다. 그는 “포토 세션에만 참석한 뒤 빠질 예정이었으나 문 대통령이 ‘친구들은 보고 가시라’고 요청해 리셉션장에 잠시 들른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헤드 테이블 빈자리에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라는 명찰이 올려져 있어 청와대의 설명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리셉션에 이은 개막식 귀빈석도 북ㆍ미 간 접촉을 기대하고 배치됐다. 1열에는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내외, 아베 총리, 한정 상무위원이 나란히 앉았다. 바로 뒷줄은 김영남 위원장과 김정일의 동생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의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개막식장에 입장하자마자 북측 인사 두명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건넸다. 김여정과는 첫 대면이었다. 반면 펜스 부통령은 자국 선수단 입장 때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손을 흔들었지만, 개막식 내내 북한 인사들과 대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오히려 개막식이 진행 중이던 오후 9시11분쯤 “우리는 (북한에) 모든 경제적ㆍ외교적 압박을 가하면서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보기 위해 모든 군사적 옵션을 유지할 것”이란 글을 올렸다. 
 
펜스 부통령이 9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옵션'을 언급했다. 해당 인터뷰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리셉션 직전에 이뤄졌고,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이 진행 중이던 오후 9시11분 방송된 해당 인터뷰를 개막식장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했다. [NBC 캡처]

펜스 부통령이 9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적 옵션'을 언급했다. 해당 인터뷰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리셉션 직전에 이뤄졌고, 펜스 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이 진행 중이던 오후 9시11분 방송된 해당 인터뷰를 개막식장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했다. [N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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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아베 총리는 리셉션에서부터 김영남 위원장과 접촉했다. 두 사람의 자리 사이에는 한정 중국 특별대표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있었다. 그랬지만 아베 총리는 김 위원장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한 뒤 통역을 사이에 두고 5분 이상 이야기를 이어갔다.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사전 리셉션장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사전 리셉션장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문 대통령은 이날 환영사에서 “미래세대가 오늘을 기억하고 ‘평화가 시작된 동계올림픽’이라고 특별하게 기록해 주길 바란다”며 “평창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한 자리에 있기가 어려웠을 분들도 있다”며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의미를 부여했다.
 
 평창에 방문한 해외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에서 “남북대화를 비핵화를 위한 북ㆍ미 대화로 이어가야 한다”는 뜻을 반복적으로 밝혔지만 이날은 ‘비핵화’ 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일반 출입구로 입장한 MB=리셉션과 개막식에는 전직 대통령 중 유일하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리셉션 시작 전 도착했다. 하지만 외국 정상급이 아닌 이유로 입구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과 악수나 기념촬영 등의 의전 없이 일반 출입구를 통해 리셉션장에 입장했다. 개막식에서도 문 대통령의 자리와 먼 곳에 앉았다.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문재인 대통령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문재인 대통령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강태화ㆍ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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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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