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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평화의 거품 vs 평화의 시작 … 평창 올림픽 뒤 한반도

오늘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이 ‘평화의 거품’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평화의 시작’이 될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공들인 평창올림픽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 여동생 김여정의 참석으로 상황이 급반전할 가능성이 생겨났다. 북한은 국제 제재로 궁지에 몰려 있다. 김 위원장이 혈육을 남한으로 보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처지를 돌파하려는 의지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은 올림픽 이후 북한의 태도를 고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북한으로선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은 셈이다. 
 
김여정의 올림픽 참석은 그동안 북한이 호언장담해오던 핵무장 공식화의 뒷면에 숨겨진 깊은 그림자를 말해준다. 지금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겨냥할 수 있는 핵무기는 거의 완성단계에 있거나 이미 생산을 마쳤을 수 있다. 상황이 어떻든 올림픽이 끝나는 봄까진 북한 핵무기가 실전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그 수량은 10발 내외로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생산했거나 생산한 핵탄두는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미사일은 탄두 중량이 1t이나 돼 핵탄두를 비교적 크게 만들어도 탑재가 가능하다. 그러기에 북한은 핵보유국을 주장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러나 북한이 지난해 11월29일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는 아직 대기권 재진입이 검증되지 않았다. 미 중앙정보국장은 ICBM을 완성하는 데 “3개월 남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물론 지금이라도 북한이 화성-15에 수소탄을 달아 대기권 진입 전인 100㎞ 이상 고도에서 터트리면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모든 전자장치를 마비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수준으로는 북한이 미국을 겁박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거나 한미동맹을 흔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고민은 ICBM을 제 사거리가 나오도록 남태평양으로 발사해 그 능력을 시현하는 것인데 이 경우 미국은 십중팔구 북한을 선제타격할 전망이다. 이제 북한이 ICBM 실험을 하려면 김정은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럴 경우 김 위원장은 도박에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런 와중에 북한 내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우선 북·중간 무역이 거의 막혔다. 거듭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으로 중국도 더 이상 북한을 봐줄 수 없는 상태다. 지난해 말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97에 따라 석유정제품의 경우 제재 이전 연간 반입량의 약 10% 수준인 50만 배럴로 제한됐다. 원유도 연간 400만 배럴로 상한선이 정해졌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면 제재는 더 강화된다.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도 내년까지 모두 귀환하고 이미 신규 노동 허가증은 발급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귀국하면 북한의 위기 소식이 북한 내부에 급속하게 퍼질 것이다.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외환 보유액이 현저히 낮아졌다”며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체제위기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어렵자 북한은 외화 획득을 위해 사이버 해킹으로 은행 예금을 탈취한 데 이어 암호화폐까지 손을 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중순에는 북한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대거 철수했다. 북한으로선 충격이다. 2007년 북한과 합자 형식으로 중·대형 트럭을 생산한 화천자동차회사(華晨汽車)를 비롯해 중국이 합작·합자 형식으로 북한에 진출시켰던 자동차·자전거·광물·경공업 회사들이다. 심지어는 화웨이(華爲) 등 중국 통신회사, 베이징-평양 노선을 운영했던 중국국제항공공사(에어 차이나)도 철수키로 했다. 이런 충격은 북한의 행정 당국에서 시작돼 주민들에까지 미칠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 고위층 탈북자인 이모씨는 “주민들이야 장마당을 통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겠지만 북한 정부는 필요 재원을 쉽게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북제재 초반인데도 북한 정권 이래 가장 어려운 여건”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김여정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실시된 북한군 창건일 열병식도 외국 언론 초청을 취소했다.
 
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응하는 ‘코피전략’을 비롯해 다양한 선제타격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다. 실제 미군은 지난해 한반도에 항공모함 3척을 동원한 대규모 예행연습을 실시했다. 4월로 연기한 한·미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더 연기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얘기다. 미 국무부는 또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차관보급 조직을 신설키로 했다.(미국의 소리) 북한에 대한 물리적 봉쇄에 이어 사이버 공간까지 차단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7일 “재무부가 앞으로 몇주 안에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북한의 재정적 조력자, 교역 대리자를 추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일 서울에 도착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일본에서 아베 총리와 만나 북한을 ‘잔혹한 정권’으로 규정하고 “모든 선택지는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결국 미국은 올림픽 이후 북한이 비핵화 및 미사일 포기에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태세다. 일차적으로 북한의 대외교역을 완전히 차단하고 은행 및 암호화폐 해킹을 통한 외화 탈취도 막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을 암묵적으로 지원해오던 중국조차도 연이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과 미국의 경고로 북한을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 카드까지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을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항상 말해왔던 일들을 정말로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의회 매체인 ‘더 힐’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협조하지 않으면 “올해는 미·중 관계가 갈림길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해양차단과 봉쇄, 심지어 상황에 따라선 선제타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겨울올림픽에 김여정을 내려보냈지만 과연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알 수 없다. 김 위원장의 의지가 실린 김여정의 입에서 북 핵·미사일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판이 깨질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공을 들인 평창올림픽의 평화가 ‘거품’처럼 꺼져버릴지 모른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이어가면 한국 정부도 국제 제재에 따라야지 어쩔 도리가 없다. 핸들이 고장 난 운전석에 앉는 것과 같다. 북한도 마지막 선택이 남았다. 스스로 묘혈을 파는 것을 멈추고 올림픽을 계기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내보이는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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