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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김여정 '환영받지 못한 손님' 될까 열병식 수위 조절했나

북한 건군 70주년 열병식이 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뒤로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TV 켭쳐]

북한 건군 70주년 열병식이 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뒤로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보인다. [사진 조선중앙TV 켭쳐]

북한이 8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건군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 1만3000여 명의 병력, 각종 장비와 미사일을 동원했으며 수만 명의 주민까지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의 전언이다.
열병식은 오전 11시30분(평양시간 11시)부터 시작됐다. 이전과 달리 실시간 중계는 없었다. 김정은 체제 들어 관영 TV는 물론 유튜브 채널까지 동원해 열병식을 생중계하며 새로운 선전 방식을 보여왔던 패턴에서 벗어난 것이다. 

북한은 열병식을 조선중앙TV를 통해 오후 5시30분(평양시간 오후 5시)부터 녹화실황으로 방송했다. 녹화방영 기준으로 1시간40분 정도로 지난해 4월 때 보다 1시간 가량 적지만, 편집했을 가능성이 있어 실제 행사가 어느 정도 걸렸을지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귀띔이다. 

조선중앙TV는 북한이 8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이날 오후 5시30분(평양시간 5시)부터 녹화중계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조선중앙TV는 북한이 8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이날 오후 5시30분(평양시간 5시)부터 녹화중계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검은색 코트에 중절모를 쓴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와 함께 리무진을 타고 연별식장에 들어와 명예위병대를 사열한 뒤 귀빈용 관람석 격인 '주석단' 가운데 섰다. 지난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후 대중 앞에 처음 나선 그의 표정과 몸짓에는 다소 여유가 드러났지만 마이크 앞에 서 연설을 할때는 격앙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또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양손으로 단상을 잡은 채 준비한 종이 원고를 펼치고 한 장씩 읽어 나갔다.
조선중앙TV가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육성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조선중앙TV가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육성 연설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정은은 연설에서 "침략자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0.001㎜도 침해하거나 희롱하려 들지 못하게 하여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늘의 열병식은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 발전된 강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상을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구상에 제국주의가 남아있고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보검으로서의 인민군대의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해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을 조선방송위원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북한이 지난해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을 조선방송위원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북한은 지난달 23일 노동당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김일성이 북한군을 정규군으로 강화·발전시킨 1948년2월8일을 '건군절'로 지정했다. 건군절로 기념해 온 4월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한다는게 북측의 설명이다.  
이 조치로 북한군은 창설 70주년을 맞았고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대규모 열병식을 예고했다. 북한은 매 5년, 10년 주기를 '꺾어지는 해(정주년)'라 부르며 각종 기념일을 성대히 치러왔다. 

조선중앙TV가 8일 녹화 중계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의 주석단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고위급대표단 단원인 최휘(붉은 원)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조선중앙TV가 8일 녹화 중계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의 주석단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고위급대표단 단원인 최휘(붉은 원)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북한이 열병식 연습 참가 병력을 증가시키는 등 준비 활동을 확대하고 있으나, 탄도미사일이나 무인기(UAV) 발사대는 아직 연습장이나 중장비 보관지역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38노스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열병식 연습 참가 병력을 증가시키는 등 준비 활동을 확대하고 있으나, 탄도미사일이나 무인기(UAV) 발사대는 아직 연습장이나 중장비 보관지역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38노스 캡처=연합뉴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병력과 전차·미사일·항공기까지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번 열병식은 남북관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미 국무부는 지난 1일(현지 시간) 올림픽 개막 전날로 예정된 북한의 열병식에 불만(displeasure)을 표시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평화로운 올림픽 개최를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까지 연기한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되었다. 주중 북한 대사관은 지난달 중순 베이징 주재 해외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방북 취재 요청했지만 지난주 갑자기 방북 취재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지난해 4월 김일성 생일 105주년이나 2015년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과 달리 외국 인사의 참관도 허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대내용 행사로 치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북한 매체에서 열병식 관련 언급이 없자 오전 한때 취소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북한은 결국 강행했다.

북한이 몇 달 전부터 공들여 준비한 열병식의 수위를 조절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열병식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겠다는 '코피 터트리기(Nose blood)' 전략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대내용 행사로 열병식을 치른 것은 대북제제와 미국의 군사공격 옵션 사용이라는 두가지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고위급 대표단장에 명목상 '국가수반'을 맡고 있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지명해 격식을 갖춘데 이어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유엔안보리 제재 대상으로 국가체육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 등을 포함시켰다. 

국제사회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지만 김여정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이 환영받지 못한 손님이 되는 상황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입장에서 열병식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정상국가 임을 과시하고 유연한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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