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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000만원 넘는 증권사··· 황당한 '최저임금 미달' 사태

A증권사의 인사담당 간부인 김모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달까지 진땀을 뺐다.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 때문이다. 직원 중 상당수가 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대졸 신입사원과 회사를 퇴직하고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영업계약직이 그들이다. 희한한 건 이 회사의 대졸 초임은 4000만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계약직의 연봉도 만만찮다. 김씨는 "회사로선 아연실색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법은 법이다. 회사는 즉각 근로자 측과 임금 조정을 위한 협상을 했다.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회사는 임금체계를 바꾸고 싶어 했다.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회사는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직무수당을 올려서 1월분 임금을 지급했다. 끼워 맞추기식으로 최저임금 위반의 오명을 피한 셈이다. 노조가 반발했지만 그대로 두면 법을 위반하게 되니 방법이 없었다. 
 
김씨는 "속 사정을 모르는 회사 외부 사람이 보면 최저임금도 안 주는 회사로 비칠까 어이가 없다"며 "고연봉의 금융권이 이 정도면 시장의 혼란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최저임금 미달 사태를 빚은 이유는 이렇다. 영업과 자산 운용이 주 수익원인 증권회사의 특성상 상여금과 성과급의 비중이 높다. 입사와 동시에 연봉 4000만원을 넘기는 이유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산정할 땐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돈을 따진다. 대체로 기본급 정도다.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수당 이래야 직무수당 정도가 고작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 3770원, 연봉으론 1888만5240원이다.
 
한데 이 회사의 상여금은 1000%다. 법정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적용하면 이 회사의 최저임금은 월 262만2950원이다. 연봉 3147만5400원이 돼야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성과급이나 각종 수당을 제외한 최저임금이 이 정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증권사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하자 무더기로 최저임금 위반 판정을 받았다. 대부분 대졸 신입사원과 같은 낮은 직급의 사원과 영업계약직이다. 영업계약직의 임금이 낮은 것도 아니다. 직원은 월봉의 30% 정도를 성과급으로 가져가지만 영업계약직은 50%를 수령한다. 정규직과 임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이유다. 
 
B증권사 관계자는 "정부의 임금실태조사에서 늘 최상위를 차지하는 게 금융권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위반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저임금 미달액을 3년 치 소급해 한꺼번에 지급했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최저임금이 16.4%나 오르면서 증권사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만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셈이다. 자칫하면 직급 간의 임금 차이가 나지 않는 현상도 생길 수 있다. 여기에 노조와의 임금협상을 통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C증권사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보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시장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금융권과 다른 업종 간의 임금 격차를 더 키우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임금체계 개편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이나 중식대 같은 것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형태다. 
 
지난해 고용부의 근로감독에서 최저임금 위반 판정을 받은 D증권사는 영업계약직의 급여항목을 변경했다. 중식대와 교통비를 기본급에 포함하는 형태로 바꿨다.
 
 A 증권은 1000%인 상여금 가운데 300%를 기본급에 흡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F증권은 직급과 직무별로 나눠 낮은 직급과 업무직원의 상여금을 본봉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노조가 동의할지 여부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에 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산입범위 확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체계를 바꾸려는 회사 측과 노조 간의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F증권은 이 때문에 임금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최저임금에 미달한 상태로 지급할 방침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노사 간 임금협상은 최저임금 때문에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시장에선 격차를 더 벌리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짙은데, 금융권이 이를 보여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최저임금 정책을 전면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지난 7일 최저임금 관련 토론회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동자들이 열심히 투쟁한 성과를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통한 격차 해소를 위해 대기업 정규직이 양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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