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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 동계올림픽에 나쁘기만 할까?

릴레함메르 이후 가장 추운 개최지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 눈조각을 하는 작가. [AP=연합뉴스]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 눈조각을 하는 작가. [AP=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날씨 때문에 난리입니다.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다 칼바람, 지붕도 없는 평창올림픽 플라자에서 오후 8시에 개막식을 여니, 체감온도가 영하 17~18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평창이 역대 올림픽 개최지와 비교해서 정말 추운 곳일까요?
 
맞습니다. 다만 릴레함메르만 제외하고요. 미국 국제기상예보업체 아큐웨더에 따르면 평창은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이후 가장 추운 개최지일 가능성이 큽니다. 올림픽 개최 기간인 2월의 평창 최고기온은 평균 영하 0.6도입니다. 릴레함메르는 2월 최고기온 평균이 영하 2.8도로 평창보다 더 추웠습니다. 
데이터 출처=어큐웨더

데이터 출처=어큐웨더

 
반면 러시아 소치, 캐나다 밴쿠버 등 근래 올림픽을 개최한 다른 도시들의 최고기온은 영상권입니다. 소치나 이탈리아 토리노는 최고기온 평균이 무려 영상 10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소치는 최저기온마저도 영하권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위도가 낮은 평창이 왜 춥지? 
휘닉스 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는 캐나다 마크 안토인 가뇽 선수. [EPA=연합뉴스]

휘닉스 파크에서 훈련하고 있는 캐나다 마크 안토인 가뇽 선수. [EPA=연합뉴스]

그런데 역대 개최지 위도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위도는 0에 가까울수록 적도와 인접해 덥고, 90에 근접할수록 극지방에 가까워 춥습니다. 그런데 평창의 위도는 일본 나가노 다음으로 낮습니다. 역대 개최지 중 두 번째로 적도에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아큐웨더에 따르면 평창은 독특한 지리적 입지 때문에 동일 위도상에선 가장 추운 지역입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어 겨울에 춥고 건조한 전형적 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인다는 겁니다.
 
고도도 한몫합니다. 대류권에서는 통상 고도가 100m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평균 0.65도씩 낮아집니다. 평창의 고도가 750m니까 해발고도 50m 지역에 비해 4.6도가량 더 춥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최근 개최지 중에선 미국 솔트레이크시티(2002년 개최지)의 고도가 해발 1320m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밴쿠버는 해발 21m, 소치는 해발 34m에 불과합니다. 근래 개최지들은 모두 험난한 '겨울왕국'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동계 올림픽에선 추위보다 더위가 더 큰 위험일 수 있습니다.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따뜻한 날씨 탓에 눈을 모으느라 고생을 했습니다. 소치 인근에 내린 눈을 죄다 끌어모은 뒤 빛을 반사하는 방수포로 덮어 보호하는 등 총력전을 벌였죠. 동계올림픽 설상경기장에는 1.2m 이상 눈이 쌓여야 하거든요. 일본 나가노 올림픽(1998년) 때는 폭설과 눈보라, 천둥·번개에 따뜻한 기온까지 극단적인 날씨가 올림픽 기간 내내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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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개최지 절반만 살아남을 듯 
장기적으론 지구온난화 때문에 동계올림픽 개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캐나다 워털루대 대니얼 스콧 교수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량 시나리오에 따른 역대 개최지의 기후 리스크를 따져봤습니다. 
 
동계올림픽을 열려면 2월 기온이 낮고 적설량이 적당해야 합니다. 한데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2월 평균기온은 1920~50년대 영상 0.4도에서 1960~90년대에 3.1도, 21세기 들어 7.8도로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2050년대까지 1.9~2.1도, 이번 세기 후반까지는 2.7~4.4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답니다. 전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충실히 이행한다 하더라도, 2050년대엔 21곳 중 13곳만 동계올림픽을 열 수 있는 도시로 남으리라는 게 스콧 교수팀의 결론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한다면 이 숫자는 12곳으로 줄어듭니다. 2080년대엔 단 8개 도시만 동계올림픽을 열 수 있고요. 
자료=워털루대 https://goo.gl/Yx3wrS

자료=워털루대 https://goo.gl/Yx3wrS

연구에 참여한 로버트 스티거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 교수는 "기후변화가 동계 올림픽 게임의 지리학을 바꾸고 있다"면서 "조직위원회가 개최지를 결정할 때 점차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연구팀은 2018 평창과 2022년 베이징은 동계올림픽이 점점 더 따뜻한 곳에서 열리던 트렌드를 거슬렀다고 평가합니다. 오히려 평창의 추운 날씨가 설상·빙상 경기가 열리는 동계올림픽에는 좋은 환경일 수 있다는 것이죠. 

 
온난화가 겨울 스포츠 위협
따뜻한 동계올림픽 기록을 세운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파크 한가운데 우뚝 선 성화. [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경향 이석우기자]

따뜻한 동계올림픽 기록을 세운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파크 한가운데 우뚝 선 성화. [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경향 이석우기자]

이코노미스트는 지구 온난화가 동계올림픽뿐 아니라 겨울 스포츠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돌로미테 산맥의 최고봉인 마르몰라다 산(해발 3360m)은 정상부의 웅장한 빙하로 유명합니다. 1950~60년대에 무려 해발 3265m 지점에 스키 리프트가 설치되면서 여름 스키의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근래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끊임없이 녹아내리는 바람에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와 헝가리 군대의 전투 흔적, 이를테면 불발탄이나 병사의 시신 같은 것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스콘 교수 연구팀의 측정 모델에 따르면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2도 오르면 동부 알프스 지역 약 300개 리조트 중 70%가 문을 닫고, 4도 상승하면 90%가 폐장해야 합니다. 지금도 이미 전 세계 스키장은 '인공 눈' 없이는 운영이 어렵습니다.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선 2010년부터 대도시 하수처리장의 물을 제설에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인근 스키 리조트에 엄청난 인공 눈을 쌓아두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안 그래도 물이 부족한 양쯔 강의 수위가 더욱 낮아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같은 환경 논란과 눈을 확보하기 위한 고군분투에도 문 닫는 리조트는 늘었고, 스키의 메카였던 알프스 산맥 부근의 관련 업장도 다양한 공공 보조금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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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 데이터시각화=배여운, 디자인=임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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