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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보다 넘어지고 못내리고···당신도 '버스몸비'?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넘어지고, 끼이고, 부딪히고 … 버스몸비가 버스에서 겪는일   
 
직장인 박모(29·남성)씨는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면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넣는다. 얼마 전 여의도로 향하던 서울 시내버스에서 겪은 일 때문에 생긴 새로운 습관이다. 그는 퇴근길에 ‘버스 안 스마트폰’을 즐겼다. 스마트폰에 빠져 정류장을 몇 번 놓친 적도 있었다. 이날도 버스에 오르면서 시작된 친구와의 카톡은 버스 하차문 앞에서까지 계속됐다. 
 
계단을 내려가는 잠시를 참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악~’ 그는 발을 헛딛으면서 정류장으로 넘어졌다. 바닥을 짚은 손바닥엔 상처가 났고, 무릎엔 멍이 들었다. 그의 손에서 떨어진 스마트폰 화면에는 금이 갔다. 박씨는 “그날 이후로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인 ‘스몸비’.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변을 살피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버스 안에서도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버스몸비’(버스와 스몸비의 합성어)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갖가지 안전사고가 생기고 있다. 버스업계는 하루 서울 시내버스 승객 약 420만명 중 60~70%가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추산한다. 문제는 승·하차를 할 때나 서 있을 때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다는 점이다.  
 
시내버스 158대를 운영하는 한남여객운수의 김만택 노조위원장은 “이들 중 일부는 넘어지거나 의자 등에 부딪히고, 심지어 승·하차문에 끼이는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스마트폰 보면서 버스에서 걷다가 넘어졌다‘는 경험담부터 ’한 여성이 스마트폰 보면서 내리다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는 목격담까지 올라온다.  
 
민경복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은 안전사고를 겪을 위험이 정상인보다 1.9배 높다”면서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주의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회전이나 정차 등 상황을 살피지 못하고, 손잡이를 잡지 못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몸비는 보행중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안전사고를 겪을 수 있다.[중앙일보 DB]

스몸비는 보행중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안전사고를 겪을 수 있다.[중앙일보 DB]

‘버스몸비’는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스마트폰에 몰두하다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의 정류장에서는 한 40대 여성이 닫히고 있는 버스 출입문 틈에 한쪽 발을 밀어 넣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버스가 도착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뛰어온 것이다. 이 버스 회사의 관계자는 "다행히 버스가 출발하지 않아 큰 사고는 면했지만 이 여성은 신발이 벗겨지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져 발목을 삐었다"고 말했다.  
 
안전사고를 겪은 승객과 기사 간에 갈등도 빚고 있다. 버스기사 고모(52)씨는 최근 한 여성 승객에게 치료비 20만원을 물어줘야 했다. 이 여성은 “기사가 급정거해 의자에 허벅지를 부딪혀 멍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씨는 “이 여성은 당시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손잡이는 잡지 않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버스기사 구인서(48)씨는 “스마트폰 보다가 ‘못 내렸다. 문 좀 열어달라’고 외치는 승객이 하루에만 10명이 넘는다. 일부는 정류장이 아닌데도 내려달라고 조른다. 특히 이런 승객이 많은 학교 근처 정류장을 출발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고 말했다.  
 
버스몸비는 다른 승객에게도 불편을 끼친다. 직장인 이선미(26)씨는 “이어폰을 끼고 게임에 몰두하는 한 남성이 하차문 쪽을 가로막고 있어서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한 적이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부 박선자씨(52)씨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손잡이를 한 손으로 잡고 있던 한 여성이 버스가 조금 흔들리자 내 발을 밟았다”고 말했다.  
 
‘버스몸비(버스+스몸비)’로 버스에서 벌어지는 일
-버스정류장: 버스를 놓친다.  
-승차: 뒤늦게 승차하려다 문에 끼인다.  
-운행 중: 손잡이를 잡지 않아 부딪히거나 넘어진다. 옆사람의 발을 밟는다.
-하차: 정류장을 놓친다. 다른 승객의 하차를 방해한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책을 주문한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민 스스로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중교통 운영 주체도 예방 대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경복 교수는 “국민 9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실에서 하와이 등 해외처럼 과태료 부과로 강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위험성을 모르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 만큼 버스 바닥에 관련 스티커를 붙이고, 안내방송을 하는 등 캠페인을 펼쳐야한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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