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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발 증시 패닉, 월마트 최저임금 인상서 시작됐다

미국 증시의 ‘검은 월요일’이 아시아 증시의 ‘검은 화요일’로 이어졌다. 6일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는 1000포인트 넘게 내리며 2만2000선이 무너졌다. 홍콩과 대만 증시도 4~5% 급락했다. 상하이·호주 증시도 3%가량 하락했다.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충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코스피 지수는 사흘 연속 하락했다. 결국 전날보다 38.44포인트(1.54%) 내린 2453.31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0.05포인트(0.01%) 떨어진 858.17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오전 한때 5% 넘게 떨어졌다가 오후에 하락 폭을 줄였다. 최근 엿새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118조원으로 불어났다. 상장 주식수에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해서다.
 

미 18개 주 최저임금 평균 4% 올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단숨에 2만5000선이 무너졌다. 하루 지수 하락 폭(1175포인트)으로는 1896년 처음 지수를 계산한 이후 122년 만에 최악이었다. 하루 지수 하락률(4.6%)은 2011년 8월 이후 6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에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조정이 매끄럽지 않게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이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았던 ‘저물가’의 족쇄가 풀리는 조짐에 시장이 공포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공포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미국의 임금 인상이다.
 
지난 2일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고용 통계를 발표했다.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2.9%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간신히 벗어났던 2009년 6월 이후 최대의 상승 폭이었다. 월가의 전문가들이 전망한 수준(2.6%)을 뛰어넘었다.
 
월마트는 임금 인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18개 주에서 법정 최저임금을 올리자 월마트도 따라 올렸다. 캘리포니아는 2016년 시간당 10달러였던 최저임금을 올해 11달러로 인상했다. 2022년까지 15달러로 올릴 예정이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민간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15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인플레 우려, 금리 인상 앞당길 전망
 
NH투자증권의 오태동 투자전략팀장은 “1월 임금이 깜짝 상승한 원인 중에는 18개 주에서 최저임금을 평균 4.1% 인상한 영향도 작용했다”며 “월마트 직원들의 임금은 지난달 11일부터 시간당 11달러(기존 9달러)로 인상됐다”고 지적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임금 상승에 투자자들이 깜짝 놀랐다. 물가 상승(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확산했다. 긴축으로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는 주요국 중앙은행에 물가는 금리 인상에 필요한 마지막 퍼즐이었다. 최근 경제는 건실한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임금은 지지부진한 수준에 머물며 통화당국을 혼란스럽게 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연율)를 기록하며 튼튼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지만 그동안 물가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Fed가 점진적인 긴축 기조를 밟아가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물가였고, 물가를 끌어올릴 임금이 최근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며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Fed가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금리를 네 번 올릴 것으로 전망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낸 ‘최근 미국 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 16곳 중 6곳이 올해 Fed가 금리를 4회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 프로그램 매도 물량도 쏟아져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롬 파월 신임 Fed 의장이 처음 주재하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선물시장의 전망은 83.5%를 기록했다.
 
5일에는 돌발 악재도 없었는데 뉴욕 증시의 주가가 더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를 ‘극장 신드롬’으로 설명했다. 극장에 관객이 가득 차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불이야’ 외치는 상황이다. 순식간에 비상구로 관객들이 몰리면서 대혼란이 발생한다.
 

한국서도 코스피 사흘 연속 하락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는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뉴욕 증시에선 마감 무렵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지면서 지수 하락 폭이 커졌다”며 “투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변동성(VIX) 지수를 기준으로 자동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에 국내 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면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
 
일단 오는 27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3월로 끝나는 데다 신임 총재 취임과 지방선거 일정 등을 고려하면 상반기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면 한은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은 5월과 하반기에 한 번씩, 올해 전체로는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Fed가 네 번까지 금리를 올릴 만큼 경제 여건이 좋다면 한은의 고민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정완·하현옥·이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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