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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성추행 폭로 前 세 번의 수습 기회 놓쳤다

검찰발 #Me Too 바람
국내 여성단체들이 1일 대구지검 앞에서 검찰 내 성폭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국내 여성단체들이 1일 대구지검 앞에서 검찰 내 성폭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서 여성 연대를 뜻하는 흰 의상을 입고 노래하는 가수들. [연합=로이터]

지난달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서 여성 연대를 뜻하는 흰 의상을 입고 노래하는 가수들. [연합=로이터]

팝가수 레이디 가가도 흰 장미를 들었다. [연합=AFP]

팝가수 레이디 가가도 흰 장미를 들었다. [연합=AFP]

만 7년3개월.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세간에 드러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때부터 서 검사가 올해 1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로하기까지, 검찰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기회는 세 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모두 서 검사가 참는 쪽으로 마무리됐다. 검찰 특유의 조직문화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문무일 검찰총장의 지시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꾸렸다. 법무부도 박상기 법무장관의 지시로 성범죄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뒤늦게 후속 대응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서 검사는 현재 병가를 내고 통영지청에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010년 장례식장
서 검사는 서울북부지검 특수부 소속이었던 2010년 10월 동기 여검사의 상가에 갔다가 안태근(52·20기)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달 법무부 감찰과의 서영수(49·25기) 검사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소속 임은정(44·30기)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피해 여검사가 수도권 소재 청의 검사인 것 같은데 누군지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였다. 서지현 검사가 아닌 다른 이의 제보가 있었다고 했다. 임 검사는 곧 서지현 검사를 떠올렸고 북부지검으로 전화를 걸었다. 서지현 검사는 하지만 “잘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배경엔 소속청과의 협의가 있었다. 서울북부지검 수석 여검사, 간부와 상의해 가해 당사자에게 사과를 받는 대신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서 검사는 이 결정에 대해 “당시만 해도 성추행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검찰 분위기, 검찰 조직 이미지 실추 등이 고민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사자로부터의 사과는 없었다.
 
#2017년 7월 임은정, 9월의 서지현 검사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난해 7월, 임은정 검사가 이 사건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임 검사는 2010년 당시 피해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던 일로 법무부의 ‘모 검사장(최교일 당시 검찰국장)’에게 호출돼 호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해당 검사장이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느냐며 저에게 화를 냈다. 오히려 (안태근 검사의) 추태를 ‘격려’라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때도 검찰 내부에선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달 뒤, 이번에는 서 검사가 신임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e메일을 보내 면담 신청을 했다. “과거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계속해서 인사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박 장관은 e메일 답변을 통해 “서 검사와 관련한 일화를 알고 있다. 검찰국 관계자를 통해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지시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면담 이후에도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는 것이 서 검사의 주장이다.
 
#2018년 1월 서 검사의 외부 폭로
결국 서 검사가 이프로스에 실명으로 글을 올리고 방송에 출연하면서 검찰과 법무부 수뇌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상기 장관은 처음 e메일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사건이 이처럼 장기간 묵혀졌던 배경엔 ‘튀는 행동’을 꺼리는 검찰 특유의 문화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중견 여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성추행·성희롱 에피소드가 생길 때마다 소속청의 간부는 피해 여검사의 처벌 의사를 묻고, 여기에 선배 여검사들이 동원된다. 피해 여검사가 외부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방식이 문제 해결의 매뉴얼로 자리 잡았다. 친고죄가 폐지된 마당에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물어서 사건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건 분명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검찰의 진상조사와 계속된 논란
실제 검찰 진상조사단은 둘뿐인 여성 검사장 중 한 명인 조희진(56·19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이끌게 됐다. 나머지 한 명은 이영주(51·22기) 춘천지검장이다.
 
진상조사단은 2일까지 전국 여검사들을 대상으로 기초 사례 수집을 했다. 서 검사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와 소속청인 통영지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수사나 기소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을 하고 있으며 대상이나 범위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성범죄 대책위는 부천성고문사건 피해자인 권인숙(54)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선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33기) 225명은 지지 성명을 냈고 이프로스에도 응원 댓글이 달리고 있다. 문유석(49)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미퍼스트(#MeFirst·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미) 운동을 제안했다. 한 재경지검 여검사는 “미국에서만 하던 미투 운동을 한국에서 검사가 먼저 실명으로 제기했다. 서 검사가 용기 낸 점에 대해서는 젊은 여검사들도 응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사의 한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임은정 검사는 “과거 성폭력 사건을 무마시키려 한 조희진 검사장은 성추행 사건의 진상조사단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여검사는 “서 검사와 같은 부류로 분류되는 걸 여전히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여검사는 전체 검사의 30%(600여 명) 정도고 대부분 저연차에 집중돼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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